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제주의 봄은 언제 오나?

입력 2020.11.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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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사)제주4.3범국민위원회[사진 출처](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정부, 4·3특별법 배보상 원칙을 밝히고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 중의 하나인 제주4·3과 관련해 4·3 단체들이 오늘(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회견을 열고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4·3범국민위원회 등은 최근 "여야가 마라톤 회의를 통해 4·3특별법개정안을 조율했지만. 배보상과 관련해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의 무성의로 논의가 막혔다"며, "과거 청산의 출발인 배보상에 첫발을 떼지 못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수차례 공언과 정책 기조는 빛이 바래고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4·3특별법개정안의 배보상 원칙을 밝히고, 대통령이 약속한 사항과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즉각 이행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회견을 계기로, 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역대 대통령이 말한 제주4·3 관련 약속 발언을 찾아봤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나는 제주인의 한과 고통과 희망을 같이 하겠다."…'제주4·3특별법' 제정

"나는 제주인의 한과 고통과 희망을 같이 하겠다."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당시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의 말입니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자신도 용공조작이라는 국가폭력 피해자의 한 사람이라며 제주4·3의 한을 풀겠다고 제주를 방문할 때마다 약속했습니다.

1987년 11월 30일 13대 대통령선거 제주 유세 중 1987년 11월 30일 13대 대통령선거 제주 유세 중

"나는 정권을 잡으면 김구 선생의 억울한 죽음, 장준하 선생의 억울한 죽음, 4·3사태 같은 데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그 진실을 밝혀서 그 유가족과 제주도민 여러분들의 한을 풀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약속은 1999년 12월 김대중 대통령 시절 '제주4·3특별법' 제정이라는 결실로 연결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성과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제주4·3 진상조사보고서'를 발간하고 보름여 뒤 제주를 찾아 국가 차원의 첫 공식사과를 했습니다.

 2003년 10월 31일 제주평화포럼 2003년 10월 31일 제주평화포럼
"저는 이제야말로 해방 직후 정부수립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의 불행한 사건의 역사적 매듭을 짓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에서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해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제주 남로당 무장봉기, 그리고 1954년 9월 21일까지 있었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희생됐습니다. 저는 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정부는 4·3평화공원 조성, 신속한 명예회복 등 위원회의 건의사항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과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비단 그 희생자와 유족만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분들의 충정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한 화해를 위해 보다 밝은 미래를 기약하자는데 그 뜻이 있는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2년 뒤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4·3위령제를 찾았습니다.

다시 한 번 4·3 영령과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지속적인 희생자 명예회복과 추모사업을 약속했습니다.

2006년 4월 3일 4·3사건 58주기 희생자 위령제2006년 4월 3일 4·3사건 58주기 희생자 위령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주도민과 4·3 유가족 여러분. 우리는 오늘 58년 전 분단과 냉전이 불러온 불행한 역사 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당한 분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모였습니다. 저는 먼저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4·3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오랜 세월 말로 다할 수 없는 억울함을 가슴에 감추고 고통을 견뎌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국가 권력이 불법하게 행사됐던 잘못에 대해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제주도민과 유가족 여러분. 2년 반 전 저는 4·3사건 진상조사결과 보고를 받고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해 여러분께 사과를 드린 바 있습니다. 그때 여러분이 보내주신 박수와 눈물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추모 사업 등에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지난달에도 2,800여 명을 4·3희생자로 추가 인정했고, 이곳 4·3평화공원 조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해와 유적지를 발굴하는 일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이제 4·3사건 위원회가 건의한 정부의 사과와 명예회복, 추모사업 등은 나름대로 상당한 진전이 이뤄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넓혀 가면서 가능한 일 하나하나를 점진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4·3사건을 제대로 알리고 무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문재인 정부는 어떨까요?

취임 첫해 70주년 4·3 추념식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4·3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배보상 등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2018년 4월 3일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2018년 4월 3일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
"저는 오늘 여러분께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습니다.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입니다. 여러분이 4·3을 잊지 않았고 여러분과 함께 아파한 분들이 있어, 오늘 우리는 침묵의 세월을 딛고 이렇게 모일 수 있었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4·3의 통한과 고통, 진실을 알려온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들께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4·3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하고, 4·3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4·3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위령제에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께 사과했습니다.

저는 오늘 그 토대 위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합니다.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와 함께,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합니다.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유해 발굴 사업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유족들과 생존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습니다."

제주의 봄이 시작될 거란 이 선언은 여야 간 극한대립 등의 이유로 멈춰 섰습니다.

문 대통령은 올해 다시 4·3추념식을 찾아 국회차원의 관심을 촉구하며 정부의 다짐을 밝혔습니다.

올해 4월 3일 제72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올해 4월 3일 제72주년 4·3 희생자 추념식
"4·3의 해결은 결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웃의 아픔과 공감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태도의 문제입니다. 국제적으로 확립된 보편적 기준에 따라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치유해 나가는 '정의와 화해'의 길입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제주 4·3이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4·3의 완전한 해결의 기반이 되는 배상과 보상 문제를 포함한 '4·3특별법 개정'이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주 4·3은 개별 소송으로 일부 배상을 받거나, 정부의 의료지원금과 생활지원금을 지급받는 것에 머물고 있을 뿐 법에 의한 배·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더딘 발걸음에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4·3은 법적인 정의를 향해서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열여덟 분의 4·3생존 수형인들이 4·3 군사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제기한
재심재판과 형사보상 재판에서 모두 승소했고,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우리는 이제 죄 없는 사람이다."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국가기록원에서 발굴한 수형인 명부가 4·3 수형인들의 무죄를 말해주었습니다.

지난 1년 사이, 그분들 가운데 현창용, 김경인, 김순화, 송석진 어르신이 유명을 달리하셨지만, 국가는 아직 가장 중요한 생존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국가의 도리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존희생자는 물론 1세대 유족도 일흔을 넘기고 있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목격자들도 고령인 상황에서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너무 오래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라고 말했습니다.

해방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우리가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많은 아픈 과거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생존해 있을 때 기본적 정의로서의 실질적인 배상과 보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정치권과 국회에도 '4·3 특별법 개정'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합니다. 입법을 위한 노력과 함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속하게 해나가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지난주 국회와 정부는 4·3 희생자에 대한 보상액을 서로 정하라며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는 재정 부담과 다른 과거사 사건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논의를 미루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국회 법안 심사대에 오르는 제주4·3특별법.

제주의 봄을 선언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진심이었는지, 빈말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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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오래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제주의 봄은 언제 오나?
    • 입력 2020-11-23 17:06:14
    취재K
[사진 출처](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정부, 4·3특별법 배보상 원칙을 밝히고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 중의 하나인 제주4·3과 관련해 4·3 단체들이 오늘(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회견을 열고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4·3범국민위원회 등은 최근 "여야가 마라톤 회의를 통해 4·3특별법개정안을 조율했지만. 배보상과 관련해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의 무성의로 논의가 막혔다"며, "과거 청산의 출발인 배보상에 첫발을 떼지 못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수차례 공언과 정책 기조는 빛이 바래고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4·3특별법개정안의 배보상 원칙을 밝히고, 대통령이 약속한 사항과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즉각 이행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회견을 계기로, 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역대 대통령이 말한 제주4·3 관련 약속 발언을 찾아봤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나는 제주인의 한과 고통과 희망을 같이 하겠다."…'제주4·3특별법' 제정

"나는 제주인의 한과 고통과 희망을 같이 하겠다."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당시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의 말입니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자신도 용공조작이라는 국가폭력 피해자의 한 사람이라며 제주4·3의 한을 풀겠다고 제주를 방문할 때마다 약속했습니다.

1987년 11월 30일 13대 대통령선거 제주 유세 중
"나는 정권을 잡으면 김구 선생의 억울한 죽음, 장준하 선생의 억울한 죽음, 4·3사태 같은 데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그 진실을 밝혀서 그 유가족과 제주도민 여러분들의 한을 풀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약속은 1999년 12월 김대중 대통령 시절 '제주4·3특별법' 제정이라는 결실로 연결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성과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제주4·3 진상조사보고서'를 발간하고 보름여 뒤 제주를 찾아 국가 차원의 첫 공식사과를 했습니다.

 2003년 10월 31일 제주평화포럼"저는 이제야말로 해방 직후 정부수립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의 불행한 사건의 역사적 매듭을 짓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에서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해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제주 남로당 무장봉기, 그리고 1954년 9월 21일까지 있었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희생됐습니다. 저는 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정부는 4·3평화공원 조성, 신속한 명예회복 등 위원회의 건의사항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과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비단 그 희생자와 유족만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분들의 충정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한 화해를 위해 보다 밝은 미래를 기약하자는데 그 뜻이 있는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2년 뒤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4·3위령제를 찾았습니다.

다시 한 번 4·3 영령과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지속적인 희생자 명예회복과 추모사업을 약속했습니다.

2006년 4월 3일 4·3사건 58주기 희생자 위령제"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주도민과 4·3 유가족 여러분. 우리는 오늘 58년 전 분단과 냉전이 불러온 불행한 역사 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당한 분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모였습니다. 저는 먼저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4·3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오랜 세월 말로 다할 수 없는 억울함을 가슴에 감추고 고통을 견뎌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국가 권력이 불법하게 행사됐던 잘못에 대해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제주도민과 유가족 여러분. 2년 반 전 저는 4·3사건 진상조사결과 보고를 받고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해 여러분께 사과를 드린 바 있습니다. 그때 여러분이 보내주신 박수와 눈물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추모 사업 등에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지난달에도 2,800여 명을 4·3희생자로 추가 인정했고, 이곳 4·3평화공원 조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해와 유적지를 발굴하는 일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이제 4·3사건 위원회가 건의한 정부의 사과와 명예회복, 추모사업 등은 나름대로 상당한 진전이 이뤄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넓혀 가면서 가능한 일 하나하나를 점진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4·3사건을 제대로 알리고 무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문재인 정부는 어떨까요?

취임 첫해 70주년 4·3 추념식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4·3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배보상 등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2018년 4월 3일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저는 오늘 여러분께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습니다.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입니다. 여러분이 4·3을 잊지 않았고 여러분과 함께 아파한 분들이 있어, 오늘 우리는 침묵의 세월을 딛고 이렇게 모일 수 있었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4·3의 통한과 고통, 진실을 알려온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들께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4·3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하고, 4·3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4·3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위령제에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께 사과했습니다.

저는 오늘 그 토대 위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합니다.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와 함께,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합니다.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유해 발굴 사업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유족들과 생존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습니다."

제주의 봄이 시작될 거란 이 선언은 여야 간 극한대립 등의 이유로 멈춰 섰습니다.

문 대통령은 올해 다시 4·3추념식을 찾아 국회차원의 관심을 촉구하며 정부의 다짐을 밝혔습니다.

올해 4월 3일 제72주년 4·3 희생자 추념식"4·3의 해결은 결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웃의 아픔과 공감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태도의 문제입니다. 국제적으로 확립된 보편적 기준에 따라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치유해 나가는 '정의와 화해'의 길입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제주 4·3이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4·3의 완전한 해결의 기반이 되는 배상과 보상 문제를 포함한 '4·3특별법 개정'이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주 4·3은 개별 소송으로 일부 배상을 받거나, 정부의 의료지원금과 생활지원금을 지급받는 것에 머물고 있을 뿐 법에 의한 배·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더딘 발걸음에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4·3은 법적인 정의를 향해서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열여덟 분의 4·3생존 수형인들이 4·3 군사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제기한
재심재판과 형사보상 재판에서 모두 승소했고,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우리는 이제 죄 없는 사람이다."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국가기록원에서 발굴한 수형인 명부가 4·3 수형인들의 무죄를 말해주었습니다.

지난 1년 사이, 그분들 가운데 현창용, 김경인, 김순화, 송석진 어르신이 유명을 달리하셨지만, 국가는 아직 가장 중요한 생존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국가의 도리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존희생자는 물론 1세대 유족도 일흔을 넘기고 있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목격자들도 고령인 상황에서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너무 오래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라고 말했습니다.

해방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우리가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많은 아픈 과거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생존해 있을 때 기본적 정의로서의 실질적인 배상과 보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정치권과 국회에도 '4·3 특별법 개정'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합니다. 입법을 위한 노력과 함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속하게 해나가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지난주 국회와 정부는 4·3 희생자에 대한 보상액을 서로 정하라며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는 재정 부담과 다른 과거사 사건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논의를 미루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국회 법안 심사대에 오르는 제주4·3특별법.

제주의 봄을 선언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진심이었는지, 빈말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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