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꺼짐 부르는 ‘낡은 하수관’…노후 속도 ‘5G’·교체 속도 ‘2G’

입력 2020.08.06 (15:54) 수정 2020.08.0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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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땅꺼짐’ 2년간 전국에서 ‘530건’
44%가 ‘낡은 하수관 손상’ 때문
“제한된 예산 탓 교체 속도 더뎌”
그사이 전라북도 낡은 배관 ‘2배↑’

7월 30일, 전주시 평화동 땅꺼짐 현장 (CCTV 캡처)

7월 30일, 전주시 평화동 땅꺼짐 현장 (CCTV 캡처)

■ "도로가 갑자기 '푹'…아찔했다"

전라북도에 시간당 50㎜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평화동의 한 도로가 갑자기 꺼졌습니다. 이면도로 사거리 한복판에는 폭 1.5m, 깊이 2m의 구멍이 생겼습니다.

CCTV에 담긴 땅꺼짐 당시CCTV에 담긴 땅꺼짐 당시

인근 가게 CCTV에는 당시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습니다. 도로가 꺼지자 사람들은 놀란 듯 뒤로 물러섰습니다. 차량 몇 대가 꺼진 도로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습니다. 인근 주민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도로가 '푹' 내려앉았다며, 사람이나 차량이 지나갔으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때마침 근처를 순찰하던 주민센터 직원이 현장을 통제해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이번 사고 몇 개월 전에도 바로 옆 도로가 갑자기 꺼졌다"며,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주변 도로 곳곳에는 땜질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 땅꺼짐 부르는 '낡은 하수관'

전주에서 발생한 땅꺼짐 현상의 원인은 '하수관'입니다. 지자체는 "도로 아래 하수관이 낡아 틈이 생겼고, 이 틈 사이로 주변의 흙이 빨려 들어갔다. 시간이 지나 도로 밑이 텅 비면서 도로 표면이 내려앉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낡은 하수관 파손이 땅꺼짐을 부른 겁니다.

전주 땅꺼짐 현장 복구 현장전주 땅꺼짐 현장 복구 현장

이곳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토교통부 조사를 보면 지난 2년 동안(2018~2019) 전국에서 발생한 땅꺼짐 현상은 530건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44%가 '낡은 하수관 손상'으로 벌어졌습니다. 국토부가 땅꺼짐의 '주요 원인'이라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4년 전부터 설치 20년이 넘은 낡은 하수관을 정밀 조사 중입니다. 결함이 드러난 곳부터 예산을 지원해 손보고 있습니다. 전라북도에서는 168㎞를 교체했거나 교체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교체 속도입니다.

■ '교체 속도 < 노후 속도'…보이지 않는 불안 어쩌나?

하수관 교체 속도가 노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북에서 설치 20년이 지난 낡은 하수관은 지난 2013년 2,294㎞, 전체의 28%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8년에는 4,927㎞로 5년 만에 2배 넘게 늘어났습니다. 전체의 53%가 낡은 하수관입니다.

전라북도 낡은 배관 현황전라북도 낡은 배관 현황

뾰족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속도를 높이려면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야 합니다. 하수관 1㎞를 교체하려면 약 10억 원이 필요합니다. 교체 예산이 산술적으로 보면 전북에만 1,700억 원, 전국적으로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갑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살림을 꾸려야 하는 정부는 이 분야에 이미 적지 않은 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낡은 하수관 교체 공사 현장낡은 하수관 교체 공사 현장

요즘처럼 연일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지반이 약해져 '발밑의 보이지 않는 불안'은 더 커집니다. 지자체에 따라 낡은 하수관의 교체 속도가 더 빠를 수도, 혹은 더 느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땅꺼짐 현상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고, 대형 안전사고로도 번질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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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꺼짐 부르는 ‘낡은 하수관’…노후 속도 ‘5G’·교체 속도 ‘2G’
    • 입력 2020-08-06 15:54:09
    • 수정2020-08-06 15:54:48
    취재K
‘땅꺼짐’ 2년간 전국에서 ‘530건’<br /> 44%가 ‘낡은 하수관 손상’ 때문 <br />“제한된 예산 탓 교체 속도 더뎌”<br /> 그사이 전라북도 낡은 배관 ‘2배↑’

7월 30일, 전주시 평화동 땅꺼짐 현장 (CCTV 캡처)

■ "도로가 갑자기 '푹'…아찔했다"

전라북도에 시간당 50㎜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평화동의 한 도로가 갑자기 꺼졌습니다. 이면도로 사거리 한복판에는 폭 1.5m, 깊이 2m의 구멍이 생겼습니다.

CCTV에 담긴 땅꺼짐 당시
인근 가게 CCTV에는 당시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습니다. 도로가 꺼지자 사람들은 놀란 듯 뒤로 물러섰습니다. 차량 몇 대가 꺼진 도로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습니다. 인근 주민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도로가 '푹' 내려앉았다며, 사람이나 차량이 지나갔으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때마침 근처를 순찰하던 주민센터 직원이 현장을 통제해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이번 사고 몇 개월 전에도 바로 옆 도로가 갑자기 꺼졌다"며,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주변 도로 곳곳에는 땜질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 땅꺼짐 부르는 '낡은 하수관'

전주에서 발생한 땅꺼짐 현상의 원인은 '하수관'입니다. 지자체는 "도로 아래 하수관이 낡아 틈이 생겼고, 이 틈 사이로 주변의 흙이 빨려 들어갔다. 시간이 지나 도로 밑이 텅 비면서 도로 표면이 내려앉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낡은 하수관 파손이 땅꺼짐을 부른 겁니다.

전주 땅꺼짐 현장 복구 현장
이곳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토교통부 조사를 보면 지난 2년 동안(2018~2019) 전국에서 발생한 땅꺼짐 현상은 530건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44%가 '낡은 하수관 손상'으로 벌어졌습니다. 국토부가 땅꺼짐의 '주요 원인'이라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4년 전부터 설치 20년이 넘은 낡은 하수관을 정밀 조사 중입니다. 결함이 드러난 곳부터 예산을 지원해 손보고 있습니다. 전라북도에서는 168㎞를 교체했거나 교체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교체 속도입니다.

■ '교체 속도 < 노후 속도'…보이지 않는 불안 어쩌나?

하수관 교체 속도가 노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북에서 설치 20년이 지난 낡은 하수관은 지난 2013년 2,294㎞, 전체의 28%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8년에는 4,927㎞로 5년 만에 2배 넘게 늘어났습니다. 전체의 53%가 낡은 하수관입니다.

전라북도 낡은 배관 현황
뾰족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속도를 높이려면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야 합니다. 하수관 1㎞를 교체하려면 약 10억 원이 필요합니다. 교체 예산이 산술적으로 보면 전북에만 1,700억 원, 전국적으로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갑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살림을 꾸려야 하는 정부는 이 분야에 이미 적지 않은 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낡은 하수관 교체 공사 현장
요즘처럼 연일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지반이 약해져 '발밑의 보이지 않는 불안'은 더 커집니다. 지자체에 따라 낡은 하수관의 교체 속도가 더 빠를 수도, 혹은 더 느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땅꺼짐 현상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고, 대형 안전사고로도 번질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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