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칩 덕분에” 12년 전 잃어버렸던 반려견 되찾아

입력 2019.10.15 (07:00) 수정 2019.10.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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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AP통신과 UPI통신, 미국 CBS NEWS 등은 한 유실견과 주인의 '극적 상봉'을 전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캐서린 스트랭과 14살 폭스테리어 더치스.

이들은 지난 11일 헤어진 지 12년 만에 한 동물보호소(The Humane Animal Rescue)에서 재회했다.

12년이라는 긴 시간도 그렇지만, 이들이 다시 만난 동물보호소는 스트랭이 사는 플로리다주에서 거리상으로 1천 818km나 떨어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시에 있었다.

더치스를 찾았다는 소식을 접한 스트랭이 한달음에 차를 몰고 달려왔는데도 무려 18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스트랭이 더치스를 잃어버린 건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살짜리 어린 강아지였던 더치스는 스트랭이 일을 하러 나간 사이 12살이었던 스트랭의 아들이 학교에서 들어와 현관문을 열어놓는 바람에 행방불명되었다.

하지만 스트랭은 더치스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그래서 매년 15달러의 마이크로칩 비용을 꼬박꼬박 내가면서 이사할 때마다 연락처를 업데이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국, 지난 7일 피츠버그의 한 헛간 주위에서 잔뜩 굶주린 채 떨고 있던 더치스를 누군가가 발견했고 보호소로 데려왔다.

그리고 보호소 직원들이 더치스의 몸을 스캔하자 심긴 마이크로칩 덕분에 원래 주인이었던 스트랭의 연락처가 나온 것.


더치스가 지난 12년 동안 어디서 무얼 했으며, 어떻게 원래 집이 있던 플로리다에서 펜실베이니아까지 가게 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먼 거리를 개가 홀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아마도 누군가가 펜실베이니아까지 데리고 갔다가 다시 잃어버렸거나 유기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감격스러운 상봉은 마이크로칩을 통한 동물등록제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기동물 입양 앱 ‘포인핸드(http://pawinhand.kr/)’를 만들어 운영하는 수의사 이환희 씨는 경기도 가평군에서 공중방역수의사로 일하던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뜻밖에도 동물보호소에는 버려져서 온 동물(유기동물)들보다 잃어버린 동물(유실동물)들이 더 많아요. 결국, 어쩌다가 잃어버리게 된 동물들의 소재가 최대한 빨리 알려져서 안락사되기 전에 주인의 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그만큼 동물보호소에서 다시 살아서 나갈 수 있는 동물들이 많아진다는 뜻이죠. 일주일 남짓한 기한 내에 동물들이 '나 여기 있어요!'라고 알릴 수 있고, 주인들이 자신이 잃어버린 동물이 어디 있는지를 알아낸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거든요."

실제로 반려동물이 방치되거나 길에서 돌아다니다가 엉겹결에 보호소로 들어오게 되는 경우도 8%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반려동물(개의 경우만 해당, 고양이는 시범 사업) 등록률은 지난해(2018년) 기준 3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돼 아직까지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게다가 등록을 한다고 해도 사후 관리가 잘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으며 주인의 연락처가 바뀌었거나 주인 자체가 바뀌었을 때 정보가 업데이트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지자체들은 유기동물 신고가 접수되면 대개 동물구조단체를 통해 동물을 포획한 후 유기동물 보호센터로 이송하는데 이때는 유기동물과 유실동물이 가려지지 않은 채 모두 유기동물 센터로 보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실동물이 주인을 찾을 기회가 원천 봉쇄되기도 하고,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 보호단체나 활동가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차단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실수로 잃어버렸거나 호기심에서 집을 나와 배회하던 동물이 유기동물로 오인받아 보호소로 보내져 안락사를 당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또 뒤늦게 잃어버린 반려동물의 소재를 파악했지만 이미 안락사 처분을 당한 후라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주인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반려동물 등록제가 하루빨리 정착되고 그 취지와 의의가 제대로 홍보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반려동물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는 게 최우선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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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크로칩 덕분에” 12년 전 잃어버렸던 반려견 되찾아
    • 입력 2019-10-15 07:00:11
    • 수정2019-10-15 10:36:17
    취재K
지난 주말 AP통신과 UPI통신, 미국 CBS NEWS 등은 한 유실견과 주인의 '극적 상봉'을 전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캐서린 스트랭과 14살 폭스테리어 더치스.

이들은 지난 11일 헤어진 지 12년 만에 한 동물보호소(The Humane Animal Rescue)에서 재회했다.

12년이라는 긴 시간도 그렇지만, 이들이 다시 만난 동물보호소는 스트랭이 사는 플로리다주에서 거리상으로 1천 818km나 떨어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시에 있었다.

더치스를 찾았다는 소식을 접한 스트랭이 한달음에 차를 몰고 달려왔는데도 무려 18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스트랭이 더치스를 잃어버린 건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살짜리 어린 강아지였던 더치스는 스트랭이 일을 하러 나간 사이 12살이었던 스트랭의 아들이 학교에서 들어와 현관문을 열어놓는 바람에 행방불명되었다.

하지만 스트랭은 더치스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그래서 매년 15달러의 마이크로칩 비용을 꼬박꼬박 내가면서 이사할 때마다 연락처를 업데이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국, 지난 7일 피츠버그의 한 헛간 주위에서 잔뜩 굶주린 채 떨고 있던 더치스를 누군가가 발견했고 보호소로 데려왔다.

그리고 보호소 직원들이 더치스의 몸을 스캔하자 심긴 마이크로칩 덕분에 원래 주인이었던 스트랭의 연락처가 나온 것.


더치스가 지난 12년 동안 어디서 무얼 했으며, 어떻게 원래 집이 있던 플로리다에서 펜실베이니아까지 가게 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먼 거리를 개가 홀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아마도 누군가가 펜실베이니아까지 데리고 갔다가 다시 잃어버렸거나 유기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감격스러운 상봉은 마이크로칩을 통한 동물등록제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기동물 입양 앱 ‘포인핸드(http://pawinhand.kr/)’를 만들어 운영하는 수의사 이환희 씨는 경기도 가평군에서 공중방역수의사로 일하던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뜻밖에도 동물보호소에는 버려져서 온 동물(유기동물)들보다 잃어버린 동물(유실동물)들이 더 많아요. 결국, 어쩌다가 잃어버리게 된 동물들의 소재가 최대한 빨리 알려져서 안락사되기 전에 주인의 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그만큼 동물보호소에서 다시 살아서 나갈 수 있는 동물들이 많아진다는 뜻이죠. 일주일 남짓한 기한 내에 동물들이 '나 여기 있어요!'라고 알릴 수 있고, 주인들이 자신이 잃어버린 동물이 어디 있는지를 알아낸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거든요."

실제로 반려동물이 방치되거나 길에서 돌아다니다가 엉겹결에 보호소로 들어오게 되는 경우도 8%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반려동물(개의 경우만 해당, 고양이는 시범 사업) 등록률은 지난해(2018년) 기준 3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돼 아직까지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게다가 등록을 한다고 해도 사후 관리가 잘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으며 주인의 연락처가 바뀌었거나 주인 자체가 바뀌었을 때 정보가 업데이트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지자체들은 유기동물 신고가 접수되면 대개 동물구조단체를 통해 동물을 포획한 후 유기동물 보호센터로 이송하는데 이때는 유기동물과 유실동물이 가려지지 않은 채 모두 유기동물 센터로 보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실동물이 주인을 찾을 기회가 원천 봉쇄되기도 하고,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 보호단체나 활동가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차단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실수로 잃어버렸거나 호기심에서 집을 나와 배회하던 동물이 유기동물로 오인받아 보호소로 보내져 안락사를 당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또 뒤늦게 잃어버린 반려동물의 소재를 파악했지만 이미 안락사 처분을 당한 후라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주인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반려동물 등록제가 하루빨리 정착되고 그 취지와 의의가 제대로 홍보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반려동물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는 게 최우선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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