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정부가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도입 꺼리는 이유는?

입력 2020.09.19 (07:03) 수정 2020.09.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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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를 전 국민에게 지급해 자가진단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그제(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일반 국민이 진단키트를 가질 수 있도록 조치해서 각자가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체제로 가야 하지 않는지 정부가 구체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같은 당 강기윤 의원과 지상욱 여의도연구원(국민의힘 싱크탱크 조직) 원장도 신속진단키트를 활용한 전국민 자가검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도입을 꺼리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도대체 신속진단키트라는 게 뭐길래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걸까요? 또,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이 26.8%에 이르고 무증상 확진자가 30~40%에 달하는 상황에도 방역 당국이 신속진단키트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가 뭘까요?

■ 유전자 검사방식만 OK, 신속진단키트는 NO…왜?

코로나19 진단시약은 검사 물질에 따라 크게 유전자, 항원, 항체 검사 방식으로 나뉩니다. 신속진단키트는 항원·항체 검사를 뜻합니다.

정부는 세가지 형태 중 유전자 진단시약(RT-PCR)을 공인된 방식으로 채택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해 진단하는 방식이어서 미량의 바이러스도 탐지할 수 있고 정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됐기 때문입니다.

항원 검사 방식은 바이러스와 결합한 특정물질을 검출해 감염여부를 판단합니다. 바이러스에서 비롯된 물질을 검사한다는 차원에서 유전자 검사 방식과 비슷한데요. 유전자를 증폭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만큼 항원 검사는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가 있어야 제대로 진단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항체 검사는 혈액을 채취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검사합니다. 항체가 있다는 건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감염된 적이 있다는 걸 뜻하므로 이를 통해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거죠. 다만 감염 후 항체가 생기기까지 대략 1~2주가 걸리기 때문에 초기진단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항원·항체 검사는 유전자 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걸로 보고됐습니다. 식약처는 그런 점을 고려해 진단시약의 허가 기준을 항원·항체 검사의 경우 임상적 민감도 70% 이상, 특이도 90% 이상을 충족하도록 했습니다. 민감도란 질병이 있는 사람을 질병이 있다고 진단할 확률을 뜻하고 특이도는 그 반대의 경우를 말합니다. 민감도 90%, 특이도 95% 이상인 유전자 검사의 승인 기준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항원·항체 진단시약은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국내 업체가 개발한 항원·항체 진단시약 82종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죠. 정확도가 떨어진다는데 해외에 수출하는 이유는 뭘까요?

식약처와 진단시약 업계에 따르면 방역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유전자 진단의 대안으로 항체 진단시약을 활용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유전자 시약과 함께 혼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원·항체 진단시약은 유전자 진단시약에 비해 훨씬 싸고 전문 분석 인력과 장비가 없어도 된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6시간 정도 걸리는 유전자 검사에 비해 15분 만에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힙니다.

보건 당국은 현재로선 이런 장점보다 진단의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

■ 방역 당국,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우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그제(17일) 오후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신속진단키트가 편하고 빠르다는 건 잘 알지만 낮은 민감도로 인한 가짜 음성의 문제(오진) 때문에 사용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제조사들이 밝히고 있는 민감도가 90%라고 하더라도 나머지 10%는 놓친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추가적인 전파를 차단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이 신속진단키트로 자가진단을 한 결과 확진으로 나오면 대개 병원을 찾겠지만, 실제 감염자인데도 불구하고 오진이 나올 경우 오히려 마음 놓고 돌아다니게 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일각에선 자가진단키트 결과만 믿고 정부 방역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본의 아니게 사회적 혼란만 더할 수 있다는 거죠.

정 본부장은 또 "WHO(세계보건기구)나 미국의 CDC(질병통제예방센터)의 경우에도 신속진단키트를 주요 검사 방법으로 권장하지 않는다."라는 점도 거론했습니다.

WHO는 지난 4월 "신속진단키트의 사용을 권장하지 않지만, 그 성능과 잠재적 유용성에 대한 연구는 필요하다."고 밝혔고 CDC는 "항체 검사가 코로나19 감염을 확실하게 진단하거나 배제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그 한계를 명확히 한 바 있습니다. 미국 FDA도 "항체 검사의의 효과는 제한적이며 코로나19를 진단하는 유일한 근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 그래도 가능성은 열려있다…"유행 악화시 검토"

방역 당국은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되면 신속진단키트를 도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뒀습니다.

정 본부장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굉장히 광범위한 감염이 확산돼 PCR검사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울 경우 신속진단키트를 쓰는 방법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18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우리나라처럼 방역의 기본 전략이 (검사가) 엄정한 업체를 쓰는 나라에선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진단키트를 쓰는 전략을 구사하기 어렵다."면서도 "일차적으로 위급 환자에 대해 신속진단키트를 쓰고 이차적으로 유전자 조사법을 쓰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해 어느정도 효용성이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와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가진단키트 활용이 현재로선 실익이 크지는 않지만, 상황에 따라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 업체가 개발한 항원 진단시약 2종, 항체 진단시약 7종이 성능시험 중인데요. 시험 결과에 따라, 또 향후 필요성에 따라 실제 사용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 취재 지원: 김나영 팩트체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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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9 07:03:55
    • 수정2020-09-19 09: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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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를 전 국민에게 지급해 자가진단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그제(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일반 국민이 진단키트를 가질 수 있도록 조치해서 각자가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체제로 가야 하지 않는지 정부가 구체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같은 당 강기윤 의원과 지상욱 여의도연구원(국민의힘 싱크탱크 조직) 원장도 신속진단키트를 활용한 전국민 자가검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도입을 꺼리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도대체 신속진단키트라는 게 뭐길래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걸까요? 또,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이 26.8%에 이르고 무증상 확진자가 30~40%에 달하는 상황에도 방역 당국이 신속진단키트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가 뭘까요?

■ 유전자 검사방식만 OK, 신속진단키트는 NO…왜?

코로나19 진단시약은 검사 물질에 따라 크게 유전자, 항원, 항체 검사 방식으로 나뉩니다. 신속진단키트는 항원·항체 검사를 뜻합니다.

정부는 세가지 형태 중 유전자 진단시약(RT-PCR)을 공인된 방식으로 채택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해 진단하는 방식이어서 미량의 바이러스도 탐지할 수 있고 정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됐기 때문입니다.

항원 검사 방식은 바이러스와 결합한 특정물질을 검출해 감염여부를 판단합니다. 바이러스에서 비롯된 물질을 검사한다는 차원에서 유전자 검사 방식과 비슷한데요. 유전자를 증폭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만큼 항원 검사는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가 있어야 제대로 진단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항체 검사는 혈액을 채취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검사합니다. 항체가 있다는 건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감염된 적이 있다는 걸 뜻하므로 이를 통해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거죠. 다만 감염 후 항체가 생기기까지 대략 1~2주가 걸리기 때문에 초기진단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항원·항체 검사는 유전자 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걸로 보고됐습니다. 식약처는 그런 점을 고려해 진단시약의 허가 기준을 항원·항체 검사의 경우 임상적 민감도 70% 이상, 특이도 90% 이상을 충족하도록 했습니다. 민감도란 질병이 있는 사람을 질병이 있다고 진단할 확률을 뜻하고 특이도는 그 반대의 경우를 말합니다. 민감도 90%, 특이도 95% 이상인 유전자 검사의 승인 기준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항원·항체 진단시약은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국내 업체가 개발한 항원·항체 진단시약 82종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죠. 정확도가 떨어진다는데 해외에 수출하는 이유는 뭘까요?

식약처와 진단시약 업계에 따르면 방역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유전자 진단의 대안으로 항체 진단시약을 활용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유전자 시약과 함께 혼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원·항체 진단시약은 유전자 진단시약에 비해 훨씬 싸고 전문 분석 인력과 장비가 없어도 된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6시간 정도 걸리는 유전자 검사에 비해 15분 만에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힙니다.

보건 당국은 현재로선 이런 장점보다 진단의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
■ 방역 당국,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우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그제(17일) 오후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신속진단키트가 편하고 빠르다는 건 잘 알지만 낮은 민감도로 인한 가짜 음성의 문제(오진) 때문에 사용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제조사들이 밝히고 있는 민감도가 90%라고 하더라도 나머지 10%는 놓친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추가적인 전파를 차단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이 신속진단키트로 자가진단을 한 결과 확진으로 나오면 대개 병원을 찾겠지만, 실제 감염자인데도 불구하고 오진이 나올 경우 오히려 마음 놓고 돌아다니게 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일각에선 자가진단키트 결과만 믿고 정부 방역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본의 아니게 사회적 혼란만 더할 수 있다는 거죠.

정 본부장은 또 "WHO(세계보건기구)나 미국의 CDC(질병통제예방센터)의 경우에도 신속진단키트를 주요 검사 방법으로 권장하지 않는다."라는 점도 거론했습니다.

WHO는 지난 4월 "신속진단키트의 사용을 권장하지 않지만, 그 성능과 잠재적 유용성에 대한 연구는 필요하다."고 밝혔고 CDC는 "항체 검사가 코로나19 감염을 확실하게 진단하거나 배제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그 한계를 명확히 한 바 있습니다. 미국 FDA도 "항체 검사의의 효과는 제한적이며 코로나19를 진단하는 유일한 근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 그래도 가능성은 열려있다…"유행 악화시 검토"

방역 당국은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되면 신속진단키트를 도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뒀습니다.

정 본부장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굉장히 광범위한 감염이 확산돼 PCR검사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울 경우 신속진단키트를 쓰는 방법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18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우리나라처럼 방역의 기본 전략이 (검사가) 엄정한 업체를 쓰는 나라에선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진단키트를 쓰는 전략을 구사하기 어렵다."면서도 "일차적으로 위급 환자에 대해 신속진단키트를 쓰고 이차적으로 유전자 조사법을 쓰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해 어느정도 효용성이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와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가진단키트 활용이 현재로선 실익이 크지는 않지만, 상황에 따라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 업체가 개발한 항원 진단시약 2종, 항체 진단시약 7종이 성능시험 중인데요. 시험 결과에 따라, 또 향후 필요성에 따라 실제 사용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 취재 지원: 김나영 팩트체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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