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픽] ‘고군분투’ 대남병원, ‘잊혀진 일반환자’도 있었다

입력 2020.02.29 (08:01) 수정 2020.02.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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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밤 청도 대남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 A씨의 상태가 위중해졌습니다. A씨는 코로나19의 확진자가 아닌 '일반환자'였습니다. 구급대원들은 신속히 A씨를 이송할 곳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에 있던 7곳의 병원이 A씨를 받지 못한다고 모두 거절한 것으로 JTBC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보건당국 역시 실시간으로 환자들을 이송하다 보니 안에 남아 있는 중증 환자들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그때그때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답을 했습니다."
(<병원 7곳서 수용 거절…일반환자, 구급차 떠돌다가 숨져>, JTBC, 2월 24일 자)

경북 청도 대남병원은 신천지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온 곳이다. 현재까지 7명이 숨져 단일 장소 가운데 사망자도 가장 많다. 이 대남병원을 상당수 언론은 - 특기 사태 초기에 - '정신병동 집단 감염', '신천지 총회장 가족의 장례식장' 등 자극적인 소재와 엮어 보도했다.

하지만 대남병원에는 코로나 감염자, 정신병동 환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잊혀진 일반환자 이야기다. 위중한 데도 받아 줄 다른 병원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번주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는 대부분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던 대남병원 일반환자의 어려움을 다룬 JTBC의 <병원 7곳서 수용 거절..일반환자, 구급차 떠돌다가 숨져> 기사를 'J픽'으로 꼽았다. J는 방송 주제와 관련해 독자·시청자들이 꼭 봤으면 하고, 또 볼 필요가 있는 '좋은 기사'를 정해 J픽으로 소개한다.

'대혼란' 때 언론의 역할.."미흡한 당국 조치를 잘 감시해 끄집어내야"


"22일에 아버지와 같은 요양원에 입원하셨던 할머니 한 분(JTBC 보도에 언급된 인물)이 돌아가셨다. 구급차 타고 주변 병원들을 돌아다니다가 아무 데서도 안 받아줬다고 한다. 그 사건이 발생하고 며칠이 지났는데 질병관리본부에 일반환자 치료와 관련한 지침은 따로 없다고 한다. 큰 문제 아니냐?"

대남병원 옆으로는 노인전문병원, 보건소 그리고 요양원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J 제작진은 이 가운데 요양원에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B씨와 연락이 닿았다. B씨 아버지는 지난 24일, 급히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평소라면 대남병원에서 처방을 받았겠지만, 현재는 대남병원이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고 있어 불가능했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으려 했지만 문의하는 곳마다 "질본 통제가 필요하다"며 진료를 거부했다는 게 B씨 설명이다.

"아버지는 처치가 늦으면 패혈증으로 돌아가실 수 있다. 병원마다 진료를 거부해 보건소에 파견된 질본 공무원에게 병원 연계를 부탁했다. 하지만 이 공무원도 처음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다행히 저녁 8시가 넘어 한 병원을 소개받아 급히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양원에 입원 중인 노인은 현재 90여 명이다. 요양원 측은 "시설 내 노인 중 코로나19 음성판정 결과서가 있는 경우에 외부 진료가 가능하다. 다만 병원들 상당수는 '2차 검사까지 음성이 나와야 받아주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적으로 진단이 늦어지고 있어 요양원 노인들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너무 많아 일반환자까지 관리하기가 버거운 상황"이라며 현실적 한계를 토로했다. 경북도청 역시 "도내 병원들이 대남병원 관련 환자를 기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황이 혼란스러워 단속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J 고정 패널인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대남병원이 정신병동, 코로나19에 취약한 곳이라는 이미지만 전달돼 그 안에 다양한 환자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됐다. 그간 대남병원을 이용했던 환자들이 병원 폐쇄 뒤 어떻게 진료를 받을 것인가에 대해 언론들의 관심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이 몰리는 뉴스들만 따라가는 보도 행태가 문제"라고 말했다.

J에 고정 출연하는 임자운 변호사는 "정부로서도 요양원 입원자 문제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라 생각도 든다. 당국이 준비하지 못했거나, 아직도 살펴보지 못한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이 언론의 역할 아닌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JTBC 보도 같은 지적이 많이 나왔을 때 비로소 정부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동력이 것"이라며 언론에 역할을 주문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J 79회는 〈코로나19, 언론은 어디를 보고있나>라는 주제로 오는 3월 1일(일요일) 밤 9시 5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김용찬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덕훈 KBS 기자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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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픽] ‘고군분투’ 대남병원, ‘잊혀진 일반환자’도 있었다
    • 입력 2020-02-29 08:01:14
    • 수정2020-02-29 09:59:10
    저널리즘 토크쇼 J
"지난 22일 밤 청도 대남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 A씨의 상태가 위중해졌습니다. A씨는 코로나19의 확진자가 아닌 '일반환자'였습니다. 구급대원들은 신속히 A씨를 이송할 곳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에 있던 7곳의 병원이 A씨를 받지 못한다고 모두 거절한 것으로 JTBC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보건당국 역시 실시간으로 환자들을 이송하다 보니 안에 남아 있는 중증 환자들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그때그때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답을 했습니다."
(<병원 7곳서 수용 거절…일반환자, 구급차 떠돌다가 숨져>, JTBC, 2월 24일 자)

경북 청도 대남병원은 신천지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온 곳이다. 현재까지 7명이 숨져 단일 장소 가운데 사망자도 가장 많다. 이 대남병원을 상당수 언론은 - 특기 사태 초기에 - '정신병동 집단 감염', '신천지 총회장 가족의 장례식장' 등 자극적인 소재와 엮어 보도했다.

하지만 대남병원에는 코로나 감염자, 정신병동 환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잊혀진 일반환자 이야기다. 위중한 데도 받아 줄 다른 병원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번주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는 대부분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던 대남병원 일반환자의 어려움을 다룬 JTBC의 <병원 7곳서 수용 거절..일반환자, 구급차 떠돌다가 숨져> 기사를 'J픽'으로 꼽았다. J는 방송 주제와 관련해 독자·시청자들이 꼭 봤으면 하고, 또 볼 필요가 있는 '좋은 기사'를 정해 J픽으로 소개한다.

'대혼란' 때 언론의 역할.."미흡한 당국 조치를 잘 감시해 끄집어내야"


"22일에 아버지와 같은 요양원에 입원하셨던 할머니 한 분(JTBC 보도에 언급된 인물)이 돌아가셨다. 구급차 타고 주변 병원들을 돌아다니다가 아무 데서도 안 받아줬다고 한다. 그 사건이 발생하고 며칠이 지났는데 질병관리본부에 일반환자 치료와 관련한 지침은 따로 없다고 한다. 큰 문제 아니냐?"

대남병원 옆으로는 노인전문병원, 보건소 그리고 요양원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J 제작진은 이 가운데 요양원에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B씨와 연락이 닿았다. B씨 아버지는 지난 24일, 급히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평소라면 대남병원에서 처방을 받았겠지만, 현재는 대남병원이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고 있어 불가능했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으려 했지만 문의하는 곳마다 "질본 통제가 필요하다"며 진료를 거부했다는 게 B씨 설명이다.

"아버지는 처치가 늦으면 패혈증으로 돌아가실 수 있다. 병원마다 진료를 거부해 보건소에 파견된 질본 공무원에게 병원 연계를 부탁했다. 하지만 이 공무원도 처음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다행히 저녁 8시가 넘어 한 병원을 소개받아 급히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양원에 입원 중인 노인은 현재 90여 명이다. 요양원 측은 "시설 내 노인 중 코로나19 음성판정 결과서가 있는 경우에 외부 진료가 가능하다. 다만 병원들 상당수는 '2차 검사까지 음성이 나와야 받아주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적으로 진단이 늦어지고 있어 요양원 노인들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너무 많아 일반환자까지 관리하기가 버거운 상황"이라며 현실적 한계를 토로했다. 경북도청 역시 "도내 병원들이 대남병원 관련 환자를 기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황이 혼란스러워 단속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J 고정 패널인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대남병원이 정신병동, 코로나19에 취약한 곳이라는 이미지만 전달돼 그 안에 다양한 환자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됐다. 그간 대남병원을 이용했던 환자들이 병원 폐쇄 뒤 어떻게 진료를 받을 것인가에 대해 언론들의 관심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이 몰리는 뉴스들만 따라가는 보도 행태가 문제"라고 말했다.

J에 고정 출연하는 임자운 변호사는 "정부로서도 요양원 입원자 문제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라 생각도 든다. 당국이 준비하지 못했거나, 아직도 살펴보지 못한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이 언론의 역할 아닌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JTBC 보도 같은 지적이 많이 나왔을 때 비로소 정부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동력이 것"이라며 언론에 역할을 주문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J 79회는 〈코로나19, 언론은 어디를 보고있나>라는 주제로 오는 3월 1일(일요일) 밤 9시 5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김용찬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덕훈 KBS 기자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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