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176석 민주당이 내놓은 ‘부동산 속도전’의 이유

입력 2020.07.2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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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개원식을 열며 겨우 정상화됐던 21대 국회가 또다시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7.10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을 각 상임위에서 밀어붙이고 있고, 미래통합당은 '의회 독재'라 항의하며 회의장을 뛰쳐나왔습니다. 상임위 회의장에서는 정책에 대한 대화와 토론, 타협 대신 고성이 오갔습니다.

민주당은 부동산 시장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며 '절차대로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도 '무리하긴 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76석, '거대 여당'이 정치적 부담을 지면서까지 무리하게 '속도전'을 벌인 속내는 무엇일까요?


■ 일사천리 '통과! 통과!'…곳곳에서 파행

돌아보면 민주당의 '속도전'은 어제(28일) 오전부터 예고됐습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가장 나쁜 정치는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하게 논의를 회피하고 시간을 끄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단호한 대처로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단호한 대처'가 무슨 뜻인지는, 잠시 뒤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국회 기재위에서는 종부세 인상 법안을 포함해 이른바 '부동산 3법'이 상정됐습니다.

또 국토위에서는 이른바 '임대차 3법' 가운데 전월세신고제 법안이, 행안위에서는 취득세율을 올리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전체회의에 올라왔습니다.

통상 법안은 상임위 전체회의에 오른 뒤 이견이 있으면, 대체토론과 법안소위 등을 통해 장시간 토론과 수정을 거친 뒤 다시 전체회의에 상정됩니다. 그런데 7.10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들은 이런 과정을 사실상 생략하고 곧바로 처리 준비 단계에 들어선 셈입니다.

통합당 의원들은 "일방적 의회독재", "의회 민주주의 사망"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항의했지만, 이를 막지 못하자 회의장을 뛰쳐나갔습니다. 민주당은 이후 정의당 등 소수 야당과만 논의한 뒤 이 법안들을 모두 상임위에서 처리했습니다.

오늘(29일)도 같은 장면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반복됐습니다.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 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담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일사천리로 의결됐습니다.

통합당은 오늘도 "이게 독재다", "이런 게 공산주의 국가 아니냐"는 등의 고성을 지르며 항의한 뒤 퇴장했고, 법안은 전체회의를 그대로 통과했습니다.


■ "7월 국회서 반드시 처리…절차대로 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부동산 법안 처리가 절차적으로, 명분상으로도 정당했다고 설명합니다.

우선 절차적으로 부동산 법안이 각 상임위 법안소위를 거치지 않은 것은 소위가 아직 구성이 안 됐기 때문이고, 대체토론은 통합당이 퇴장한 상태에서 충분히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소위 구성이 늦어진 것은 원 구성에 대한 이견으로 통합당이 국회를 보이콧 했기 때문"이고, "대체토론에 통합당이 불참한 것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토론에서 논쟁하면 되지 누가 나가라고 했느냐"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주장입니다.

결국 국회법이 정한 법안처리 절차는 모두 밟았으니, 통합당이 주장하는 절차적인 문제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협의와 토론, 이를 통한 합의라는 국회 의사결정의 정신과 '합의 처리'라는 상임위 관행을 무시했다는 비판은 남습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 시급했다는 점을 명분을 내세웁니다.

이해찬 대표는 오늘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신속한 입법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임대차 3법 등 관련 법안 내용들은 이미 20대 국회에서부터 논의되어 왔기 때문에 추가 논의보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7.10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을 다음 달 4일까지인 7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습니다.


■ '예산부수법안'…다른 선택지도 있었는데?

그런데 단지 부동산 대책 후속법안 처리가 목적이라면 민주당에는 또 다른 선택지도 있었습니다. 종부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등 부동산 관련 세법을 12월 내년도 예산안 처리 때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산안의 세입과 관련돼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12월 예산안 처리 때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됩니다.

물론 예산부수법안 지정은 국회의장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굳이 '국회 파행'이라는 정치적 부담 없이도 부동산 대책 관련 세법을 처리할 방법이 있었습니다. 세법 개정안은 오늘 처리되든, 12월에 처리되든 시행은 내년 1월부터이기 때문에 효력은 같습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부동산은 시장의 심리가 중요하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도 발표만 해놓고 야당 반대로 후속법안을 처리 못 해서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12.16 대책만 시행됐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혼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7.10 부동산 대책도 후속법안을 7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당정은 이번에도 말만 하네'라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

즉, 당정이 투기세력에게 '억 소리' 나게 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는데, 이번에는 '진짜'라는 신호를 주기 위해서 정치적 부담을 무릅썼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주택가격 상승으로 민심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여론에 던지는 '메시지'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하나는 통합당의 태도입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부동산 법안의 처리를 미루라는 '지시'가 통합당 상임위원들에게 내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가 움직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애초에 부동산 법안의 '발목'을 잡는 게 통합당 측의 의도였던 만큼, 이에 응해 논쟁을 벌이고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 안건조정위 선택하지 않은 통합당

민주당이 부동산 법안에 대한 통합당의 '발목잡기' 의도를 의심하는 근거는, '파악이 됐다'는 '지시' 말고 '안건조정위원회'도 있습니다.

국회법은 상임위에서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대체토론이 끝난 뒤 회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국회법 57조의2)

하지만 통합당은 안건조정위 구성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통합당 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안건조정위 구성이) 여야 3대 3이면 비기는 정도인데,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3·통합당 2·비교섭단체(소수야당) 1로 구성하면 의미가 적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숫자 싸움'에서 밀리기 때문에 어차피 효력도 없는 것을 굳이 안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안건조정위를 구성하면 우리가 정의당 등하고 이야기해서 종료시킬 수는 있겠지. 근데 하루 이틀은 걸려. 통합당이 정말 부동산 법안에 대해서 토론할 시간이 필요했으면 이걸 구성해서 하루 이틀이라도 했어야지. 이것을 안 한 건, 안건조정위까지 거쳐서 민주당이 법안 처리하는 데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더해주기 싫었던 거야."

어차피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 '밟히면서' 강력하게 싸우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민주당 해석처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주기 싫었던 것인지, 속내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 "초선 의원들에게 선례가 될까 두렵다"

민주당 관계자도 이번 부동산 법안 강행 처리가 정치적인 부담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토론과 협의, 이를 통한 합의라는 관행이 깨진 것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평가는 '의회 독재'라고 주장하는 통합당이 아니라, 국민들이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21대 국회에서 이런 광경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통합당은 무조건 반대하고, 우리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면서 "쟁점법안이 아닌 민생법안은 앞으로도 이렇게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151명 초선 의원들은 앞으로 국회의 의사결정이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고 배운 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상대와 생각이 다르면 대화와 타협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할 거고, 반대쪽은 '우리가 집권만 해봐라.'라면서 이후 더 심하게 보복할 거다. 이 초선의원들이 재선, 3선이 되면 국회 문화 자체가 상대를 이겨야만 하는 문화가 될 수 있다."

국민들이 176석을 만들어준 책임을 다하겠다는 민주당. 정치적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 모두 민주당이 안고 갈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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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176석 민주당이 내놓은 ‘부동산 속도전’의 이유
    • 입력 2020-07-29 17:29:22
    여심야심
2주 전 개원식을 열며 겨우 정상화됐던 21대 국회가 또다시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7.10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을 각 상임위에서 밀어붙이고 있고, 미래통합당은 '의회 독재'라 항의하며 회의장을 뛰쳐나왔습니다. 상임위 회의장에서는 정책에 대한 대화와 토론, 타협 대신 고성이 오갔습니다.

민주당은 부동산 시장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며 '절차대로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도 '무리하긴 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76석, '거대 여당'이 정치적 부담을 지면서까지 무리하게 '속도전'을 벌인 속내는 무엇일까요?


■ 일사천리 '통과! 통과!'…곳곳에서 파행

돌아보면 민주당의 '속도전'은 어제(28일) 오전부터 예고됐습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가장 나쁜 정치는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하게 논의를 회피하고 시간을 끄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단호한 대처로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단호한 대처'가 무슨 뜻인지는, 잠시 뒤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국회 기재위에서는 종부세 인상 법안을 포함해 이른바 '부동산 3법'이 상정됐습니다.

또 국토위에서는 이른바 '임대차 3법' 가운데 전월세신고제 법안이, 행안위에서는 취득세율을 올리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전체회의에 올라왔습니다.

통상 법안은 상임위 전체회의에 오른 뒤 이견이 있으면, 대체토론과 법안소위 등을 통해 장시간 토론과 수정을 거친 뒤 다시 전체회의에 상정됩니다. 그런데 7.10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들은 이런 과정을 사실상 생략하고 곧바로 처리 준비 단계에 들어선 셈입니다.

통합당 의원들은 "일방적 의회독재", "의회 민주주의 사망"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항의했지만, 이를 막지 못하자 회의장을 뛰쳐나갔습니다. 민주당은 이후 정의당 등 소수 야당과만 논의한 뒤 이 법안들을 모두 상임위에서 처리했습니다.

오늘(29일)도 같은 장면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반복됐습니다.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 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담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일사천리로 의결됐습니다.

통합당은 오늘도 "이게 독재다", "이런 게 공산주의 국가 아니냐"는 등의 고성을 지르며 항의한 뒤 퇴장했고, 법안은 전체회의를 그대로 통과했습니다.


■ "7월 국회서 반드시 처리…절차대로 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부동산 법안 처리가 절차적으로, 명분상으로도 정당했다고 설명합니다.

우선 절차적으로 부동산 법안이 각 상임위 법안소위를 거치지 않은 것은 소위가 아직 구성이 안 됐기 때문이고, 대체토론은 통합당이 퇴장한 상태에서 충분히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소위 구성이 늦어진 것은 원 구성에 대한 이견으로 통합당이 국회를 보이콧 했기 때문"이고, "대체토론에 통합당이 불참한 것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토론에서 논쟁하면 되지 누가 나가라고 했느냐"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주장입니다.

결국 국회법이 정한 법안처리 절차는 모두 밟았으니, 통합당이 주장하는 절차적인 문제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협의와 토론, 이를 통한 합의라는 국회 의사결정의 정신과 '합의 처리'라는 상임위 관행을 무시했다는 비판은 남습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 시급했다는 점을 명분을 내세웁니다.

이해찬 대표는 오늘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신속한 입법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임대차 3법 등 관련 법안 내용들은 이미 20대 국회에서부터 논의되어 왔기 때문에 추가 논의보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7.10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을 다음 달 4일까지인 7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습니다.


■ '예산부수법안'…다른 선택지도 있었는데?

그런데 단지 부동산 대책 후속법안 처리가 목적이라면 민주당에는 또 다른 선택지도 있었습니다. 종부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등 부동산 관련 세법을 12월 내년도 예산안 처리 때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산안의 세입과 관련돼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12월 예산안 처리 때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됩니다.

물론 예산부수법안 지정은 국회의장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굳이 '국회 파행'이라는 정치적 부담 없이도 부동산 대책 관련 세법을 처리할 방법이 있었습니다. 세법 개정안은 오늘 처리되든, 12월에 처리되든 시행은 내년 1월부터이기 때문에 효력은 같습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부동산은 시장의 심리가 중요하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도 발표만 해놓고 야당 반대로 후속법안을 처리 못 해서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12.16 대책만 시행됐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혼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7.10 부동산 대책도 후속법안을 7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당정은 이번에도 말만 하네'라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

즉, 당정이 투기세력에게 '억 소리' 나게 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는데, 이번에는 '진짜'라는 신호를 주기 위해서 정치적 부담을 무릅썼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주택가격 상승으로 민심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여론에 던지는 '메시지'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하나는 통합당의 태도입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부동산 법안의 처리를 미루라는 '지시'가 통합당 상임위원들에게 내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가 움직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애초에 부동산 법안의 '발목'을 잡는 게 통합당 측의 의도였던 만큼, 이에 응해 논쟁을 벌이고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 안건조정위 선택하지 않은 통합당

민주당이 부동산 법안에 대한 통합당의 '발목잡기' 의도를 의심하는 근거는, '파악이 됐다'는 '지시' 말고 '안건조정위원회'도 있습니다.

국회법은 상임위에서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대체토론이 끝난 뒤 회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국회법 57조의2)

하지만 통합당은 안건조정위 구성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통합당 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안건조정위 구성이) 여야 3대 3이면 비기는 정도인데,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3·통합당 2·비교섭단체(소수야당) 1로 구성하면 의미가 적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숫자 싸움'에서 밀리기 때문에 어차피 효력도 없는 것을 굳이 안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안건조정위를 구성하면 우리가 정의당 등하고 이야기해서 종료시킬 수는 있겠지. 근데 하루 이틀은 걸려. 통합당이 정말 부동산 법안에 대해서 토론할 시간이 필요했으면 이걸 구성해서 하루 이틀이라도 했어야지. 이것을 안 한 건, 안건조정위까지 거쳐서 민주당이 법안 처리하는 데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더해주기 싫었던 거야."

어차피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 '밟히면서' 강력하게 싸우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민주당 해석처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주기 싫었던 것인지, 속내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 "초선 의원들에게 선례가 될까 두렵다"

민주당 관계자도 이번 부동산 법안 강행 처리가 정치적인 부담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토론과 협의, 이를 통한 합의라는 관행이 깨진 것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평가는 '의회 독재'라고 주장하는 통합당이 아니라, 국민들이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21대 국회에서 이런 광경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통합당은 무조건 반대하고, 우리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면서 "쟁점법안이 아닌 민생법안은 앞으로도 이렇게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151명 초선 의원들은 앞으로 국회의 의사결정이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고 배운 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상대와 생각이 다르면 대화와 타협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할 거고, 반대쪽은 '우리가 집권만 해봐라.'라면서 이후 더 심하게 보복할 거다. 이 초선의원들이 재선, 3선이 되면 국회 문화 자체가 상대를 이겨야만 하는 문화가 될 수 있다."

국민들이 176석을 만들어준 책임을 다하겠다는 민주당. 정치적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 모두 민주당이 안고 갈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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