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넘게 문 열려고 노력했다”…‘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의 재구성

입력 2019.09.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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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으신 피해자분께 고개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두 번 다시 죄를 반복하지 않고 원인이었던 술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깊게 반성하며 치료를 받겠습니다. 피해자분께 조금의 안정감이라도 드리기 위해서 이사를 진행하였고 최대한 멀리 가도록 하겠습니다. 언론에서 다뤄진 사건인 만큼 피해자분께 2차적인 피해가 없도록 …(중략)… 피해자를 보호하겠습니다. 저의 뜻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 모든 절차가 끝나고 시간이 흘러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더라도 … 머리와 가슴에 깊이 생기며 평생 후회하고 반성하며 죄인의 신분으로 숨죽여 살아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피해자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드리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죄송합니다."

CCTV가 공개되며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재판이 오늘(17일) 마무리됐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13일 만인데 이제 선고 공판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한때 공포의 상징이었던 이 사건의 가해자 30살 조 모 씨는, 오늘 법정 최후 진술에서 "죄인의 신분으로 숨죽여 살아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법원도 그가 죄인이라고 인정할지, 이제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그동안 법정에서는 수사단계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 사건의 구체적 경과가 일부 밝혀졌는데요.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사실관계를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1. 사건 당일, 조 씨는 다른 여성과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그는 "함께 술 마신 여성과 있었던 일은 어디까지 기억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마지막에 지하철역까지 가서 배웅한 기억이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조 씨는 이 여성을 배웅한 이후 지하철역 출입구 주변에서 배회하기도 했습니다.

2. 술에 취해 있던 조 씨는 새벽 6시 24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골목길에서 피해 여성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피해자를 뒤따라가다가 갑자기 옷 안에서 모자를 꺼내 눌러 쓴 다음 계속 뒤를 쫓았습니다. 골목에서 피해자가 사는 원룸까지 뒤따라간 거리는 200m 정도였습니다.

2-1. 조 씨는 2012년 12월에도 서울 관악구에서 새벽 1시쯤 술에 취해 길을 지나가던 여성을 발견하고,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 쓴 뒤 여성의 입을 막고 특정 신체부위를 강제로 만진 강제추행 혐의로 형사 입건됐습니다. 검찰은 술 취한 여성을 보고 모자를 눌러쓴 뒤 따라간 모습이 비슷하다며, 이번에도 조 씨에게 성범죄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3. 피해자가 사는 원룸 건물에 도착한 뒤, 조 씨는 피해자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은 층에 내렸습니다. 조 씨는 법정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피해자에게 '같이 술 한잔 하자'고 말을 건넸던 것도 같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성폭행할 의도가 없었다는 겁니다.

4. 조 씨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피해자를 뒤따라가 원룸 문을 닫히지 않게 잡으려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법정에서 진술했습니다.

5. 피해자가 안으로 들어간 뒤, 조 씨는 손잡이를 돌리는 등 문을 열려고 시도하다가 근처 바닥에 떨어져 있는 플라스틱 소재의 물건을 손으로 주웠습니다.

6. 조 씨는 이 물건을 손에 쥐고 문 앞에서 서성이면서 피해자 집 문에 설치된 디지털 도어락을 만지기도 하다가, 현관문 초인종을 누른 뒤 인터폰을 통해 "떨어트린 물건이 있으니 문을 열어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7. 그러나 피해자는 문을 열지 않았고, 조 씨는 피해자의 원룸 문 옆에 있는 계단에 걸터앉거나 원룸 문을 돌아가면 나오는 벽에 몸을 딱 붙인 채로 기다렸습니다. 검사가 "(계단을) 내려가지 않고 벽에 계속 붙어 있는데, 이렇게 한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묻자 조 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이 현장에서 떠난 걸로 생각하고 혹시라도 문을 열까봐 기다린 건 아니었냐"라고 물었고, 조 씨는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8. 조 씨는 얼마간 이렇게 벽에 몸을 기대고 숨어 있다가, 다시 계단을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휴대전화의 손전등(라이트) 기능을 켜더니, 피해자 집 문에 설치된 도어락에 빛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검찰은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한 행위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9. 이런 식으로 조 씨는 10분 넘게 피해자 집 앞 복도에 머무르며 현관문을 열고자 노력했습니다. 검사는 이 같은 행위가 피해자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주었고, 결국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이 있었던 근거로 봐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사실관계를 두고 판단했을 때, 당시 조 씨에게 피해자를 성폭행(강간)을 할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할까요?

검찰은 "조 씨가 강제추행 등 다른 성범죄를 저지르려 했다면 골목길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얼마든지 범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피해자가 집에 들어가기만을 기다렸던 것은 피해자와 단둘이 있을 수 있는 폐쇄된 공간에 침입하려 했던 것이고, 이는 조 씨에게 피해자를 성폭행을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변호인은 강간의 의도나 착수 여부가 엄격하게 증명됐다기엔 검사가 제시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재판부가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재판부의 최종 판단은 오늘 결심공판으로부터 한 달 뒤인 오는 10월 16일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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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분 넘게 문 열려고 노력했다”…‘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의 재구성
    • 입력 2019-09-17 16:39:03
    취재K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으신 피해자분께 고개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두 번 다시 죄를 반복하지 않고 원인이었던 술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깊게 반성하며 치료를 받겠습니다. 피해자분께 조금의 안정감이라도 드리기 위해서 이사를 진행하였고 최대한 멀리 가도록 하겠습니다. 언론에서 다뤄진 사건인 만큼 피해자분께 2차적인 피해가 없도록 …(중략)… 피해자를 보호하겠습니다. 저의 뜻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 모든 절차가 끝나고 시간이 흘러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더라도 … 머리와 가슴에 깊이 생기며 평생 후회하고 반성하며 죄인의 신분으로 숨죽여 살아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피해자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드리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죄송합니다."

CCTV가 공개되며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재판이 오늘(17일) 마무리됐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13일 만인데 이제 선고 공판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한때 공포의 상징이었던 이 사건의 가해자 30살 조 모 씨는, 오늘 법정 최후 진술에서 "죄인의 신분으로 숨죽여 살아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법원도 그가 죄인이라고 인정할지, 이제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그동안 법정에서는 수사단계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 사건의 구체적 경과가 일부 밝혀졌는데요.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사실관계를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1. 사건 당일, 조 씨는 다른 여성과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그는 "함께 술 마신 여성과 있었던 일은 어디까지 기억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마지막에 지하철역까지 가서 배웅한 기억이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조 씨는 이 여성을 배웅한 이후 지하철역 출입구 주변에서 배회하기도 했습니다.

2. 술에 취해 있던 조 씨는 새벽 6시 24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골목길에서 피해 여성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피해자를 뒤따라가다가 갑자기 옷 안에서 모자를 꺼내 눌러 쓴 다음 계속 뒤를 쫓았습니다. 골목에서 피해자가 사는 원룸까지 뒤따라간 거리는 200m 정도였습니다.

2-1. 조 씨는 2012년 12월에도 서울 관악구에서 새벽 1시쯤 술에 취해 길을 지나가던 여성을 발견하고,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 쓴 뒤 여성의 입을 막고 특정 신체부위를 강제로 만진 강제추행 혐의로 형사 입건됐습니다. 검찰은 술 취한 여성을 보고 모자를 눌러쓴 뒤 따라간 모습이 비슷하다며, 이번에도 조 씨에게 성범죄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3. 피해자가 사는 원룸 건물에 도착한 뒤, 조 씨는 피해자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은 층에 내렸습니다. 조 씨는 법정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피해자에게 '같이 술 한잔 하자'고 말을 건넸던 것도 같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성폭행할 의도가 없었다는 겁니다.

4. 조 씨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피해자를 뒤따라가 원룸 문을 닫히지 않게 잡으려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법정에서 진술했습니다.

5. 피해자가 안으로 들어간 뒤, 조 씨는 손잡이를 돌리는 등 문을 열려고 시도하다가 근처 바닥에 떨어져 있는 플라스틱 소재의 물건을 손으로 주웠습니다.

6. 조 씨는 이 물건을 손에 쥐고 문 앞에서 서성이면서 피해자 집 문에 설치된 디지털 도어락을 만지기도 하다가, 현관문 초인종을 누른 뒤 인터폰을 통해 "떨어트린 물건이 있으니 문을 열어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7. 그러나 피해자는 문을 열지 않았고, 조 씨는 피해자의 원룸 문 옆에 있는 계단에 걸터앉거나 원룸 문을 돌아가면 나오는 벽에 몸을 딱 붙인 채로 기다렸습니다. 검사가 "(계단을) 내려가지 않고 벽에 계속 붙어 있는데, 이렇게 한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묻자 조 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이 현장에서 떠난 걸로 생각하고 혹시라도 문을 열까봐 기다린 건 아니었냐"라고 물었고, 조 씨는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8. 조 씨는 얼마간 이렇게 벽에 몸을 기대고 숨어 있다가, 다시 계단을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휴대전화의 손전등(라이트) 기능을 켜더니, 피해자 집 문에 설치된 도어락에 빛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검찰은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한 행위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9. 이런 식으로 조 씨는 10분 넘게 피해자 집 앞 복도에 머무르며 현관문을 열고자 노력했습니다. 검사는 이 같은 행위가 피해자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주었고, 결국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이 있었던 근거로 봐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사실관계를 두고 판단했을 때, 당시 조 씨에게 피해자를 성폭행(강간)을 할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할까요?

검찰은 "조 씨가 강제추행 등 다른 성범죄를 저지르려 했다면 골목길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얼마든지 범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피해자가 집에 들어가기만을 기다렸던 것은 피해자와 단둘이 있을 수 있는 폐쇄된 공간에 침입하려 했던 것이고, 이는 조 씨에게 피해자를 성폭행을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변호인은 강간의 의도나 착수 여부가 엄격하게 증명됐다기엔 검사가 제시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재판부가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재판부의 최종 판단은 오늘 결심공판으로부터 한 달 뒤인 오는 10월 16일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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