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손목을 꽉 잡은 미국”…英 주간지 표지의 의미

입력 2020.11.23 (07:00) 수정 2020.11.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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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이번 주 표지입니다. 미국 성조기가 표시된 손이 한국의 손목을 잡는 것을 시작으로,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EU)이 서로 손목을 잡고 있습니다. 제목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중국 전략(The China strategy America needs)'입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이 그림의 뜻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들과 큰 협상을 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본능 때문에 그동안 중국과 홀로 싸움을 진행했지만, 바이든은 대(對)중국 전략을 준비할 때 다른 경로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나라들과 큰 협상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동맹에 대한 장애물은 크지만, 그 혜택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중국과 맞서면서 힘을 합칠 '비슷한 생각을 하는 나라'에 한국이 가장 먼저 등장한 겁니다.

이코노미스트지 기사 내용이코노미스트지 기사 내용

■ "바이든, 트럼프보다 거친 펀치는 덜 날리겠지만…"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중국에 더 유화적인 정책을 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으로 일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분을 쌓은 점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지는 조금 다르게 분석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면서도, 다만 '거친 펀치'는 조금 덜 날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훨씬 더 적대적으로 변했고, 바이든은 중국에 대한 생각을 '재프로그래밍'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래서 '제2의 냉전(The Second Cold War)'은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미국 외교·안보 분야 석학인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이란 저서를 통해 중국과 미국의 전쟁은 예정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미국은 이미 이인자고 중국이 일인자"라고 주장하며, 신흥 세력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불안감으로 구조적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세미나'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 시대에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빅터 차 교수는 "미국 새 행정부가 신장 위구르와 홍콩 문제 등에서 인권의 가치를 중요시하며 중국과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미·중 갈등은 어떤 리더가 오더라도 구조적으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특히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대립하기 위해 '동맹'을 끌어들일 거라고 예견되는 상황입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이 손목을 잡는 첫 번째 동맹으로 한국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만큼 미국에게 한국이 중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바이든 시대' 견제 위해 방한하는 中 왕이 외교부장

중국도 이러한 흐름을 모를 리 없습니다. 당장 중국 외교수장인 왕이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이번 주 방한합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초청으로 25일부터 27일까지 2박 3일간 한국에 머뭅니다. 강경화 장관은 물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두루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계획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왕이 부장은 일본을 거쳐 한국에 옵니다. 일본에서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납니다. 왕이 부장은 일본과 한국에서,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바이든 행정부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고, 대중 정책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이 선제적으로 어떤 정책적 선택을 요구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이 한국에 동맹으로서의 '반중국 전선'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황을 관리하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미·중 갈등이 첨예해진 뒤,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는 것은 '국제적인 공영과 정의'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올해 8월 방한했던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도 서훈 국가안보실장과의 회담에서 미·중 관계의 원칙적 입장에 대해 명백하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미국을 방문해 커트 캠벨 아시아그룹 회장을 만난 더불어민주당 한반도TF 대표단미국을 방문해 커트 캠벨 아시아그룹 회장을 만난 더불어민주당 한반도TF 대표단

■ "치밀하고 세련된 외교적 대응 필요"

미국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동맹입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제1의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특히 한국 입장에선 남북 관계를 풀 때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동맹'으로서의 '반중국노선' 동참을 요구해올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틀을 잡을 때까지 최소 5~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가 전략을 마련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한반도TF 대표단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측 인사들은 친절했다"며 "변화된 대한민국의 국격만큼이나 미국을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들을 정성껏 대해줬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고 소회했습니다.

윤건영 의원은 "다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며 "거칠고 일방적인 요구는 하지 않겠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윤 의원은 "동맹을 우선하고 외교를 고려하는 상대를 만났으니 이제 진짜 우리 하기 나름"이라며 "치밀하고 세련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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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손목을 꽉 잡은 미국”…英 주간지 표지의 의미
    • 입력 2020-11-23 07:00:24
    • 수정2020-11-23 08:52:39
    취재K
영국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이번 주 표지입니다. 미국 성조기가 표시된 손이 한국의 손목을 잡는 것을 시작으로,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EU)이 서로 손목을 잡고 있습니다. 제목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중국 전략(The China strategy America needs)'입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이 그림의 뜻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들과 큰 협상을 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본능 때문에 그동안 중국과 홀로 싸움을 진행했지만, 바이든은 대(對)중국 전략을 준비할 때 다른 경로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나라들과 큰 협상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동맹에 대한 장애물은 크지만, 그 혜택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중국과 맞서면서 힘을 합칠 '비슷한 생각을 하는 나라'에 한국이 가장 먼저 등장한 겁니다.

이코노미스트지 기사 내용
■ "바이든, 트럼프보다 거친 펀치는 덜 날리겠지만…"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중국에 더 유화적인 정책을 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으로 일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분을 쌓은 점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지는 조금 다르게 분석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면서도, 다만 '거친 펀치'는 조금 덜 날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훨씬 더 적대적으로 변했고, 바이든은 중국에 대한 생각을 '재프로그래밍'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래서 '제2의 냉전(The Second Cold War)'은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미국 외교·안보 분야 석학인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이란 저서를 통해 중국과 미국의 전쟁은 예정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미국은 이미 이인자고 중국이 일인자"라고 주장하며, 신흥 세력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불안감으로 구조적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세미나'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 시대에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빅터 차 교수는 "미국 새 행정부가 신장 위구르와 홍콩 문제 등에서 인권의 가치를 중요시하며 중국과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미·중 갈등은 어떤 리더가 오더라도 구조적으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특히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대립하기 위해 '동맹'을 끌어들일 거라고 예견되는 상황입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이 손목을 잡는 첫 번째 동맹으로 한국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만큼 미국에게 한국이 중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바이든 시대' 견제 위해 방한하는 中 왕이 외교부장

중국도 이러한 흐름을 모를 리 없습니다. 당장 중국 외교수장인 왕이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이번 주 방한합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초청으로 25일부터 27일까지 2박 3일간 한국에 머뭅니다. 강경화 장관은 물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두루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계획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왕이 부장은 일본을 거쳐 한국에 옵니다. 일본에서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납니다. 왕이 부장은 일본과 한국에서,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바이든 행정부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고, 대중 정책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이 선제적으로 어떤 정책적 선택을 요구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이 한국에 동맹으로서의 '반중국 전선'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황을 관리하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미·중 갈등이 첨예해진 뒤,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는 것은 '국제적인 공영과 정의'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올해 8월 방한했던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도 서훈 국가안보실장과의 회담에서 미·중 관계의 원칙적 입장에 대해 명백하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미국을 방문해 커트 캠벨 아시아그룹 회장을 만난 더불어민주당 한반도TF 대표단
■ "치밀하고 세련된 외교적 대응 필요"

미국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동맹입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제1의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특히 한국 입장에선 남북 관계를 풀 때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동맹'으로서의 '반중국노선' 동참을 요구해올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틀을 잡을 때까지 최소 5~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가 전략을 마련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한반도TF 대표단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측 인사들은 친절했다"며 "변화된 대한민국의 국격만큼이나 미국을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들을 정성껏 대해줬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고 소회했습니다.

윤건영 의원은 "다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며 "거칠고 일방적인 요구는 하지 않겠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윤 의원은 "동맹을 우선하고 외교를 고려하는 상대를 만났으니 이제 진짜 우리 하기 나름"이라며 "치밀하고 세련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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