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추석 지났으니 손학규 사퇴?…폭풍전야(?) 바른미래당

입력 2019.09.1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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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바른미래당 기류가 심상치 않습니다. 묘한 전운도 감돕니다. 그간 해결되지 않은 채 덮어뒀던 당 내홍이 또다시 불거질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는 탓입니다.

손학규 대표가 공언했던 '추석 전 당 지지율 10% 안 되면 사퇴' 약속과 관련한 논란이 고개를 다시 내밀기 시작했고, 보수 야권의 '반(反)조국 연대' 논의가 부상하면서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또다시 다른 목소리로 부딪히고 있습니다.

정병국의 '중대 결단'은?…바른미래 짙은 내홍의 그림자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이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이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애초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면 '손학규 대표의 추석 전 10% 지지율' 약속을 고리로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파열음이 일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간 말을 아껴왔던 바른정당 출신, 최다선 의원인 5선 정병국 의원이 먼저 등판했습니다.

정 의원은 어제(16일) 국회에서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권과의 싸움은 손학규 대표의 사퇴로부터 시작된다"며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손 대표가 공언한 '추석 전 사퇴 조건'을 언급하며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의석수 6명인 정의당(6.2%)보다 못한 5.2%를 기록하고 있으니 손 대표는 이만 약속을 지키라고 했습니다. 손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중대 결단'을 하겠다는 말도 던졌습니다.

정 의원이 전면에 나서서 이렇게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처음인 데다 '중대 결단이 무어냐' 탈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 지켜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오늘(17일)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같은 발언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17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손학규 대표 사퇴를 주장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17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손학규 대표 사퇴를 주장했다.

유의동 의원은 "손학규 대표가 이제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시간이 됐다"고 했고, 이혜훈 의원도 손 대표를 조국 장관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며, 사퇴 약속을 지키라고 했습니다.

지상욱 의원도 손 대표를 향해 "이제는 우리가 도와주지 않아 (사퇴)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국민의당 출신으로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김수민 의원도 "손 대표가 대국민 결단을 내려달라. 엄중한 시대의 요청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손학규는 지금 ?


비당권파가 연일 손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며 '손학규 때리기'에 집중하는 동안에도 손 대표는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 직후, '추석 전 10% 지지율 안 되면 사퇴' 약속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얘긴 더는 할 것도 없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습니다.

실제, 손 대표가 사퇴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4.3 보선 참패를 이유로 4월 15일, 추석까지 지지율이 10%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석 달 만인 지난 7월 15일, 비당권파의 비협조로 대표의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고, 혁신위 논란에서도 '사퇴는 없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 왔습니다.

지난달에는 '바른미래당 중심의 빅 텐트로 새 판을 짜겠다'는 '손학규 선언'을 내놓으며 대표로서 혁신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한 당권파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가 지금, 사퇴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손학규 선언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며 손 대표의 의중을 전했습니다.

이대로 지지부진 당 내홍 반복?…한국당과 보수 통합?

그렇다면, 지난 4.3 보선부터 이어진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또다시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 걸까요? 손 대표 사퇴를 주장하고 나선 비당권파 의원들은 일단 반응을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깁니다.

바른정당 출신의 한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일단, 손 대표가 어떻게 할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될 때까지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손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데, 어떤 방식이 될지 미리 언급하기는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바른정당 출신 의원도 "이번 주까지만이라도 반응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보수 야권에서는 바른미래당의 이런 내홍에다 최근 야권의 '반 조국' 움직임이 계기가 돼 보수 통합에 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 의원의 중론입니다.

앞서 손 대표 중심의 당권파는 '자유한국당과는 연대하지 않겠다'며 확실하게 선을 그은 반면, 바른정당계의 수장 격인 유승민 의원은 '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보수 통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거기까진 아니라는 겁니다.

유 의원 발언은 한국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뒀다기보다, '반 조국' 등 사안별 연대라고 보는 게 맞는다는 게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해석입니다.

'조국 장관 사퇴'를 고리로 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시당 차원의 연대 움직임도 보수 통합의 틀로 봐선 안 된다는 겁니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연대가 진행된 부산시당의 경우는 당권파가 그만큼 많이 장악하지 않은 데다, 하태경 의원이라는 개인적인 특수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반면 서울시당의 경우는 물밑 접촉이 있긴 했지만, 이를 반대하는 당권파들이 많아 실제 성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바른미래당 내에서 하나의 기점이던 추석 연휴가 지났습니다. 총선은 어느덧 7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에게도 비당권파에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얘깁니다. 그간 수면으로 가라앉았던 내홍이 다시금 불거지는 것 또한 변화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단 방증으로 보입니다. 한지붕 두 가족이었던 바른미래당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 변화는 보수 지형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다시 폭풍 전야에 들어선 바른미래당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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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추석 지났으니 손학규 사퇴?…폭풍전야(?) 바른미래당
    • 입력 2019-09-17 20:03:15
    여심야심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바른미래당 기류가 심상치 않습니다. 묘한 전운도 감돕니다. 그간 해결되지 않은 채 덮어뒀던 당 내홍이 또다시 불거질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는 탓입니다.

손학규 대표가 공언했던 '추석 전 당 지지율 10% 안 되면 사퇴' 약속과 관련한 논란이 고개를 다시 내밀기 시작했고, 보수 야권의 '반(反)조국 연대' 논의가 부상하면서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또다시 다른 목소리로 부딪히고 있습니다.

정병국의 '중대 결단'은?…바른미래 짙은 내홍의 그림자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이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애초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면 '손학규 대표의 추석 전 10% 지지율' 약속을 고리로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파열음이 일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간 말을 아껴왔던 바른정당 출신, 최다선 의원인 5선 정병국 의원이 먼저 등판했습니다.

정 의원은 어제(16일) 국회에서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권과의 싸움은 손학규 대표의 사퇴로부터 시작된다"며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손 대표가 공언한 '추석 전 사퇴 조건'을 언급하며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의석수 6명인 정의당(6.2%)보다 못한 5.2%를 기록하고 있으니 손 대표는 이만 약속을 지키라고 했습니다. 손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중대 결단'을 하겠다는 말도 던졌습니다.

정 의원이 전면에 나서서 이렇게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처음인 데다 '중대 결단이 무어냐' 탈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 지켜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오늘(17일)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같은 발언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17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손학규 대표 사퇴를 주장했다.
유의동 의원은 "손학규 대표가 이제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시간이 됐다"고 했고, 이혜훈 의원도 손 대표를 조국 장관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며, 사퇴 약속을 지키라고 했습니다.

지상욱 의원도 손 대표를 향해 "이제는 우리가 도와주지 않아 (사퇴)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국민의당 출신으로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김수민 의원도 "손 대표가 대국민 결단을 내려달라. 엄중한 시대의 요청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손학규는 지금 ?


비당권파가 연일 손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며 '손학규 때리기'에 집중하는 동안에도 손 대표는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 직후, '추석 전 10% 지지율 안 되면 사퇴' 약속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얘긴 더는 할 것도 없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습니다.

실제, 손 대표가 사퇴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4.3 보선 참패를 이유로 4월 15일, 추석까지 지지율이 10%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석 달 만인 지난 7월 15일, 비당권파의 비협조로 대표의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고, 혁신위 논란에서도 '사퇴는 없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 왔습니다.

지난달에는 '바른미래당 중심의 빅 텐트로 새 판을 짜겠다'는 '손학규 선언'을 내놓으며 대표로서 혁신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한 당권파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가 지금, 사퇴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손학규 선언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며 손 대표의 의중을 전했습니다.

이대로 지지부진 당 내홍 반복?…한국당과 보수 통합?

그렇다면, 지난 4.3 보선부터 이어진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또다시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 걸까요? 손 대표 사퇴를 주장하고 나선 비당권파 의원들은 일단 반응을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깁니다.

바른정당 출신의 한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일단, 손 대표가 어떻게 할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될 때까지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손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데, 어떤 방식이 될지 미리 언급하기는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바른정당 출신 의원도 "이번 주까지만이라도 반응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보수 야권에서는 바른미래당의 이런 내홍에다 최근 야권의 '반 조국' 움직임이 계기가 돼 보수 통합에 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 의원의 중론입니다.

앞서 손 대표 중심의 당권파는 '자유한국당과는 연대하지 않겠다'며 확실하게 선을 그은 반면, 바른정당계의 수장 격인 유승민 의원은 '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보수 통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거기까진 아니라는 겁니다.

유 의원 발언은 한국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뒀다기보다, '반 조국' 등 사안별 연대라고 보는 게 맞는다는 게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해석입니다.

'조국 장관 사퇴'를 고리로 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시당 차원의 연대 움직임도 보수 통합의 틀로 봐선 안 된다는 겁니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연대가 진행된 부산시당의 경우는 당권파가 그만큼 많이 장악하지 않은 데다, 하태경 의원이라는 개인적인 특수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반면 서울시당의 경우는 물밑 접촉이 있긴 했지만, 이를 반대하는 당권파들이 많아 실제 성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바른미래당 내에서 하나의 기점이던 추석 연휴가 지났습니다. 총선은 어느덧 7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에게도 비당권파에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얘깁니다. 그간 수면으로 가라앉았던 내홍이 다시금 불거지는 것 또한 변화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단 방증으로 보입니다. 한지붕 두 가족이었던 바른미래당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 변화는 보수 지형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다시 폭풍 전야에 들어선 바른미래당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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