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농도 410ppm 시대, 또 관측 사상 최고

입력 2020.11.23 (17:03) 수정 2020.11.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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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 사상 최고.
역대 기록 경신.

언제부턴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앞엔 매년 이런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역시, 전 지구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 410.5ppm, 관측 사상 최고 농도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 전 지구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 410ppm 시대

세계기상기구(WMO)는 오늘 발표한 온실가스 연보를 통해, 지난해 전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가 410ppm을 넘어섰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지난 2018년보다도 2.6ppm 더 높아진 수치입니다.

제가 기상전문기자로 처음 취재를 시작한 지난 2005년만 해도, 과연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는다는 게 가능할까 반신반의했는데요. 지난 2015년 400ppm을 넘어선 뒤 파죽지세로 지난해엔 410ppm마저 넘어섰습니다.

자료: 기상청자료: 기상청

우리나라는 그래프 기울기가 더 가파릅니다.

국내 대표적인 온실가스 관측지점인 안면도 기후변화 감시소에서 분석한 지난해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는 417.9ppm, 전 지구 평균치보다 7ppm 이상 높습니다.

위 그래프에 우리나라(안면도) 연평균 농도를 올려보면 마치 평행한 하나의 선처럼 관측기간 내내 전 세계 평균치를 웃돌고 있습니다. 아래 표 같은 모습이죠.

자료: 기상청자료: 기상청

지난 1999년부터 관측을 시작한 우리나라(안면도)에선 지난 2013년에 일찌감치 연평균 농도 400ppm을 넘어섰고, 지난 2016년 이미 409.9ppm을 기록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우리의 기후변화 시계는 전 세계 평균치보다도 삼 년 이상 빨리 흐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산화탄소농도가 전년도보다 얼마나 늘었는지는 보여주는 '절대 증가 값' 역시 지난해 우리나라(안면도)에선 2.7ppm 상승해 전 지구 평균치보다 조금 높습니다.

게다가 최근 20년 가운데 14년은 전 지구 평균 상승 폭을 웃돌았고, 최근 들어선 더욱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료: 기상청자료: 기상청

■ 코로나19로 다소 줄었다지만…."미미한 양"

이렇게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진 건, 실제로 대기 중으로 내뿜어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계속 상승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크게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국제 과학자들로 이루어진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코린 르 퀘레 교수의 공동 연구팀이 69개국의 일일 배출량을 내놓은 결과입니다.

자료 : Nature Climate Change자료 : Nature Climate Change

먼저 왼쪽의 그래프는 지난 1970년대부터의 전 세계 일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나타낸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파란색 이산화탄소 배출량 그래프가 갑자기 붉은색 동그라미 친 부분에서 뚝 떨어진 모습이 보이죠? 지난 2월과 4월 사이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되었을 무렵입니다.

이 줄어든 기간만 따로 떼서 자세히 확대해 볼까요. 오른쪽 그래프입니다. 뚝 떨어진 일일 최대 배출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17%나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도시봉쇄나 산업 활동 제한 조치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었기 때문에 이후엔 또다시 배출량이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세계기상기구(WMO) 역시 오늘 발표한 연보에서, 코로나 확산 기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7%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0.08~0.23ppm 정도의 미미한 양을 낮추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년에 증가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연평균 3ppm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농도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을 걸로 보는 셈입니다.

■ 기후변화의 '시그널'...이번 겨울은?

이 같은 기후변화에 당장 걱정되는 건, 올겨울 날씨입니다.

북극의 기후변화 속도는 다른 지역보다 두 배 이상 가파른 데다 북극의 신호는 한반도의 겨울 날씨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북극이 따뜻해지면, 찬 공기를 가두는 '둑'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의 흐름이 느슨해지는데, 이 경우 중위도 지역에선 기압계 흐름이 정체되고 북극 찬 공기까지 밀려와 장기간 매서운 한파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올해 역시 북극의 이상고온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북극 바다 얼음 면적은 최근 10년 평균 면적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10월 북극의 바다 얼음은 관측 이후 가장 많이 녹아내려 관측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달 들어 해빙 면적이 빠르게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금 이맘때 다른 해와 비교하면 201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적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러시아 북쪽 해역, 카라-바렌츠 해의 경우 카라 해는 여전히 거의 얼음이 얼지 않았고, 바렌츠 해 역시 북극 얼음이 가장 많이 녹았던 지난 2012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걸로 분석됩니다.


이 경우 카라-바렌츠 해 부근에 머물던 찬 북극 공기가 우랄산맥을 지나 밀려 내려오는 과정에서 강력한 한기의 축이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부근에 놓일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게다가 적도 부근에선 지난 가을 이후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은 '라니냐'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지금도 감시구역의 수온이 0.8도 낮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서 이런 기조가 이번 겨울까지는 계속 유지될 걸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통계적으로 라니냐가 발달하는 초 겨울철 우리나라는 평년보다 기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기상청, 올겨울엔 '초겨울 매서운 한파' 경고

기상청은 오늘(23일) 겨울철 기상전망(2020년 12월~2021년 2월)을 발표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올해는 예년보다 추운 겨울이 될 가능성이 큰 걸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12월 초겨울에 기온이 큰 폭으로 내릴 때가 있겠고, 12월 하순엔 북극한파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전망까지 내놓았습니다.


이렇게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는 시점엔 서해안과 제주, 동해안 지역으로 많은 눈이 내릴 걸로 예측됐습니다.
특히 눈이나 비의 양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이지만, 12월엔 서해안과 제주지역에 많은 눈이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기상청 이현수 기후예측과장은 "예보를 내기에 앞서 전 세계 11개 역학모델 결과에선 평년과 기온이 비슷하거나 높을 걸로 예측됐지만, 최근 북극 해빙과 라니냐 등 한파에 기여하는 요소들을 고려해 예보의 큰 틀을 바꾸었고, 이달 초 열린 한·중·일·몽골 기후예측 전문가 회의 결과에서도 초겨울 추위가 클 걸로 의견을 같이 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가파른 기후 변화 속 찾아온 이번 겨울, 여전히 불확실성은 크지만, 기습한파에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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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산화탄소 농도 410ppm 시대, 또 관측 사상 최고
    • 입력 2020-11-23 17:03:38
    • 수정2020-11-23 18:40:06
    취재K

관측 사상 최고.
역대 기록 경신.

언제부턴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앞엔 매년 이런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역시, 전 지구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 410.5ppm, 관측 사상 최고 농도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 전 지구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 410ppm 시대

세계기상기구(WMO)는 오늘 발표한 온실가스 연보를 통해, 지난해 전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가 410ppm을 넘어섰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지난 2018년보다도 2.6ppm 더 높아진 수치입니다.

제가 기상전문기자로 처음 취재를 시작한 지난 2005년만 해도, 과연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는다는 게 가능할까 반신반의했는데요. 지난 2015년 400ppm을 넘어선 뒤 파죽지세로 지난해엔 410ppm마저 넘어섰습니다.

자료: 기상청
우리나라는 그래프 기울기가 더 가파릅니다.

국내 대표적인 온실가스 관측지점인 안면도 기후변화 감시소에서 분석한 지난해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는 417.9ppm, 전 지구 평균치보다 7ppm 이상 높습니다.

위 그래프에 우리나라(안면도) 연평균 농도를 올려보면 마치 평행한 하나의 선처럼 관측기간 내내 전 세계 평균치를 웃돌고 있습니다. 아래 표 같은 모습이죠.

자료: 기상청
지난 1999년부터 관측을 시작한 우리나라(안면도)에선 지난 2013년에 일찌감치 연평균 농도 400ppm을 넘어섰고, 지난 2016년 이미 409.9ppm을 기록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우리의 기후변화 시계는 전 세계 평균치보다도 삼 년 이상 빨리 흐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산화탄소농도가 전년도보다 얼마나 늘었는지는 보여주는 '절대 증가 값' 역시 지난해 우리나라(안면도)에선 2.7ppm 상승해 전 지구 평균치보다 조금 높습니다.

게다가 최근 20년 가운데 14년은 전 지구 평균 상승 폭을 웃돌았고, 최근 들어선 더욱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료: 기상청
■ 코로나19로 다소 줄었다지만…."미미한 양"

이렇게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진 건, 실제로 대기 중으로 내뿜어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계속 상승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크게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국제 과학자들로 이루어진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코린 르 퀘레 교수의 공동 연구팀이 69개국의 일일 배출량을 내놓은 결과입니다.

자료 : Nature Climate Change
먼저 왼쪽의 그래프는 지난 1970년대부터의 전 세계 일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나타낸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파란색 이산화탄소 배출량 그래프가 갑자기 붉은색 동그라미 친 부분에서 뚝 떨어진 모습이 보이죠? 지난 2월과 4월 사이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되었을 무렵입니다.

이 줄어든 기간만 따로 떼서 자세히 확대해 볼까요. 오른쪽 그래프입니다. 뚝 떨어진 일일 최대 배출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17%나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도시봉쇄나 산업 활동 제한 조치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었기 때문에 이후엔 또다시 배출량이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세계기상기구(WMO) 역시 오늘 발표한 연보에서, 코로나 확산 기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7%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0.08~0.23ppm 정도의 미미한 양을 낮추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년에 증가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연평균 3ppm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농도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을 걸로 보는 셈입니다.

■ 기후변화의 '시그널'...이번 겨울은?

이 같은 기후변화에 당장 걱정되는 건, 올겨울 날씨입니다.

북극의 기후변화 속도는 다른 지역보다 두 배 이상 가파른 데다 북극의 신호는 한반도의 겨울 날씨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북극이 따뜻해지면, 찬 공기를 가두는 '둑'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의 흐름이 느슨해지는데, 이 경우 중위도 지역에선 기압계 흐름이 정체되고 북극 찬 공기까지 밀려와 장기간 매서운 한파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올해 역시 북극의 이상고온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북극 바다 얼음 면적은 최근 10년 평균 면적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10월 북극의 바다 얼음은 관측 이후 가장 많이 녹아내려 관측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달 들어 해빙 면적이 빠르게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금 이맘때 다른 해와 비교하면 201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적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러시아 북쪽 해역, 카라-바렌츠 해의 경우 카라 해는 여전히 거의 얼음이 얼지 않았고, 바렌츠 해 역시 북극 얼음이 가장 많이 녹았던 지난 2012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걸로 분석됩니다.


이 경우 카라-바렌츠 해 부근에 머물던 찬 북극 공기가 우랄산맥을 지나 밀려 내려오는 과정에서 강력한 한기의 축이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부근에 놓일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게다가 적도 부근에선 지난 가을 이후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은 '라니냐'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지금도 감시구역의 수온이 0.8도 낮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서 이런 기조가 이번 겨울까지는 계속 유지될 걸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통계적으로 라니냐가 발달하는 초 겨울철 우리나라는 평년보다 기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기상청, 올겨울엔 '초겨울 매서운 한파' 경고

기상청은 오늘(23일) 겨울철 기상전망(2020년 12월~2021년 2월)을 발표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올해는 예년보다 추운 겨울이 될 가능성이 큰 걸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12월 초겨울에 기온이 큰 폭으로 내릴 때가 있겠고, 12월 하순엔 북극한파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전망까지 내놓았습니다.


이렇게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는 시점엔 서해안과 제주, 동해안 지역으로 많은 눈이 내릴 걸로 예측됐습니다.
특히 눈이나 비의 양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이지만, 12월엔 서해안과 제주지역에 많은 눈이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기상청 이현수 기후예측과장은 "예보를 내기에 앞서 전 세계 11개 역학모델 결과에선 평년과 기온이 비슷하거나 높을 걸로 예측됐지만, 최근 북극 해빙과 라니냐 등 한파에 기여하는 요소들을 고려해 예보의 큰 틀을 바꾸었고, 이달 초 열린 한·중·일·몽골 기후예측 전문가 회의 결과에서도 초겨울 추위가 클 걸로 의견을 같이 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가파른 기후 변화 속 찾아온 이번 겨울, 여전히 불확실성은 크지만, 기습한파에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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