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살지마] “손석희도…” 과시 n번방 조주빈…내 아이가 당하지 않으려면?

입력 2020.04.05 (13:57) 수정 2020.04.0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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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도 당할 뻔했습니다."

'n번방' 사건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논란이던 지난달 2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충격과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초등학생 딸이 이른바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과 같은 수법에 디지털 성범죄를 당할 뻔 했지만, 그 사이 집에 도착한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해 간신히 걸려들지 않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n번방' 유사 피해당할 뻔한 사연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n번방' 유사 피해당할 뻔한 사연


'n번방' 사건을 둘러싼 의문은 꼬리를 뭅니다. 피해자들이 걸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외된 아이여서 당하는 건 아닐까, 내 아이가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온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손석희 JTBC 사장 같은 유명인을 거론한 조주빈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신의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신의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속고살지마>는 조주빈과 'n번방' 참가자들의 머릿속을 분석하고 디지털 성범죄의 원인과 해법을 찾기 위해, 이 분야의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의 주치의를 맡는 등 의료 현장 최전선에서 성폭력 피해 아동 1천여 명을 치료해온 신의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입니다. ( 유튜브 채널 https://bit.ly/2UGOJIN 온갖 사기와 이슈, 제보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구독과 시청 바랍니다. )

■ 조주빈은 왜 손석희를 언급했을까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왼쪽), 손석희 JTBC 사장(오른쪽)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왼쪽), 손석희 JTBC 사장(오른쪽)

조주빈은 경찰에서 검찰로 넘겨지면서 취재진 앞에 처음 얼굴을 드러낸 자리에서 갑자기 손석희 JTBC 사장 등을 거론하며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해 세상을 술렁이게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신의진 교수는 "성범죄자들조차 어린이나 청소년을 상대로 범행을 한 경우엔 스스로도 변변치 못하다는 것을 안다"면서 "이 때문에 유명인과의 관계를 언급해 나름 대단한 사람인 척함으로써 자기가 저지른 범죄가 보잘것없음을 느끼지 않으려는, 아주 미성숙한 방어기제"라고 분석합니다.

■ n번방, 왜 걸려들까

자기 보호 능력이 부족하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n번방'에 걸려들기 쉽다는 게 신 교수의 분석입니다. 주로 부모의 애정이 결핍돼 있거나 믿을 만한 주변 사람 없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심리적 취약성이 있으면, SNS를 통해 친절한 태도로 접근하는 가해자들에게 더 쉽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신 교수는 "가해자들은 보통 그루밍(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 수법을 쓴다"면서 "어느 정도 충분히 잘 달랬다가 갑자기 위협을 가하는데, 어린 피해자들은 공포에 빠지게 되면서 더욱 자기를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요구대로 했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 소외된 아이여서 당하는 걸까? 그러나...

좋은 경제·교육 환경 속에서 자라는 중산층 가정 자녀라고 해서 'n번방'의 위협에서 더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고, 신 교수는 경고합니다. 경제적 여건이 좋을수록 오히려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부모일수록 자녀의 다른 일상은 도외시한 채 학업에 대한 압박만 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문제로 꼽습니다. 신 교수는 "제가 경험한 피해자들을 보면 부모가 주는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움츠리고 살고 정서적 교감도 안 되는 상태에서, 외로운 마음에 SNS를 하다가 디지털 성범죄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 피해 봤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n번방'과 같은 일에 말려들어 곤경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일단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하루빨리 알리는 것입니다.

신 교수는 "부모가 됐든, 언니가 됐든, 학교 선배가 됐든, 친구가 됐든,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피해 사실부터 털어놔야 한다. 자신의 부모가 아니더라도 친구의 부모가 경찰에 신고해 준 덕분에 피해로부터 벗어난 아이들도 있다"고 조언합니다.

■ 자녀의 피해 사실 알게 됐다면

"절대 비난하면 안 됩니다.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신 교수는 "부모 입장에선 너무 당황스럽다 보니까 '너 왜 그랬니'라면서 화부터 내고, 창피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해리(解離·통합된 개인의 기억, 의식, 정체감, 지각기능 등이 무너져 와해된 행동 상태) 현상까지 보이게 된다"면서 "혼나는 게 두려워서 갑자기 기억이 안 나고 사실관계가 뒤죽박죽돼서 피해 관련 진술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어서 "비난하는 마음은 다 버리고 담담하게 들어줘야 한다. '왜 그랬냐'는 건 나중에 따져도 된다. 최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게 편안하게 대해줘서 일단 일이 어디까지 벌어졌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면서 "수사당국도 피해 아동들이 잘 모르겠다고 하면 그냥 넘어갈 게 아니라, '해리 현상이 아닐까' 의심해서 치료 여부까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 아이의 예방법, 부모의 예방법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디지털 세상에서 자신의 신상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는 교육을 어릴 때부터 철저히 해야 합니다. 이름과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자신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어느 동네에 사는지 같은 정보도 디지털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절대 함부로 제공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아이들의 피해 예방을 위해선 부모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신 교수는 "의식적인 교육도 효과가 있긴 하지만, 사실 자기를 보호하는 것은 무의식적인 반응이다. 그 능력은 바로 어릴 때부터 부모와의 관계에서 나온다"면서 "그런데 부모들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하라'는 건 많으면서 얘기는 잘 안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아이들이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 선뜻 도와달라는 얘기를 못 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신 교수는 "부모가 자기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때 아이들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잘 표현하는 아이가 된다"면서 "아이들과 평소 많은 대화를 해서 힘들 때 빨리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의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조두순 출소 바라보는 피해자의 심경은…"

신 교수는 이밖에도 'n번방'에 가입해 조주빈의 범죄에 가담한 가해자들의 특성 분석, 다수의 성범죄 피해자 치료 경험, 이를 토대로 한 'n번방'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 대책, 가해자만 주목 받고 피해자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현실에 대한 비판, 자녀 휴대폰 관리법, 올 연말로 다가온 조두순의 출소를 바라보는 피해자와 가족의 심경 등을 심도 있게 전했습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 실태와 원인, 해법에 대한 신 교수의 분석은 <속고살지마>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을 통해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구독과 시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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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고살지마] “손석희도…” 과시 n번방 조주빈…내 아이가 당하지 않으려면?
    • 입력 2020-04-05 13:57:32
    • 수정2020-04-05 16:50:22
    속고살지마
"제 아이도 당할 뻔했습니다."

'n번방' 사건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논란이던 지난달 2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충격과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초등학생 딸이 이른바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과 같은 수법에 디지털 성범죄를 당할 뻔 했지만, 그 사이 집에 도착한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해 간신히 걸려들지 않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n번방' 유사 피해당할 뻔한 사연

'n번방' 사건을 둘러싼 의문은 꼬리를 뭅니다. 피해자들이 걸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외된 아이여서 당하는 건 아닐까, 내 아이가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온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손석희 JTBC 사장 같은 유명인을 거론한 조주빈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신의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속고살지마>는 조주빈과 'n번방' 참가자들의 머릿속을 분석하고 디지털 성범죄의 원인과 해법을 찾기 위해, 이 분야의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의 주치의를 맡는 등 의료 현장 최전선에서 성폭력 피해 아동 1천여 명을 치료해온 신의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입니다. ( 유튜브 채널 https://bit.ly/2UGOJIN 온갖 사기와 이슈, 제보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구독과 시청 바랍니다. )

■ 조주빈은 왜 손석희를 언급했을까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왼쪽), 손석희 JTBC 사장(오른쪽)
조주빈은 경찰에서 검찰로 넘겨지면서 취재진 앞에 처음 얼굴을 드러낸 자리에서 갑자기 손석희 JTBC 사장 등을 거론하며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해 세상을 술렁이게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신의진 교수는 "성범죄자들조차 어린이나 청소년을 상대로 범행을 한 경우엔 스스로도 변변치 못하다는 것을 안다"면서 "이 때문에 유명인과의 관계를 언급해 나름 대단한 사람인 척함으로써 자기가 저지른 범죄가 보잘것없음을 느끼지 않으려는, 아주 미성숙한 방어기제"라고 분석합니다.

■ n번방, 왜 걸려들까

자기 보호 능력이 부족하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n번방'에 걸려들기 쉽다는 게 신 교수의 분석입니다. 주로 부모의 애정이 결핍돼 있거나 믿을 만한 주변 사람 없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심리적 취약성이 있으면, SNS를 통해 친절한 태도로 접근하는 가해자들에게 더 쉽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신 교수는 "가해자들은 보통 그루밍(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 수법을 쓴다"면서 "어느 정도 충분히 잘 달랬다가 갑자기 위협을 가하는데, 어린 피해자들은 공포에 빠지게 되면서 더욱 자기를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요구대로 했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 소외된 아이여서 당하는 걸까? 그러나...

좋은 경제·교육 환경 속에서 자라는 중산층 가정 자녀라고 해서 'n번방'의 위협에서 더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고, 신 교수는 경고합니다. 경제적 여건이 좋을수록 오히려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부모일수록 자녀의 다른 일상은 도외시한 채 학업에 대한 압박만 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문제로 꼽습니다. 신 교수는 "제가 경험한 피해자들을 보면 부모가 주는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움츠리고 살고 정서적 교감도 안 되는 상태에서, 외로운 마음에 SNS를 하다가 디지털 성범죄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 피해 봤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n번방'과 같은 일에 말려들어 곤경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일단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하루빨리 알리는 것입니다.

신 교수는 "부모가 됐든, 언니가 됐든, 학교 선배가 됐든, 친구가 됐든,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피해 사실부터 털어놔야 한다. 자신의 부모가 아니더라도 친구의 부모가 경찰에 신고해 준 덕분에 피해로부터 벗어난 아이들도 있다"고 조언합니다.

■ 자녀의 피해 사실 알게 됐다면

"절대 비난하면 안 됩니다.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신 교수는 "부모 입장에선 너무 당황스럽다 보니까 '너 왜 그랬니'라면서 화부터 내고, 창피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해리(解離·통합된 개인의 기억, 의식, 정체감, 지각기능 등이 무너져 와해된 행동 상태) 현상까지 보이게 된다"면서 "혼나는 게 두려워서 갑자기 기억이 안 나고 사실관계가 뒤죽박죽돼서 피해 관련 진술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어서 "비난하는 마음은 다 버리고 담담하게 들어줘야 한다. '왜 그랬냐'는 건 나중에 따져도 된다. 최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게 편안하게 대해줘서 일단 일이 어디까지 벌어졌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면서 "수사당국도 피해 아동들이 잘 모르겠다고 하면 그냥 넘어갈 게 아니라, '해리 현상이 아닐까' 의심해서 치료 여부까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 아이의 예방법, 부모의 예방법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디지털 세상에서 자신의 신상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는 교육을 어릴 때부터 철저히 해야 합니다. 이름과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자신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어느 동네에 사는지 같은 정보도 디지털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절대 함부로 제공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아이들의 피해 예방을 위해선 부모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신 교수는 "의식적인 교육도 효과가 있긴 하지만, 사실 자기를 보호하는 것은 무의식적인 반응이다. 그 능력은 바로 어릴 때부터 부모와의 관계에서 나온다"면서 "그런데 부모들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하라'는 건 많으면서 얘기는 잘 안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아이들이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 선뜻 도와달라는 얘기를 못 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신 교수는 "부모가 자기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때 아이들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잘 표현하는 아이가 된다"면서 "아이들과 평소 많은 대화를 해서 힘들 때 빨리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의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조두순 출소 바라보는 피해자의 심경은…"

신 교수는 이밖에도 'n번방'에 가입해 조주빈의 범죄에 가담한 가해자들의 특성 분석, 다수의 성범죄 피해자 치료 경험, 이를 토대로 한 'n번방'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 대책, 가해자만 주목 받고 피해자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현실에 대한 비판, 자녀 휴대폰 관리법, 올 연말로 다가온 조두순의 출소를 바라보는 피해자와 가족의 심경 등을 심도 있게 전했습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 실태와 원인, 해법에 대한 신 교수의 분석은 <속고살지마>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을 통해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구독과 시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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