집값이 오른 건 세대 수가 늘었기 때문일까?

입력 2021.01.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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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재차 인정했습니다. 그간의 정부 대책이 투기 방지에 역점을 뒀지만, 주택시장의 과열을 막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증가와 함께, 세대 수 증가를 집값 상승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예정에 없던 세대 수의 증가입니다. 그 연유는 앞으로 좀 더 분석해 봐야 됩니다. 이렇게 세대 수가 급증하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그 공급의 물량에 대한 수요가 더 초과하게 되고, 그것으로 결국 공급 부족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부추긴 그런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1.01.18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통계를 보면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인구 수는 2만 명이 줄었습니다. 사상 첫 인구 감소입니다. 하지만 세대 수는 오히려 61만 세대가 늘어났습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가 가팔랐습니다. 지난해 1인 가구는 906만 3352세대로, 전체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9.2%나 됐습니다. 전년보다 6.77% 늘어난 수치입니다.


정말 세대 수 증가가 집값 상승의 원인일까요?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7.57%가 올랐습니다. 인기가 많은 서울 대단지 아파트의 상승폭은 훨씬 큽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서울 아파트 22개 대단지를 분석한 결과 전용면적 59㎡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2017년 1월 6억 6,000만 원에서 지난해 12월 11억 9,000만 원으로 4년 사이에 5억 3,000만 원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오피스텔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0.43%가 하락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처럼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었다면,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같은 소형 주택의 가격이 올랐어야 합니다. 하지만 집값 상승은 주로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견인했습니다. 세대 분할은 분명한 '현상'이지만, 지금까지의 가파른 집값 상승의 '주원인'이 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 세대 분리, "절세와 청약에 유리"

전문가들은 세대 분할은 시대적 흐름이라면서도, 이번 정부 들어 유독 세대 수가 증가한 이유는 세대 분리가 여러모로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부모와 자녀가 각각 집을 한 채씩 보유하고 있을 경우 같은 세대라면 2주택자로 간주되지만, 세대 분리가 돼 있다면 각각 1주택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2주택자로 간주되면 취득세율이 8%가 적용되지만, 1주택자의 경우 기본 취득세율인 1~3%가 적용됩니다.

청약도 세대 분리를 해야 유리합니다. 전국 시군구의 절반 가량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상황에서 규제지역에서는 세대주에게만 1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집니다. 1주택자인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는 30대 자녀가 청약을 넣으려면 세대 분리를 해야 유리한 구조입니다.

올해 6월 1일부터 시행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기보다는 증여하는 쪽을 택한 것도 세대 수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해 1~11월 증여 건수는 13만 4,642건으로, 12월 증여 건이 집계되지 않았는데도 전년도 증여 건수(11만 847건)를 뛰어넘었습니다.

문제는 공급인데…'특단의 공급대책'에 쏠리는 눈

문 대통령은 현 정부 들어 주택 공급을 과거 정부보다 훨씬 많이 하도록 계획했지만, 급증한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우리 정부 기간 동안 주택 공급 물량이 과거 정부 시기보다 훨씬 더 많게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또 추가로 요구되는 물량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또 3기 신도시 등 이렇게 수도권에 127만 호를 추가로 공급하는 이런 이런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말하자면 이제 공급 면에서는 어느 정도 되리라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2021.01.18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하지만 실제 주택 공급 실적은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 적습니다. 한국주택협회가 발표한 분양실적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전국 주택 분양은 69만 7639가구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2013년 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전국 주택 분양은 81만 1661가구였습니다. 월평균 분양 건수로 계산해도 전 정부보다 적습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말한 '특단의 공급 대책'에 관심이 쏠립니다. 문 대통령은 "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부동산의 공급을 특별하게 늘림으로써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자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설 전에 발표될 공급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내 대량 공급이 가능한 신규 택지의 '깜짝 발표'도 점치고 있습니다. 신임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역세권 고밀 개발과 공공재개발 등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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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이 오른 건 세대 수가 늘었기 때문일까?
    • 입력 2021-01-19 15:22:42
    취재K

어제(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재차 인정했습니다. 그간의 정부 대책이 투기 방지에 역점을 뒀지만, 주택시장의 과열을 막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증가와 함께, 세대 수 증가를 집값 상승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예정에 없던 세대 수의 증가입니다. 그 연유는 앞으로 좀 더 분석해 봐야 됩니다. 이렇게 세대 수가 급증하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그 공급의 물량에 대한 수요가 더 초과하게 되고, 그것으로 결국 공급 부족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부추긴 그런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1.01.18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통계를 보면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인구 수는 2만 명이 줄었습니다. 사상 첫 인구 감소입니다. 하지만 세대 수는 오히려 61만 세대가 늘어났습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가 가팔랐습니다. 지난해 1인 가구는 906만 3352세대로, 전체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9.2%나 됐습니다. 전년보다 6.77% 늘어난 수치입니다.


정말 세대 수 증가가 집값 상승의 원인일까요?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7.57%가 올랐습니다. 인기가 많은 서울 대단지 아파트의 상승폭은 훨씬 큽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서울 아파트 22개 대단지를 분석한 결과 전용면적 59㎡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2017년 1월 6억 6,000만 원에서 지난해 12월 11억 9,000만 원으로 4년 사이에 5억 3,000만 원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오피스텔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0.43%가 하락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처럼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었다면,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같은 소형 주택의 가격이 올랐어야 합니다. 하지만 집값 상승은 주로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견인했습니다. 세대 분할은 분명한 '현상'이지만, 지금까지의 가파른 집값 상승의 '주원인'이 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 세대 분리, "절세와 청약에 유리"

전문가들은 세대 분할은 시대적 흐름이라면서도, 이번 정부 들어 유독 세대 수가 증가한 이유는 세대 분리가 여러모로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부모와 자녀가 각각 집을 한 채씩 보유하고 있을 경우 같은 세대라면 2주택자로 간주되지만, 세대 분리가 돼 있다면 각각 1주택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2주택자로 간주되면 취득세율이 8%가 적용되지만, 1주택자의 경우 기본 취득세율인 1~3%가 적용됩니다.

청약도 세대 분리를 해야 유리합니다. 전국 시군구의 절반 가량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상황에서 규제지역에서는 세대주에게만 1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집니다. 1주택자인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는 30대 자녀가 청약을 넣으려면 세대 분리를 해야 유리한 구조입니다.

올해 6월 1일부터 시행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기보다는 증여하는 쪽을 택한 것도 세대 수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해 1~11월 증여 건수는 13만 4,642건으로, 12월 증여 건이 집계되지 않았는데도 전년도 증여 건수(11만 847건)를 뛰어넘었습니다.

문제는 공급인데…'특단의 공급대책'에 쏠리는 눈

문 대통령은 현 정부 들어 주택 공급을 과거 정부보다 훨씬 많이 하도록 계획했지만, 급증한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우리 정부 기간 동안 주택 공급 물량이 과거 정부 시기보다 훨씬 더 많게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또 추가로 요구되는 물량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또 3기 신도시 등 이렇게 수도권에 127만 호를 추가로 공급하는 이런 이런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말하자면 이제 공급 면에서는 어느 정도 되리라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2021.01.18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하지만 실제 주택 공급 실적은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 적습니다. 한국주택협회가 발표한 분양실적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전국 주택 분양은 69만 7639가구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2013년 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전국 주택 분양은 81만 1661가구였습니다. 월평균 분양 건수로 계산해도 전 정부보다 적습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말한 '특단의 공급 대책'에 관심이 쏠립니다. 문 대통령은 "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부동산의 공급을 특별하게 늘림으로써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자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설 전에 발표될 공급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내 대량 공급이 가능한 신규 택지의 '깜짝 발표'도 점치고 있습니다. 신임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역세권 고밀 개발과 공공재개발 등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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