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秋 아들 의혹’ 어떻게 언론의 베스트셀러가 됐나?

입력 2020.09.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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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 모 씨의 카투사 군 복무 시절 휴가(병가와 개인 연가) 사용을 두고 야당에서 연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언론도 해당 의혹에 대해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추 장관의 아들이 됐습니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 사용과 관련한 의혹은 사실 제기된 지 시간이 제법 지난 문제입니다. 지난해 12월, 추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제보를 받았다며 최초로 문제를 제기했던 일입니다. 이후 검찰 고발, 야당의 수사 촉구 등의 '사건'이 있었지만, 언론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언론에서는 추미애 장관의 아들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걸까요?

너무 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의혹 제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복잡해졌지만 사실 이 의혹의 핵심 쟁점은 간단합니다.


"부대 미복귀 뒤 외압 통한 휴가 연장 VS 지휘관 사전 승인받은 정상적 휴가 연장"

서 씨는 2016년에 카투사로 입대했고 2017년 6월 병가를 사용합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서 씨는 2017년 6월 5일부터 14일까지 1차 병가에서 무릎 수술을 받고, 15일부터 23일까지 2차 병가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연가, 즉 개인 휴가를 사용합니다.

문제는 24일~27일까지 사용한 나흘간의 연가를 두고 의혹이 불거졌단 겁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제보자 당직 사병 A 씨는 25일 당직 근무 당시 서 씨가 아직도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서 씨에게 전화를 걸어 부대에 복귀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잠시 뒤 상급부대 장교로 보이는 간부가 나타나 서 씨는 휴가로 처리됐으니 서 씨를 미복귀로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을 당직 사병 A 씨는 펴고 있습니다. 당직 사병의 주장에 따르면 서 씨는 병가가 끝나고도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던 문제를 일으킨 겁니다.

반면, 서 씨 측은 24일부터 27일까지의 휴가는 이미 보고해 구두로 지휘관의 승인을 받았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당직 사병이 오해해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결국 가장 큰 쟁점은 서 씨가 병가가 끝나고도 부대로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직 사병이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자 외압을 통해 개인 연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휴가를 연장해 문제를 무마한 것인지, 아니면 사전에 보고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휴가를 이미 연장한 상황이었는데 이를 당직 사병이 오해했는지 여부입니다.

야당의 지속된 폭로전, 그리고 언론에서 쏟아진 기사들. 진흙탕이 된 의혹은 결국 검찰 수사와 또 만약 기소된다면 재판을 통해서 밝혀질 일입니다. 야당과 언론에서는 해당 검찰 수사팀의 수사를 두고도 공정성 또는 적절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언론이 이번 문제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의혹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걸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언론의 권력 감시, 특히 집권 여당의 법무부 장관 관련, 그리고 그 장관 자녀의 군 시절 관련 의혹이라면 철저히 살펴봐야 하는 게 언론의 존재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지금처럼 수천 건의 기사를 쏟아낼 일인지, 그리고 그 기사들이 모두 진실을 추구하고 있는지는 달리 판단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고정패널 임자운 변호사는 "추미애 장관이 여당 당 대표였던 시절의 일이고, 지금은 법무부 장관의 일로 충분히 자격 시비가 붙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너무 과하다.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이 진상 규명을 원하는 여론을 모으고자 했다면 지금보다 정제되게 차분하게 했을 때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쏟아지는 기사...선을 넘는 의혹 제기와 억측

지나치게 많은 기사가 쏟아지면서 기사 자체가 진실 규명 보다는 의혹의 확산 그 자체에만 목적을 두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패널들이 지적한 대표적 기사가 바로 조선일보에서 지난 10일, 보도한 "[단독]무릎 아프다던 추미애 아들, 나랏돈 받으며 프로축구단 인턴 중" 기사입니다.

추미애 장관 아들 서 씨가 군 복무 시절 무릎 수술까지 받았는데 어떻게 축구단 인턴을 할 수 있느냐는 뉘앙스의 기사지만, 실제 해당 구단 측에서는 "사무 업무 인턴으로 관련이 없으며, 채용 과정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으로 가족관계를 전혀 몰랐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습니다.

고정패널 강유정 교수는 "(서 씨가 프로 축구단에) 축구 선수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주기 쉬운 기사"라며, "결국은 (서 씨에 대해) 나쁘고 부정적인 추측을 하기 좋은 소스를 (기사에) 뿌려놓은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어 "해당 기사는 정정보도가 아니라 단독이라는 이름을 고스란히 달고 몇 시간 뒤에 제목만 바꿨다"며, "'60:1 경쟁률 뚫고 나랏돈 받으며 프로축구단 인턴 중'이라고 바꿔 비아냥거리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추 장관 아들 의혹, KBS 보도는 어떤가?

KBS의 보도를 두고도 비판은 이어졌습니다. 특히, KBS가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기계적 중립에만 충실하거나 정치적 공방 보도만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패널로 참여한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KBS의 보도 상황에 대해 "다른 언론들이 의혹 받아쓰기만 한다고 하더라도 KBS는 달리 어떤 방식으로 의혹에 접근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이 있어야 하고 답이 있어야 한다"며, "아니면 KBS가 왜 공적 매체냐는 것에 대해서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106회는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 어떻게 언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나?>라는 주제로 오는 20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 교수, 정연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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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秋 아들 의혹’ 어떻게 언론의 베스트셀러가 됐나?
    • 입력 2020-09-19 08:01:14
    저널리즘 토크쇼 J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 모 씨의 카투사 군 복무 시절 휴가(병가와 개인 연가) 사용을 두고 야당에서 연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언론도 해당 의혹에 대해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추 장관의 아들이 됐습니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 사용과 관련한 의혹은 사실 제기된 지 시간이 제법 지난 문제입니다. 지난해 12월, 추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제보를 받았다며 최초로 문제를 제기했던 일입니다. 이후 검찰 고발, 야당의 수사 촉구 등의 '사건'이 있었지만, 언론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언론에서는 추미애 장관의 아들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걸까요?

너무 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의혹 제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복잡해졌지만 사실 이 의혹의 핵심 쟁점은 간단합니다.


"부대 미복귀 뒤 외압 통한 휴가 연장 VS 지휘관 사전 승인받은 정상적 휴가 연장"

서 씨는 2016년에 카투사로 입대했고 2017년 6월 병가를 사용합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서 씨는 2017년 6월 5일부터 14일까지 1차 병가에서 무릎 수술을 받고, 15일부터 23일까지 2차 병가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연가, 즉 개인 휴가를 사용합니다.

문제는 24일~27일까지 사용한 나흘간의 연가를 두고 의혹이 불거졌단 겁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제보자 당직 사병 A 씨는 25일 당직 근무 당시 서 씨가 아직도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서 씨에게 전화를 걸어 부대에 복귀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잠시 뒤 상급부대 장교로 보이는 간부가 나타나 서 씨는 휴가로 처리됐으니 서 씨를 미복귀로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을 당직 사병 A 씨는 펴고 있습니다. 당직 사병의 주장에 따르면 서 씨는 병가가 끝나고도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던 문제를 일으킨 겁니다.

반면, 서 씨 측은 24일부터 27일까지의 휴가는 이미 보고해 구두로 지휘관의 승인을 받았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당직 사병이 오해해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결국 가장 큰 쟁점은 서 씨가 병가가 끝나고도 부대로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직 사병이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자 외압을 통해 개인 연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휴가를 연장해 문제를 무마한 것인지, 아니면 사전에 보고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휴가를 이미 연장한 상황이었는데 이를 당직 사병이 오해했는지 여부입니다.

야당의 지속된 폭로전, 그리고 언론에서 쏟아진 기사들. 진흙탕이 된 의혹은 결국 검찰 수사와 또 만약 기소된다면 재판을 통해서 밝혀질 일입니다. 야당과 언론에서는 해당 검찰 수사팀의 수사를 두고도 공정성 또는 적절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언론이 이번 문제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의혹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걸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언론의 권력 감시, 특히 집권 여당의 법무부 장관 관련, 그리고 그 장관 자녀의 군 시절 관련 의혹이라면 철저히 살펴봐야 하는 게 언론의 존재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지금처럼 수천 건의 기사를 쏟아낼 일인지, 그리고 그 기사들이 모두 진실을 추구하고 있는지는 달리 판단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고정패널 임자운 변호사는 "추미애 장관이 여당 당 대표였던 시절의 일이고, 지금은 법무부 장관의 일로 충분히 자격 시비가 붙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너무 과하다.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이 진상 규명을 원하는 여론을 모으고자 했다면 지금보다 정제되게 차분하게 했을 때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쏟아지는 기사...선을 넘는 의혹 제기와 억측

지나치게 많은 기사가 쏟아지면서 기사 자체가 진실 규명 보다는 의혹의 확산 그 자체에만 목적을 두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패널들이 지적한 대표적 기사가 바로 조선일보에서 지난 10일, 보도한 "[단독]무릎 아프다던 추미애 아들, 나랏돈 받으며 프로축구단 인턴 중" 기사입니다.

추미애 장관 아들 서 씨가 군 복무 시절 무릎 수술까지 받았는데 어떻게 축구단 인턴을 할 수 있느냐는 뉘앙스의 기사지만, 실제 해당 구단 측에서는 "사무 업무 인턴으로 관련이 없으며, 채용 과정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으로 가족관계를 전혀 몰랐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습니다.

고정패널 강유정 교수는 "(서 씨가 프로 축구단에) 축구 선수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주기 쉬운 기사"라며, "결국은 (서 씨에 대해) 나쁘고 부정적인 추측을 하기 좋은 소스를 (기사에) 뿌려놓은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어 "해당 기사는 정정보도가 아니라 단독이라는 이름을 고스란히 달고 몇 시간 뒤에 제목만 바꿨다"며, "'60:1 경쟁률 뚫고 나랏돈 받으며 프로축구단 인턴 중'이라고 바꿔 비아냥거리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추 장관 아들 의혹, KBS 보도는 어떤가?

KBS의 보도를 두고도 비판은 이어졌습니다. 특히, KBS가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기계적 중립에만 충실하거나 정치적 공방 보도만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패널로 참여한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KBS의 보도 상황에 대해 "다른 언론들이 의혹 받아쓰기만 한다고 하더라도 KBS는 달리 어떤 방식으로 의혹에 접근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이 있어야 하고 답이 있어야 한다"며, "아니면 KBS가 왜 공적 매체냐는 것에 대해서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106회는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 어떻게 언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나?>라는 주제로 오는 20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 교수, 정연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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