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베트남 스쿨버스 방치된 3살·6살 아이들…대책은?

입력 2019.10.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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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베트남 당국은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통학버스 관련법 제정을 베트남 교통부에 요청했습니다. 통학버스 서비스가 최근에야 보편화한 베트남에서는 관련 법이 없었습니다. 최근 연이어 난 2건의 통학 차 사고에 대해 당국이 본격적인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베트남, 연이은 통학버스 사고…차 안에 방치된 3살, 6살 아이들

지난달 13일, 베트남 북부 박닌성의 한 사립 유치원에 다니던 3살 남자아이가 유치원 버스에 혼자 남겨졌습니다. 7시간 만에 발견된 아이는 심각한 열사병과 탈수 증세를 보였지만 다행히 치료 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앞서 지난 8월, 베트남 하노이의 한 국제학교 통학버스에서 9시간 동안 방치된 6살 레 모 군이 숨졌습니다. 체감온도 4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여름이었습니다. 아이가 결석했다는 사실을 곧바로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던 학교 측은 9시간이 지난 뒤에야 레 군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차 안에서 의식을 잃은 레 군은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했습니다. 부검결과 레 군의 뇌에서 혈전이 발견됐고, 질식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학교에 갓 입학했던 레 군은 등교 둘째 날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연관기사] 베트남서 스쿨버스 9시간 방치한 6살 초등생 사망

베트남 수사 당국은 기관 관계자들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약속했습니다. 당시 버스 안에서 승하차 도우미 역할을 했던 응웬 빅 뀌 씨와 운전기사 도안 피엔 씨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베트남의 한 초등학교베트남의 한 초등학교

베트남 교육부, 통학버스 서비스 전수 조사 등 대책 발표

통학 차량 어린이 사고는 비단 베트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4살 아이가 차량에 방치돼 숨진 이후, 잠자는 아이를 확인하는 장치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이 장치는 최근 베트남에도 수출이 결정됐습니다. 미국에서는 하루 2천5백만 학생들이 통학버스를 이용합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운행 후, 운전기사가 빈 좌석을 확인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유치원생이 한 시간 동안 차 안에 방치됐던 사건 이후, 워싱턴주는 버스 안에 경보 벨을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먼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학부모들이었습니다. 학생이 결석할 경우 교사가 곧바로 부모에게 알리도록 요구했고, 아이들의 위치 정보가 전달되는 GPS 시계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레 군이 숨진 바로 다음 날, 응웬 쑤언 푹 총리가 나서 관련 부처에 어린이 안전을 위한 조치를 강화하라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베트남 교육부는 담당 부서에 사설 통학버스 서비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교육 기관의 버스 기사가 정식 인가를 받은 회사의 고용원인지 확인하고, 교통법을 위반한 운전기사의 경우 즉각 계약을 해지하도록 했습니다.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한 초등학교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한 초등학교

"우발적인 비극이 아닌 무책임의 문제" 사고 예방 교육 필요
베트남, 1990년 세계 두 번째로 UN 아동권리협약 비준
매년 6월마다 "아동보호는 사회의 책임" 모토로 아동 보호 점검

베트남은 1990년 세계 두 번째로 UN 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나라입니다. 매년 6월마다 "아동 보호는 사회의 책임이다"는 모토로 아동 보호에 대해 점검하고 정부 차원의 성과를 설명하는 행사도 열립니다. 베트남에서 수천 명의 학생이 통학버스를 탑니다. 숨진 레 군과 동갑인 6살 아이의 학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VNexpress 칼럼니스트 쩐 훙 투이 씨는 "비극적이지만 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책임 부족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신의 아이도 차에서 쉽게 잠드는 습관이 있어, 통학버스 대신 아이를 직접 통학시킨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뉴스의 칼럼니스트 칸 반 씨 또한 교통사고나 화재, 유해 환경으로부터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어른들의 책임 강화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최근 베트남의 교육 정책은 교과목과 학습 방식의 혁신에 중점을 두고 발전해왔다"며 "교사와 학생들이 교육시설에서 발생하는 사고 예방법에 대해 배우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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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베트남 스쿨버스 방치된 3살·6살 아이들…대책은?
    • 입력 2019-10-15 07:00:10
    특파원 리포트
지난주, 베트남 당국은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통학버스 관련법 제정을 베트남 교통부에 요청했습니다. 통학버스 서비스가 최근에야 보편화한 베트남에서는 관련 법이 없었습니다. 최근 연이어 난 2건의 통학 차 사고에 대해 당국이 본격적인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베트남, 연이은 통학버스 사고…차 안에 방치된 3살, 6살 아이들

지난달 13일, 베트남 북부 박닌성의 한 사립 유치원에 다니던 3살 남자아이가 유치원 버스에 혼자 남겨졌습니다. 7시간 만에 발견된 아이는 심각한 열사병과 탈수 증세를 보였지만 다행히 치료 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앞서 지난 8월, 베트남 하노이의 한 국제학교 통학버스에서 9시간 동안 방치된 6살 레 모 군이 숨졌습니다. 체감온도 4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여름이었습니다. 아이가 결석했다는 사실을 곧바로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던 학교 측은 9시간이 지난 뒤에야 레 군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차 안에서 의식을 잃은 레 군은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했습니다. 부검결과 레 군의 뇌에서 혈전이 발견됐고, 질식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학교에 갓 입학했던 레 군은 등교 둘째 날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연관기사] 베트남서 스쿨버스 9시간 방치한 6살 초등생 사망

베트남 수사 당국은 기관 관계자들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약속했습니다. 당시 버스 안에서 승하차 도우미 역할을 했던 응웬 빅 뀌 씨와 운전기사 도안 피엔 씨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베트남의 한 초등학교
베트남 교육부, 통학버스 서비스 전수 조사 등 대책 발표

통학 차량 어린이 사고는 비단 베트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4살 아이가 차량에 방치돼 숨진 이후, 잠자는 아이를 확인하는 장치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이 장치는 최근 베트남에도 수출이 결정됐습니다. 미국에서는 하루 2천5백만 학생들이 통학버스를 이용합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운행 후, 운전기사가 빈 좌석을 확인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유치원생이 한 시간 동안 차 안에 방치됐던 사건 이후, 워싱턴주는 버스 안에 경보 벨을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먼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학부모들이었습니다. 학생이 결석할 경우 교사가 곧바로 부모에게 알리도록 요구했고, 아이들의 위치 정보가 전달되는 GPS 시계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레 군이 숨진 바로 다음 날, 응웬 쑤언 푹 총리가 나서 관련 부처에 어린이 안전을 위한 조치를 강화하라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베트남 교육부는 담당 부서에 사설 통학버스 서비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교육 기관의 버스 기사가 정식 인가를 받은 회사의 고용원인지 확인하고, 교통법을 위반한 운전기사의 경우 즉각 계약을 해지하도록 했습니다.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한 초등학교
"우발적인 비극이 아닌 무책임의 문제" 사고 예방 교육 필요
베트남, 1990년 세계 두 번째로 UN 아동권리협약 비준
매년 6월마다 "아동보호는 사회의 책임" 모토로 아동 보호 점검

베트남은 1990년 세계 두 번째로 UN 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나라입니다. 매년 6월마다 "아동 보호는 사회의 책임이다"는 모토로 아동 보호에 대해 점검하고 정부 차원의 성과를 설명하는 행사도 열립니다. 베트남에서 수천 명의 학생이 통학버스를 탑니다. 숨진 레 군과 동갑인 6살 아이의 학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VNexpress 칼럼니스트 쩐 훙 투이 씨는 "비극적이지만 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책임 부족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신의 아이도 차에서 쉽게 잠드는 습관이 있어, 통학버스 대신 아이를 직접 통학시킨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뉴스의 칼럼니스트 칸 반 씨 또한 교통사고나 화재, 유해 환경으로부터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어른들의 책임 강화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최근 베트남의 교육 정책은 교과목과 학습 방식의 혁신에 중점을 두고 발전해왔다"며 "교사와 학생들이 교육시설에서 발생하는 사고 예방법에 대해 배우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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