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조국 반대’ 외치는 SKY 학생들…‘총학’은 왜 빠졌나?

입력 2019.09.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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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사퇴'에서 '장관 사퇴'로…다시 시작된 촛불

구호는 달라졌지만, 학생들은 다시 촛불을 들기로 했습니다. 오는 19일,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학교에서 열리는 '조국 규탄' 집회 이야기입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로 취임이 확정된 뒤에도, 일부 학생들은 여전히 조 장관이 법무부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장의 근거는 같습니다. 조 장관의 딸이 '불법'은 아니라도 '부당'한 방법으로 입시를 거쳐 왔고, 이는 조 장관이나 문재인 정부가 말하던 정의나 공정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다만 집회의 성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우선 세 대학교 모두 총학생회가 집회를 주도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따로 집행부를 꾸려 준비하고, 개인 단위로 참여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세 대학 모두 총학생회 참여 없어…'전면 배제' 이유는?

조 장관의 자녀가 졸업한 고려대에서는 지금까지 세 번 집회가 열렸습니다. 첫 집회는 일반 재학생 중심의 집행부가 주최했고, 두 번째 집회는 총학생회가 이어받았습니다.

그런데 2차 집회 직후부터 고려대학교에서는 총학생회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주최 역할을 넘겨받기로 해 놓고도, 관련 공지를 당일 새벽에야 올리는 등 준비를 소홀히 해 참석자가 크게 줄었다는 이유입니다. 집회 도중 총학생회장이 자리를 비우는 등 당일 집회 운영에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습니다.

결국 학생들은 세 번째 집회부터 다시 개인 자격으로 참가했고, 4차 집회에서도 총학생회는 철저히 배제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서울대의 경우는 다소 복잡합니다. 지금까지 서울대 총학생회는 첫 집회를 빼고 2차, 3차 집회 주최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15일, 총학생회는 단과대학 학생회장단이 참여하는 총운영위원회에서 더 이상 촛불집회를 열지 않기로 결의했습니다.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 직을 맡는 건 여전히 반대하지만, "학내 집회의 효과와 현실성"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는 게 공식적인 설명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총학생회 교체 기간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거라거나, 학내 집회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거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주최를 맡은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본인 역시 고교 시절 '논문 쪼개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추측도 존재하지만, 확실한 건 해당 의혹 뒤에도 총학생회가 2차·3차 집회를 열었다는 사실입니다.

9월 9일 서울대 집회9월 9일 서울대 집회

서울대 학생들 "학생증 확인 안해"…참여 자격 확대

달라진 점은 또 있습니다. 외부인 유입을 차단했던 지난번과 달리, 서울대는 이번 4차 집회에서 학생증이나 졸업 증명서 등을 확인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연 셈입니다. 학내에 머물지 말고 바깥으로 나가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자거나, 다른 대학과 힘을 합쳐 연합 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나오는 것도 더 큰 추진력을 위한 방책으로 보입니다.

19일 오후 7시와 8시. 대표적인 '명문대'로 꼽히는 세 학교가 모두 비슷한 시각 집회를 예고했지만, 집회가 예정대로 열릴지, 몇 명이나 모일지는 아직 추측하기 어렵습니다. 서울대의 4차 촛불집회 예고 게시물은 오늘(17일) 새벽 인터넷에 처음 올라왔습니다. 게시물 작성자는 "11명의 용기 있는 동문이 도움을 주기 위해 모였다"며, "1차 오프라인 회의를 했다"고 적었습니다.

세 학교 중 처음으로 규탄 집회를 준비 중인 연세대는 애초 어제(16일) 집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총학생회와의 협상 등을 마무리 짓지 못해 일정이 연기됐고, 결국 총학생회 참여 없이 모이기로 했습니다. 어제까지 180명 가량이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정확한 참여 인원은 집회 전날 밤인 내일(18일) 오후 공개할 예정입니다.

어제(16일) 4차 집회 제안 글이 올라온 고려대는 집행부 구성을 마친 상태입니다. 모두 6명이 모였고, 집회 방향과 구호, 외부인 출입 제한 여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주최 측은 "곧 집행부원끼리 오프라인 회의를 한 뒤 회의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 끝은 어디일까

현재 조 장관은 국회 방문 등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일정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5촌 조카 조 모 씨가 구속되는 등, 검찰 수사도 다른 한 편에서 속도를 내는 중입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삭발하는 등 정치권의 공세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장관 임명 뒤에도 논란은 계속 현재 진행형이라는 뜻입니다.

공정함을 요구하는 청년 세대의 박탈감, 입시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 '정치에 개입하는 검찰'이라는 비판 등 이번 사태가 촉발한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여전히 답을 찾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임명 강행과 철회의 양자택일을 넘어서는 과제"라는 시사인 천관율 기자의 분석처럼, 우리는 이제야 어려운 시험지를 받아들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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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조국 반대’ 외치는 SKY 학생들…‘총학’은 왜 빠졌나?
    • 입력 2019-09-17 18:40:13
    취재K
'후보자 사퇴'에서 '장관 사퇴'로…다시 시작된 촛불

구호는 달라졌지만, 학생들은 다시 촛불을 들기로 했습니다. 오는 19일,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학교에서 열리는 '조국 규탄' 집회 이야기입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로 취임이 확정된 뒤에도, 일부 학생들은 여전히 조 장관이 법무부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장의 근거는 같습니다. 조 장관의 딸이 '불법'은 아니라도 '부당'한 방법으로 입시를 거쳐 왔고, 이는 조 장관이나 문재인 정부가 말하던 정의나 공정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다만 집회의 성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우선 세 대학교 모두 총학생회가 집회를 주도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따로 집행부를 꾸려 준비하고, 개인 단위로 참여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세 대학 모두 총학생회 참여 없어…'전면 배제' 이유는?

조 장관의 자녀가 졸업한 고려대에서는 지금까지 세 번 집회가 열렸습니다. 첫 집회는 일반 재학생 중심의 집행부가 주최했고, 두 번째 집회는 총학생회가 이어받았습니다.

그런데 2차 집회 직후부터 고려대학교에서는 총학생회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주최 역할을 넘겨받기로 해 놓고도, 관련 공지를 당일 새벽에야 올리는 등 준비를 소홀히 해 참석자가 크게 줄었다는 이유입니다. 집회 도중 총학생회장이 자리를 비우는 등 당일 집회 운영에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습니다.

결국 학생들은 세 번째 집회부터 다시 개인 자격으로 참가했고, 4차 집회에서도 총학생회는 철저히 배제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서울대의 경우는 다소 복잡합니다. 지금까지 서울대 총학생회는 첫 집회를 빼고 2차, 3차 집회 주최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15일, 총학생회는 단과대학 학생회장단이 참여하는 총운영위원회에서 더 이상 촛불집회를 열지 않기로 결의했습니다.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 직을 맡는 건 여전히 반대하지만, "학내 집회의 효과와 현실성"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는 게 공식적인 설명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총학생회 교체 기간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거라거나, 학내 집회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거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주최를 맡은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본인 역시 고교 시절 '논문 쪼개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추측도 존재하지만, 확실한 건 해당 의혹 뒤에도 총학생회가 2차·3차 집회를 열었다는 사실입니다.

9월 9일 서울대 집회
서울대 학생들 "학생증 확인 안해"…참여 자격 확대

달라진 점은 또 있습니다. 외부인 유입을 차단했던 지난번과 달리, 서울대는 이번 4차 집회에서 학생증이나 졸업 증명서 등을 확인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연 셈입니다. 학내에 머물지 말고 바깥으로 나가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자거나, 다른 대학과 힘을 합쳐 연합 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나오는 것도 더 큰 추진력을 위한 방책으로 보입니다.

19일 오후 7시와 8시. 대표적인 '명문대'로 꼽히는 세 학교가 모두 비슷한 시각 집회를 예고했지만, 집회가 예정대로 열릴지, 몇 명이나 모일지는 아직 추측하기 어렵습니다. 서울대의 4차 촛불집회 예고 게시물은 오늘(17일) 새벽 인터넷에 처음 올라왔습니다. 게시물 작성자는 "11명의 용기 있는 동문이 도움을 주기 위해 모였다"며, "1차 오프라인 회의를 했다"고 적었습니다.

세 학교 중 처음으로 규탄 집회를 준비 중인 연세대는 애초 어제(16일) 집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총학생회와의 협상 등을 마무리 짓지 못해 일정이 연기됐고, 결국 총학생회 참여 없이 모이기로 했습니다. 어제까지 180명 가량이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정확한 참여 인원은 집회 전날 밤인 내일(18일) 오후 공개할 예정입니다.

어제(16일) 4차 집회 제안 글이 올라온 고려대는 집행부 구성을 마친 상태입니다. 모두 6명이 모였고, 집회 방향과 구호, 외부인 출입 제한 여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주최 측은 "곧 집행부원끼리 오프라인 회의를 한 뒤 회의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 끝은 어디일까

현재 조 장관은 국회 방문 등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일정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5촌 조카 조 모 씨가 구속되는 등, 검찰 수사도 다른 한 편에서 속도를 내는 중입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삭발하는 등 정치권의 공세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장관 임명 뒤에도 논란은 계속 현재 진행형이라는 뜻입니다.

공정함을 요구하는 청년 세대의 박탈감, 입시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 '정치에 개입하는 검찰'이라는 비판 등 이번 사태가 촉발한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여전히 답을 찾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임명 강행과 철회의 양자택일을 넘어서는 과제"라는 시사인 천관율 기자의 분석처럼, 우리는 이제야 어려운 시험지를 받아들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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