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 보고서]① 그들은 법을 두려워할까?…‘포탈세액 평균 29억, 열에 여섯은 집행유예’

입력 2020.03.11 (07:05) 수정 2020.03.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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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업주가 있습니다.

사업자등록 없이 인터넷 장터에 계정을 열고, 이 계정과 다른 사람 명의로 막대 형태로 된 금, 골드바를 판매합니다. 골드바는 판매가 잘 됐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적어 놓아야 할 판매 장부를 쓰지 않았습니다. 세금계산서도 발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반년에 걸쳐 골드바 24억여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해가 바뀌고도 계속 골드바를 판매했습니다. 47억여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다시 해가 바뀌고 1억 원어치 넘게 더 판매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판매한 골드바가 모두 72억 원어치가 넘습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 기간 내내 판매 장부를 쓰지 않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세무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골드바 판매하면서 세금계산서 미발행…21억 상당 조세포탈’

조세포탈을 한 겁니다. 작정을 하고 소득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종합소득세는 물론 부가가치세까지 내지 않게 됐고, 포탈금액은 모두 해서 21억 원 가까이 됐습니다.

귀금속 도소매업을 한 70대의 사업주는 법정에 서게 됩니다.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에 포탈 액수가 커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받았습니다.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 판결을 받았습니다.

‘조세질서·유통질서 심각하게 교란반성하고 있고’

1심 법원은, ‘피고인이 3년여에 걸쳐 약 21억 원 상당의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포탈하는 등 피고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조세질서와 유통질서를 심각하게 어지럽혔다’고 명시했습니다. 또 ‘그 과정에서 제3자 명의 계좌를 사용해 과세표준을 왜곡시키는 등 적극적인 수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도 불법 행위의 무거움을 인정한 셈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점도 밝혔습니다.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포탈세액에 비해 피고인이 얻은 이익이 아주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에게 동종, 유사 처벌 전력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21억 원 상당의 세금을 포탈했는데, 법원은 피고인이 포탈세액에 비해 얻은 이익이 아주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2심에서는 이 표현이 조금 바뀌어 ‘거래구조상 포탈세액에 비해 피고인이 얻은 이익이 훨씬 크다고 볼 수도 없다’고 돼 있습니다.)

피고인의 최종 형량은 아래와 같이 내려졌습니다.

‘징역 2년 6월에 4년 집행유예, 벌금 21억 원,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일 4백 2십만 원으로 환산해 노역장 유치’


결국, 21억 원 상당의 조세포탈을 한 귀금속 도소매업자는 실제 형은 살지 않게 됐습니다. ‘감옥행’은 피하게 된 것이죠. 또 하루 일당이 4백 2십만 원으로 책정이 돼 노역장에서 500일을 지내기로 결심하면 벌금 21억 원을 내지 않을 수도 있게 됐습니다.

‘적극적 조세포탈, 하지만 모든 양형조건 고려형의 집행을 유예합니다’

고액 조세포탈을 한 사람들은 어떤 범죄를 저질렀고,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고 있을까요? 또 처벌 이후 밀린 세금을 제대로 내고는 있는 것일까요?

3만 8천여 고액체납자 명단을 수집해 분석, 보도한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체납을 넘어서, 계획을 하고 공모를 해 과세 당국을 속이고 세금을 내지 않은 조세포탈범들에 대해서도 추적했습니다. 먼저 고액 조세포탈범들의 포탈금액이 어느 정도 되는 가를 살펴봤습니다. 국세청은 해마다 국세기본법과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유죄 판결이 확정된 조세포탈범들 가운데 포탈세액 등이 일정 금액 이상인 사람들을 공개하고 있는 데요. 명단이 공개되는 조세포탈범들은 지난 2015년 기준으로는 연간 포탈세액이 5억 원 이상인 사람들이었고, 2016년에는 3억 이상, 2017년부터는 2억 이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금액을 낮추면 공개 대상이 늘어나기 때문에 공개 기준 자체는 꾸준히 강화돼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준에 의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관계 법령에 따라 공개된 ‘고액’ 조세포탈범들은 모두 176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열람제한 등의 이유로 판결문을 구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166명의 판결문을 입수해 들여다봤습니다.

[연관 기사] [고액체납 보고서]① 2억 이상 고액체납자 3만 8천 명…‘37조, 서울시 예산보다 많다’
☞바로가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70724

“5년간 고액 조세포탈 166명평균 포탈액수 29억여 원”

조사 결과, 이들 166명의 평균 조세포탈액수는 29억여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앙값은 16억 6천여만 원이었습니다.

3만 8천여 명 고액체납자들의 평균 체납액이 9억 7천8백만 원, 중앙값이 5억 6천8백만 원으로 확인됐는데, 공개된 고액 조세포탈범들이 ‘탈세’한 금액은 이보다도 더 커 절반을 넘는 사람들이 16억 이상의 금액을 포탈한 것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구간별로 보면 조세포탈액이 5억 원 미만인 사람들은 3명에 지나지 않았고, 5억에서 10억 사이가 41명, 10억에서 200억 사이가 118명으로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포탈 세액이 200억을 넘는 사람들도 4명 있었습니다.

조세포탈범 포탈액 규모 관련 포탈세액 구간 분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조세포탈 유형 분류 기준을 따랐습니다.조세포탈범 포탈액 규모 관련 포탈세액 구간 분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조세포탈 유형 분류 기준을 따랐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2억 이상 고액체납자들의 경우 부과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사람들인 반면 공개된 조세포탈범들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도록 일부러 소득 신고를 하지 않거나 남몰래 차명계좌를 만드는 등 범죄를 저지르고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더 나쁜 사람들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러나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발각됐어도 ‘밀린 세금만 내면 되는 것 아니냐, 실형까지 받는 것은 좀 억울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탈세’에 대해 관대하게 생각해 조세포탈이 엄연히 범죄이고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데도 이와 같은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수억에서 수십억, 수백억의 세금을 포탈한 사람들은 무거운 형을 받고 있을까요?

입수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명단이 공개된 조세포탈범들은 수십억, 백억 이상의 조세포탈을 해서 조세범처벌법은 물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도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실제 형을 살게 된 사람들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세무 당국을 속이고 골드바를 판매하면서 약 21억 원의 조세를 포탈한 사람이 ‘반성하고 있고, 이익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유사 처벌 전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은 것처럼, 조세 정의를 무너뜨리는 등 심각한 위법 행위를 했어도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겁니다.

‘2015~2019년, 고액 조세포탈범 열에 여섯이 집행유예’

데이터저널리즘팀이 166명을 분석한 결과, 집행유예를 받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97명, 58.4%로 확인됐습니다. 실형을 받은 사람들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아 68명, 41%였습니다. 1명은 징역형 없이 벌금형만 받았습니다. 조세포탈범들 가운데에서도 액수가 크고 죄가 무거워 공개 명단에까지 오른 사람들인데도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은 집행유예를 받은 겁니다.

‘10억 이상 조세포탈범들도 절반이 집행유예’

특히 10억 원 이상 조세포탈을 한 사람들도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석 결과, 10억 이상, 200억 미만의 조세포탈을 한 사람들은 118명이었는데, 이들 가운데도 62명, 52.5%가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200억 이상 조세포탈범 4명 가운데에도 2명은 집행유예를 받아 실형을 피했습니다.


또한, 2017년부터 공개 기준이 2억 원 이상으로 강화된 가운데, 집행유예 비율은 지난해 크게 늘었습니다. 집행유예 비율은 해마다 50% 안팎이었는데, 지난해 공개된 고액 조세포탈범 49명 가운데 37명, 75.5%가 집행유예를 받아 실형을 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이유를 들어 형량을 결정한 것일까요? 수십억, 수백억 포탈을 한 사람들은 어떤 범죄 행위를 저질렀을까요? 형량을 낮추는 데 기여한 그들의 반성은, 세금 납부로 이어진 것일까요?

‘고액 조세포탈그들은 법을 두려워할까?’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고액 조세포탈범들의 심급별 판결문을 입수해서, 분석하고, 관련 취재를 했습니다. 체납을 넘어서 조세포탈을 한 사람들이 세금 포탈을 어떻게 하고, 얼마나 하고, 또 어떤 처벌을 받고 있는지, 내야 할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는 것인지 하나하나 들여다봤습니다. 관련 기사는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정한진,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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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세포탈 보고서]① 그들은 법을 두려워할까?…‘포탈세액 평균 29억, 열에 여섯은 집행유예’
    • 입력 2020-03-11 07:05:59
    • 수정2020-03-12 16: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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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업주가 있습니다. 사업자등록 없이 인터넷 장터에 계정을 열고, 이 계정과 다른 사람 명의로 막대 형태로 된 금, 골드바를 판매합니다. 골드바는 판매가 잘 됐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적어 놓아야 할 판매 장부를 쓰지 않았습니다. 세금계산서도 발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반년에 걸쳐 골드바 24억여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해가 바뀌고도 계속 골드바를 판매했습니다. 47억여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다시 해가 바뀌고 1억 원어치 넘게 더 판매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판매한 골드바가 모두 72억 원어치가 넘습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 기간 내내 판매 장부를 쓰지 않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세무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골드바 판매하면서 세금계산서 미발행…21억 상당 조세포탈’ 조세포탈을 한 겁니다. 작정을 하고 소득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종합소득세는 물론 부가가치세까지 내지 않게 됐고, 포탈금액은 모두 해서 21억 원 가까이 됐습니다. 귀금속 도소매업을 한 70대의 사업주는 법정에 서게 됩니다.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에 포탈 액수가 커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받았습니다.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 판결을 받았습니다. ‘조세질서·유통질서 심각하게 교란반성하고 있고’ 1심 법원은, ‘피고인이 3년여에 걸쳐 약 21억 원 상당의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포탈하는 등 피고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조세질서와 유통질서를 심각하게 어지럽혔다’고 명시했습니다. 또 ‘그 과정에서 제3자 명의 계좌를 사용해 과세표준을 왜곡시키는 등 적극적인 수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도 불법 행위의 무거움을 인정한 셈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점도 밝혔습니다.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포탈세액에 비해 피고인이 얻은 이익이 아주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에게 동종, 유사 처벌 전력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21억 원 상당의 세금을 포탈했는데, 법원은 피고인이 포탈세액에 비해 얻은 이익이 아주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2심에서는 이 표현이 조금 바뀌어 ‘거래구조상 포탈세액에 비해 피고인이 얻은 이익이 훨씬 크다고 볼 수도 없다’고 돼 있습니다.) 피고인의 최종 형량은 아래와 같이 내려졌습니다. ‘징역 2년 6월에 4년 집행유예, 벌금 21억 원,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일 4백 2십만 원으로 환산해 노역장 유치’ 결국, 21억 원 상당의 조세포탈을 한 귀금속 도소매업자는 실제 형은 살지 않게 됐습니다. ‘감옥행’은 피하게 된 것이죠. 또 하루 일당이 4백 2십만 원으로 책정이 돼 노역장에서 500일을 지내기로 결심하면 벌금 21억 원을 내지 않을 수도 있게 됐습니다. ‘적극적 조세포탈, 하지만 모든 양형조건 고려형의 집행을 유예합니다’ 고액 조세포탈을 한 사람들은 어떤 범죄를 저질렀고,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고 있을까요? 또 처벌 이후 밀린 세금을 제대로 내고는 있는 것일까요? 3만 8천여 고액체납자 명단을 수집해 분석, 보도한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체납을 넘어서, 계획을 하고 공모를 해 과세 당국을 속이고 세금을 내지 않은 조세포탈범들에 대해서도 추적했습니다. 먼저 고액 조세포탈범들의 포탈금액이 어느 정도 되는 가를 살펴봤습니다. 국세청은 해마다 국세기본법과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유죄 판결이 확정된 조세포탈범들 가운데 포탈세액 등이 일정 금액 이상인 사람들을 공개하고 있는 데요. 명단이 공개되는 조세포탈범들은 지난 2015년 기준으로는 연간 포탈세액이 5억 원 이상인 사람들이었고, 2016년에는 3억 이상, 2017년부터는 2억 이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금액을 낮추면 공개 대상이 늘어나기 때문에 공개 기준 자체는 꾸준히 강화돼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준에 의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관계 법령에 따라 공개된 ‘고액’ 조세포탈범들은 모두 176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열람제한 등의 이유로 판결문을 구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166명의 판결문을 입수해 들여다봤습니다. [연관 기사] [고액체납 보고서]① 2억 이상 고액체납자 3만 8천 명…‘37조, 서울시 예산보다 많다’ ☞바로가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70724 “5년간 고액 조세포탈 166명평균 포탈액수 29억여 원” 조사 결과, 이들 166명의 평균 조세포탈액수는 29억여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앙값은 16억 6천여만 원이었습니다. 3만 8천여 명 고액체납자들의 평균 체납액이 9억 7천8백만 원, 중앙값이 5억 6천8백만 원으로 확인됐는데, 공개된 고액 조세포탈범들이 ‘탈세’한 금액은 이보다도 더 커 절반을 넘는 사람들이 16억 이상의 금액을 포탈한 것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구간별로 보면 조세포탈액이 5억 원 미만인 사람들은 3명에 지나지 않았고, 5억에서 10억 사이가 41명, 10억에서 200억 사이가 118명으로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포탈 세액이 200억을 넘는 사람들도 4명 있었습니다. 조세포탈범 포탈액 규모 관련 포탈세액 구간 분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조세포탈 유형 분류 기준을 따랐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2억 이상 고액체납자들의 경우 부과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사람들인 반면 공개된 조세포탈범들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도록 일부러 소득 신고를 하지 않거나 남몰래 차명계좌를 만드는 등 범죄를 저지르고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더 나쁜 사람들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러나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발각됐어도 ‘밀린 세금만 내면 되는 것 아니냐, 실형까지 받는 것은 좀 억울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탈세’에 대해 관대하게 생각해 조세포탈이 엄연히 범죄이고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데도 이와 같은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수억에서 수십억, 수백억의 세금을 포탈한 사람들은 무거운 형을 받고 있을까요? 입수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명단이 공개된 조세포탈범들은 수십억, 백억 이상의 조세포탈을 해서 조세범처벌법은 물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도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실제 형을 살게 된 사람들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세무 당국을 속이고 골드바를 판매하면서 약 21억 원의 조세를 포탈한 사람이 ‘반성하고 있고, 이익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유사 처벌 전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은 것처럼, 조세 정의를 무너뜨리는 등 심각한 위법 행위를 했어도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겁니다. ‘2015~2019년, 고액 조세포탈범 열에 여섯이 집행유예’ 데이터저널리즘팀이 166명을 분석한 결과, 집행유예를 받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97명, 58.4%로 확인됐습니다. 실형을 받은 사람들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아 68명, 41%였습니다. 1명은 징역형 없이 벌금형만 받았습니다. 조세포탈범들 가운데에서도 액수가 크고 죄가 무거워 공개 명단에까지 오른 사람들인데도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은 집행유예를 받은 겁니다. ‘10억 이상 조세포탈범들도 절반이 집행유예’ 특히 10억 원 이상 조세포탈을 한 사람들도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석 결과, 10억 이상, 200억 미만의 조세포탈을 한 사람들은 118명이었는데, 이들 가운데도 62명, 52.5%가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200억 이상 조세포탈범 4명 가운데에도 2명은 집행유예를 받아 실형을 피했습니다. 또한, 2017년부터 공개 기준이 2억 원 이상으로 강화된 가운데, 집행유예 비율은 지난해 크게 늘었습니다. 집행유예 비율은 해마다 50% 안팎이었는데, 지난해 공개된 고액 조세포탈범 49명 가운데 37명, 75.5%가 집행유예를 받아 실형을 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이유를 들어 형량을 결정한 것일까요? 수십억, 수백억 포탈을 한 사람들은 어떤 범죄 행위를 저질렀을까요? 형량을 낮추는 데 기여한 그들의 반성은, 세금 납부로 이어진 것일까요? ‘고액 조세포탈그들은 법을 두려워할까?’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고액 조세포탈범들의 심급별 판결문을 입수해서, 분석하고, 관련 취재를 했습니다. 체납을 넘어서 조세포탈을 한 사람들이 세금 포탈을 어떻게 하고, 얼마나 하고, 또 어떤 처벌을 받고 있는지, 내야 할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는 것인지 하나하나 들여다봤습니다. 관련 기사는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정한진,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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