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월드컵 경기를 못 보다니”…북한 속내는?

입력 2019.10.15 (08:16) 수정 2019.10.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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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가대표팀의 축구 경기는 팬들의 영원한 관심사죠,

월드컵 관련 경기라고 하면 두 말할 나위도 없겠죠.

그런데 오늘 열리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예선전, 우리나라와 북한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경기 중계권을 갖고 있는 북한 축구협회가 중계를 불허했기 때문입니다.

이 경기는 오늘 오후 5시 30분에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립니다.

지난 1990년 10월 11일에 열린 남북통일 축구대회 이후 평양에서의 열리는 남북 축구경기는 A매치 기준으로 29년 만입니다.

KBS등 지상파 3사는 지난 8월부터 현지 생중계를 준비해 왔는데요,

그런데 최근 북한이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당초 합의와 달리 지난달 말 북한이 갑자기 방북 추진에 관한 실무 연락을 중단한 겁니다.

북한 축구협회는 이 모든 일은 권한 밖의 일이라고 했는데, 경기 외적인 건 남북간 협의의 문제, 외교 문제라는 겁니다.

이에 따라 생중계는 물론 남측의 응원단도, 취재진도 불허한 상태에서 우리 팀은 경기를 치르게 됐습니다.

정부는 일단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이상민/통일부 대변인 : "북측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선수단과 연락이 잘 안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우리 선수단은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보관해 두고 평양에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는 북한에 가져가도 통화가 안 돼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선수단이 한국에 연락을 하려면 북측 허가를 받은 뒤에 북이 제공한 통신선으로만 연락을 할 수가 있는 겁니다.

북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 측에서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자, 북측에선 "잘 알겠다"고만 답했을 뿐 통신을 보장하겠다는 식의 확답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북한전이 진행되는 동안 현지 파견 직원을 통해 득점 상황 등을 파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통신을 보장받지 못하니까 이것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어제 중국 베이징을 통해 북으로 들어갔습니다.

직항으로 1시간 여만에 도착할 거리를 북측이 불허해 돌아돌아 간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우리 국가대표팀에는 손흥민 선수, 이강인 선수 등 세계적 선수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 10만 관중이 모이는 평양 경기장에서 일방적인 응원 속에 나홀로 경기를 치러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 필승을 다짐했는데요, 들어보시죠.

[김민재/축구 국가대표 : "어디든 원정을 떠나면 한국 팬들이 조금이라도 있는 데 없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북한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요.

경색된 남북관계가 원인인 건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하는건 너무한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지난해 2월 열린 평창올림픽을 통해서 북측의 속내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에 북한 응원단이 입국하던 모습인데요.

응원단이 오면 응원단만 오는게 아니라 이렇게 보시는대로 인솔자를 포함해 결국에는 북측 인사들이 함께 올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엔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이라는 최고위급 인사가 왔죠.

이번 평양 경기에서도 응원단을 허용하면 남측 인사들이 평양에 오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일테고 이렇게 되면 남북관계에 대해 논의할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결국 현재 상황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없는 북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지난달 평양에서 치러진 월드컵 조별 예선 북한-레바논 경기에선 북한은 이 경기도 생중계하지 않고, 다음날 녹화중계했습니다.

지금으로선 우리팀의 경기는 이렇게 녹화 중계로라도 볼 수 있다면 다행인 처지가 됐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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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5 08:18:47
    • 수정2019-10-15 10: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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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가대표팀의 축구 경기는 팬들의 영원한 관심사죠,

월드컵 관련 경기라고 하면 두 말할 나위도 없겠죠.

그런데 오늘 열리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예선전, 우리나라와 북한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경기 중계권을 갖고 있는 북한 축구협회가 중계를 불허했기 때문입니다.

이 경기는 오늘 오후 5시 30분에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립니다.

지난 1990년 10월 11일에 열린 남북통일 축구대회 이후 평양에서의 열리는 남북 축구경기는 A매치 기준으로 29년 만입니다.

KBS등 지상파 3사는 지난 8월부터 현지 생중계를 준비해 왔는데요,

그런데 최근 북한이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당초 합의와 달리 지난달 말 북한이 갑자기 방북 추진에 관한 실무 연락을 중단한 겁니다.

북한 축구협회는 이 모든 일은 권한 밖의 일이라고 했는데, 경기 외적인 건 남북간 협의의 문제, 외교 문제라는 겁니다.

이에 따라 생중계는 물론 남측의 응원단도, 취재진도 불허한 상태에서 우리 팀은 경기를 치르게 됐습니다.

정부는 일단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이상민/통일부 대변인 : "북측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선수단과 연락이 잘 안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우리 선수단은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보관해 두고 평양에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는 북한에 가져가도 통화가 안 돼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선수단이 한국에 연락을 하려면 북측 허가를 받은 뒤에 북이 제공한 통신선으로만 연락을 할 수가 있는 겁니다.

북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 측에서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자, 북측에선 "잘 알겠다"고만 답했을 뿐 통신을 보장하겠다는 식의 확답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북한전이 진행되는 동안 현지 파견 직원을 통해 득점 상황 등을 파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통신을 보장받지 못하니까 이것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어제 중국 베이징을 통해 북으로 들어갔습니다.

직항으로 1시간 여만에 도착할 거리를 북측이 불허해 돌아돌아 간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우리 국가대표팀에는 손흥민 선수, 이강인 선수 등 세계적 선수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 10만 관중이 모이는 평양 경기장에서 일방적인 응원 속에 나홀로 경기를 치러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 필승을 다짐했는데요, 들어보시죠.

[김민재/축구 국가대표 : "어디든 원정을 떠나면 한국 팬들이 조금이라도 있는 데 없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북한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요.

경색된 남북관계가 원인인 건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하는건 너무한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지난해 2월 열린 평창올림픽을 통해서 북측의 속내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에 북한 응원단이 입국하던 모습인데요.

응원단이 오면 응원단만 오는게 아니라 이렇게 보시는대로 인솔자를 포함해 결국에는 북측 인사들이 함께 올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엔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이라는 최고위급 인사가 왔죠.

이번 평양 경기에서도 응원단을 허용하면 남측 인사들이 평양에 오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일테고 이렇게 되면 남북관계에 대해 논의할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결국 현재 상황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없는 북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지난달 평양에서 치러진 월드컵 조별 예선 북한-레바논 경기에선 북한은 이 경기도 생중계하지 않고, 다음날 녹화중계했습니다.

지금으로선 우리팀의 경기는 이렇게 녹화 중계로라도 볼 수 있다면 다행인 처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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