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호피에 상아, 사자 이빨’…중국, 야생동물 밀수입 언제까지?

입력 2019.10.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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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새끼 호랑이인데 무참히 밀렵

중국 서부 칭하이성(靑海省) 시닝(西宁) 세관이 야생동물 밀수조직을 적발했다. 밀수품을 주로 우편으로 주고받는 밀수꾼들이 물건을 제대로 받아야 하니 주소는 제대로 쓰지만, 이름은 가짜를 쓴다는 점에 착안했다. 연예인 이름을 빌려서 쓴 우편물만 뒤져 내용물을 확인했더니 야생동물 밀수품이 무더기로 나왔다.

호랑이 가죽(호피 虎皮) 2장, 코끼리 상아 29kg, 천산갑(穿山甲, Pangolin) 비늘 26kg, 10kg의 사자 뼈와 사자 이빨도 발견됐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밀렵당한 야생동물을 중국으로 들여온 것이다. 호피 길이는 다 자란 호랑이 체구와 비슷한 3m 정도였다. 그런데 시닝 세관 단속반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호랑이가 새끼라고 설명했다. 어린 새끼 호랑이를 밀렵한 밀수꾼들이 더 비싼 값에 팔려고 호피를 잡아당겨 더 길게 만들었다는 거다.

옛날부터 야생동물 가죽과 뼈 등을 장식품이나 약재 등으로 사용해왔던 중국은 이처럼 밀렵 야생동물 밀수입 천국이나 다름없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열대지역에 사는 멸종위기 동물 천산갑(穿山甲, Pangolin). 비늘이 중국에서 약재로 인기가 높다.아프리카와 아시아 열대지역에 사는 멸종위기 동물 천산갑(穿山甲, Pangolin). 비늘이 중국에서 약재로 인기가 높다.

호피와 코끼리 상아 등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이것 외에 중국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밀수 야생동물 중의 하나가 천산갑(穿山甲, Pangolin)이다. 개미핥기를 닮은 천산갑은 대표적인 멸종 위기 포유류 동물이다. 시닝에서 발견된 천산갑 비늘 26kg은 천산갑 50마리를 밀렵해야 나오는 양이다. 천산갑 비늘은 중국에서 예로부터 약재로 인기가 높다. 부르는 게 값이어서 천산갑 비늘 1g이 홍콩에서 미국달러 1달러에 거래된다고 전해진다.


중국으로 가던 코끼리 300마리 상아

지난 7월 21일 싱가포르 당국은 전 세계 야생동물 밀수출 사건 중 유례가 없는 규모의 사건을 적발했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선적돼 베트남으로 가던 화물이었다. 발견된 화물이 코끼리 상아 8.8톤. 천산갑 비늘이 11.9톤에 달했다. 상아는 시가 1,290만 달러(152억 원)어치로 아프리카코끼리 300마리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천산갑 비늘은 약 2,000마리에서 뗀 것으로 시가 3,570만 달러(420억 원)에 달했다. 외신들은 이 화물의 최종 목적지가 중국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중국 '상아의 여왕' 15년형...상아 800여 개 밀수출 혐의
중국 정부 "탄자니아 정부가 법에 따라 판결 내린 것을 지지한다"

중국이 야생동물 밀수로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산 대표적인 일은 이른바 '상아의 여왕' 사건이다. 탄자니아 법원은 지난 2월 중국인 양펀란씨(69살)에게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양 씨는 2000년부터 2014년까지 탄자니아 코끼리 400여 마리에 해당하는 상아 800여 개를 밀수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탄자니아 당국은 양 씨가 밀매한 상아가 645만 달러(76억 원)어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탄자니아에서 '상아의 여왕'으로 불린 양펀란씨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탄자니아 정부가 법에 따라 판결을 내린 것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고 불법 거래를 단속하는데 다른 나라와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외국에서 자국민이 결부된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견해까지 내놓은 것으로 중국 정부는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과 관련 제품 거래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단속 강화...아직 문화는

중국 외교부의 이 논평은 내심과 다른 국제사회의 지적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언급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싱가포르 당국이 확인한 역대 최고 규모의 코끼리 상아와 천산갑 비늘 밀수출 사건도 중국세관이 사전에 싱가포르 당국에 정보를 전달했기 때문에 적발할 수 있었다. '하얀색 금'이라 불리는 코끼리 상아에 대한 거래도 엄격히 처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를 막기 위한 국제협약(CITES)'을 체결하고, 1989년부터 상아의 수출과 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그동안 세계 최대 상아 시장인 중국에서 협약 준수에 미온적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졌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2018년부터 중국에서 상아를 가공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했다. 34곳의 상아 가공업체와 143곳의 공식 판매점을 모두 폐쇄해 국제사회에 약속을 지켰다.

중국 남부 윈난성 시솽반나주에는 야생 코끼리 보호구를 만들어 인간과 야생 코끼리의 공존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1985년부터 중국 정부가 전면적으로 야생 코끼리 보호에 나서면서 이곳의 야생 아시아 코끼리 개체 수는 300여 마리로 두 배가 늘었다.

[연관기사] 야생 코끼리와 함께!…인간의 공존 실험

그러나 여전히 중국에서 장식품과 약재 등으로 상아 등을 은밀히 거래하는 것도 아직은 사실이다. 지난해 중국 세관이 적발한 희귀 야생 동식물 밀수 사건이 175건에 이른다. 압수한 상아만도 800kg이다. 그러나 이런 통계는 중국 정부가 그만큼 야생 동식물 밀거래 단속을 엄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시닝 세관 단속 사례에서 보듯이 일일이 우편물까지 뒤져서 단속을 하므로 적발이 가능한 것이다.

야생동물을 약재와 장식품 등으로 애용하던 오랜 관습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을 살리기 위해 인류가 손을 걸고 한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중국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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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5 09:00:40
    특파원 리포트
아직 새끼 호랑이인데 무참히 밀렵

중국 서부 칭하이성(靑海省) 시닝(西宁) 세관이 야생동물 밀수조직을 적발했다. 밀수품을 주로 우편으로 주고받는 밀수꾼들이 물건을 제대로 받아야 하니 주소는 제대로 쓰지만, 이름은 가짜를 쓴다는 점에 착안했다. 연예인 이름을 빌려서 쓴 우편물만 뒤져 내용물을 확인했더니 야생동물 밀수품이 무더기로 나왔다.

호랑이 가죽(호피 虎皮) 2장, 코끼리 상아 29kg, 천산갑(穿山甲, Pangolin) 비늘 26kg, 10kg의 사자 뼈와 사자 이빨도 발견됐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밀렵당한 야생동물을 중국으로 들여온 것이다. 호피 길이는 다 자란 호랑이 체구와 비슷한 3m 정도였다. 그런데 시닝 세관 단속반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호랑이가 새끼라고 설명했다. 어린 새끼 호랑이를 밀렵한 밀수꾼들이 더 비싼 값에 팔려고 호피를 잡아당겨 더 길게 만들었다는 거다.

옛날부터 야생동물 가죽과 뼈 등을 장식품이나 약재 등으로 사용해왔던 중국은 이처럼 밀렵 야생동물 밀수입 천국이나 다름없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열대지역에 사는 멸종위기 동물 천산갑(穿山甲, Pangolin). 비늘이 중국에서 약재로 인기가 높다.
호피와 코끼리 상아 등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이것 외에 중국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밀수 야생동물 중의 하나가 천산갑(穿山甲, Pangolin)이다. 개미핥기를 닮은 천산갑은 대표적인 멸종 위기 포유류 동물이다. 시닝에서 발견된 천산갑 비늘 26kg은 천산갑 50마리를 밀렵해야 나오는 양이다. 천산갑 비늘은 중국에서 예로부터 약재로 인기가 높다. 부르는 게 값이어서 천산갑 비늘 1g이 홍콩에서 미국달러 1달러에 거래된다고 전해진다.


중국으로 가던 코끼리 300마리 상아

지난 7월 21일 싱가포르 당국은 전 세계 야생동물 밀수출 사건 중 유례가 없는 규모의 사건을 적발했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선적돼 베트남으로 가던 화물이었다. 발견된 화물이 코끼리 상아 8.8톤. 천산갑 비늘이 11.9톤에 달했다. 상아는 시가 1,290만 달러(152억 원)어치로 아프리카코끼리 300마리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천산갑 비늘은 약 2,000마리에서 뗀 것으로 시가 3,570만 달러(420억 원)에 달했다. 외신들은 이 화물의 최종 목적지가 중국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중국 '상아의 여왕' 15년형...상아 800여 개 밀수출 혐의
중국 정부 "탄자니아 정부가 법에 따라 판결 내린 것을 지지한다"

중국이 야생동물 밀수로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산 대표적인 일은 이른바 '상아의 여왕' 사건이다. 탄자니아 법원은 지난 2월 중국인 양펀란씨(69살)에게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양 씨는 2000년부터 2014년까지 탄자니아 코끼리 400여 마리에 해당하는 상아 800여 개를 밀수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탄자니아 당국은 양 씨가 밀매한 상아가 645만 달러(76억 원)어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탄자니아에서 '상아의 여왕'으로 불린 양펀란씨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탄자니아 정부가 법에 따라 판결을 내린 것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고 불법 거래를 단속하는데 다른 나라와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외국에서 자국민이 결부된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견해까지 내놓은 것으로 중국 정부는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과 관련 제품 거래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단속 강화...아직 문화는

중국 외교부의 이 논평은 내심과 다른 국제사회의 지적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언급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싱가포르 당국이 확인한 역대 최고 규모의 코끼리 상아와 천산갑 비늘 밀수출 사건도 중국세관이 사전에 싱가포르 당국에 정보를 전달했기 때문에 적발할 수 있었다. '하얀색 금'이라 불리는 코끼리 상아에 대한 거래도 엄격히 처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를 막기 위한 국제협약(CITES)'을 체결하고, 1989년부터 상아의 수출과 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그동안 세계 최대 상아 시장인 중국에서 협약 준수에 미온적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졌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2018년부터 중국에서 상아를 가공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했다. 34곳의 상아 가공업체와 143곳의 공식 판매점을 모두 폐쇄해 국제사회에 약속을 지켰다.

중국 남부 윈난성 시솽반나주에는 야생 코끼리 보호구를 만들어 인간과 야생 코끼리의 공존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1985년부터 중국 정부가 전면적으로 야생 코끼리 보호에 나서면서 이곳의 야생 아시아 코끼리 개체 수는 300여 마리로 두 배가 늘었다.

[연관기사] 야생 코끼리와 함께!…인간의 공존 실험

그러나 여전히 중국에서 장식품과 약재 등으로 상아 등을 은밀히 거래하는 것도 아직은 사실이다. 지난해 중국 세관이 적발한 희귀 야생 동식물 밀수 사건이 175건에 이른다. 압수한 상아만도 800kg이다. 그러나 이런 통계는 중국 정부가 그만큼 야생 동식물 밀거래 단속을 엄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시닝 세관 단속 사례에서 보듯이 일일이 우편물까지 뒤져서 단속을 하므로 적발이 가능한 것이다.

야생동물을 약재와 장식품 등으로 애용하던 오랜 관습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을 살리기 위해 인류가 손을 걸고 한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중국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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