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맹산’부터 ‘불쏘시개’…조국이 남긴 것

입력 2019.10.15 (08:06) 수정 2019.10.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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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맹산(誓海盟山)'

지난 8월 조국이 법무장관에 지명 됐을 때 인용한 말입니다.

바다에 서약하고 산에 맹세한다며 검찰 개혁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조국/법무부 장관/8월 9일 : "'서해맹산'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 개혁, 법무부 혁신 등의 소명을 완수하겠습니다."]

동시에 그는 "품 넓은 강물" "멀리 가는 강물"이 되겠다고 했으나, 지명 직후부터 단 한 순간도 순탄하게 흘러갈 수 없었습니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했지만 선출직 혹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임명직에 오른 적은 없었습니다.

때문에 장관으로 지명된 건 그의 인생 첫 검증의 무대였습니다.

지명 직후, 의혹은 물밀 듯 쏟아졌습니다.

일주일 만에 가족 사모펀드 문제가 불거지더니 딸 입시 의혹까지 터져나오면서 젊은 층에서부터 공정과 정의의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본인과 아내, 자녀, 동생에 조카까지 연루된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른바 '조국 블랙홀'이란 말을 낳으며 국회 곳곳을 마비시켰습니다.

[정점식/자유한국당 의원 : "정치 검찰화하겠다는 정권의 의도입니다."]

[최재형/감사원장 : "감사원장 관련된 질문이 아니어서..."]

국민 여론은 서초동과 광화문 두 쪽으로 갈라져 이른바 광장 대결을 벌였습니다.

사회적 분열 한복판에 조국이 있었습니다.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조국은 물러나라!"]

흩어진 민심을 수습해야 할 정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백만, 2백만 검증 없는 숫자 공방 속에 여당은 서초동, 보수 야당은 광화문만 바라볼뿐이었습니다.

[이인영/민주당 원내대표/10월 7일 : "광화문 집회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집회였습니다. 동원이 없고, 욕설이 없고..."]

[나경원/한국당 원내대표/10월 4일 : "서초동 200만 선동을 판판히 깨부수고 한 줌도 안되는 조국 비호 세력의 기를 눌렀습니다."]

취임 35일만의 장관직 사퇴로, 두 달 넘게 이어진 혼돈의 정국은 일단락됐습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 시행안 발표 직후 자진 사퇴 카드를 던짐으로써 ‘떠밀리듯 나가지 않았다’는 모양새를 갖췄습니다.

하지만 사퇴의 핵심 이유는 그가 스스로 밝혔 듯 민심이었습니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을 고려하면 조 장관의 사퇴는 여론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14일 리얼미터 조사결과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부정이 긍정을 15%포인트 가까이 앞섰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율 격차는 0.9% 포인트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습니다.

조 장관이 마지막 길에 던진 화두는 검찰 개혁입니다.

서초동 촛불 집회에서 확인된 검찰 개혁을 향한 요구는 검찰 특수부 폐지, 인권 수사 등 자체 개혁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조 장관 사퇴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 개혁을 위해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시간은, 조국의 시간에서 정부,그리고 국회의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검찰 개혁의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은 물론, 조국 사태가 불을 지핀 입시 공정성 문제 등 교육제도 전반의 문제도 손을 대야 할 시점이 됐습니다.

조 장관 임명을 통해 드러난 인사 검증 시스템도 정비가 불가피합니다.

조 장관 사퇴로 인한 후속 인사가 첫 시험대가 될 걸로 보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읽는 정치가 최선의 정치고 국민과 다투는 정치가 최악의 정치다' 사마천 '사기'의 일부입니다.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통합의 동력을 회복하는 일이 국회와 청와대 모두에 남겨진 우선 과제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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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맹산’부터 ‘불쏘시개’…조국이 남긴 것
    • 입력 2019-10-15 08:07:42
    • 수정2019-10-15 10:02:05
    아침뉴스타임
'서해맹산(誓海盟山)'

지난 8월 조국이 법무장관에 지명 됐을 때 인용한 말입니다.

바다에 서약하고 산에 맹세한다며 검찰 개혁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조국/법무부 장관/8월 9일 : "'서해맹산'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 개혁, 법무부 혁신 등의 소명을 완수하겠습니다."]

동시에 그는 "품 넓은 강물" "멀리 가는 강물"이 되겠다고 했으나, 지명 직후부터 단 한 순간도 순탄하게 흘러갈 수 없었습니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했지만 선출직 혹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임명직에 오른 적은 없었습니다.

때문에 장관으로 지명된 건 그의 인생 첫 검증의 무대였습니다.

지명 직후, 의혹은 물밀 듯 쏟아졌습니다.

일주일 만에 가족 사모펀드 문제가 불거지더니 딸 입시 의혹까지 터져나오면서 젊은 층에서부터 공정과 정의의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본인과 아내, 자녀, 동생에 조카까지 연루된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른바 '조국 블랙홀'이란 말을 낳으며 국회 곳곳을 마비시켰습니다.

[정점식/자유한국당 의원 : "정치 검찰화하겠다는 정권의 의도입니다."]

[최재형/감사원장 : "감사원장 관련된 질문이 아니어서..."]

국민 여론은 서초동과 광화문 두 쪽으로 갈라져 이른바 광장 대결을 벌였습니다.

사회적 분열 한복판에 조국이 있었습니다.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조국은 물러나라!"]

흩어진 민심을 수습해야 할 정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백만, 2백만 검증 없는 숫자 공방 속에 여당은 서초동, 보수 야당은 광화문만 바라볼뿐이었습니다.

[이인영/민주당 원내대표/10월 7일 : "광화문 집회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집회였습니다. 동원이 없고, 욕설이 없고..."]

[나경원/한국당 원내대표/10월 4일 : "서초동 200만 선동을 판판히 깨부수고 한 줌도 안되는 조국 비호 세력의 기를 눌렀습니다."]

취임 35일만의 장관직 사퇴로, 두 달 넘게 이어진 혼돈의 정국은 일단락됐습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 시행안 발표 직후 자진 사퇴 카드를 던짐으로써 ‘떠밀리듯 나가지 않았다’는 모양새를 갖췄습니다.

하지만 사퇴의 핵심 이유는 그가 스스로 밝혔 듯 민심이었습니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을 고려하면 조 장관의 사퇴는 여론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14일 리얼미터 조사결과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부정이 긍정을 15%포인트 가까이 앞섰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율 격차는 0.9% 포인트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습니다.

조 장관이 마지막 길에 던진 화두는 검찰 개혁입니다.

서초동 촛불 집회에서 확인된 검찰 개혁을 향한 요구는 검찰 특수부 폐지, 인권 수사 등 자체 개혁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조 장관 사퇴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 개혁을 위해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시간은, 조국의 시간에서 정부,그리고 국회의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검찰 개혁의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은 물론, 조국 사태가 불을 지핀 입시 공정성 문제 등 교육제도 전반의 문제도 손을 대야 할 시점이 됐습니다.

조 장관 임명을 통해 드러난 인사 검증 시스템도 정비가 불가피합니다.

조 장관 사퇴로 인한 후속 인사가 첫 시험대가 될 걸로 보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읽는 정치가 최선의 정치고 국민과 다투는 정치가 최악의 정치다' 사마천 '사기'의 일부입니다.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통합의 동력을 회복하는 일이 국회와 청와대 모두에 남겨진 우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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