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임신 12주입니다”…‘낙태죄 헌법불합치’ 2달, 지금은?

입력 2019.06.21 (09:10) 수정 2019.06.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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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낙태죄 헌법불합치' 2달 뒤...정말 세상은 바뀌었을까
낙태죄 수사·재판은 조금씩 변화 중

"미성년자입니다. 원치 않은 임신을 했고, 임신 12주가 채 안 됐습니다. 상대와 결혼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낙태 시술을 받은 이 어린 여성을 우리 사회는 처벌해야 할까요. 석 달 전이라면 그랬을 겁니다.

이제 조금 달라졌습니다. 광주지방검찰청 여성·아동조사부는 어제(20일) 낙태죄 혐의를 받은 이 여성 A 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검찰시민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위원 11명은 만장일치 '기소유예 의견'을 냈습니다. 피의자의 나이나 정황 등을 살펴,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는 결정입니다.

이 결정이 나온 배경, 모두 아시는 것처럼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헌법 불합치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기준과 검찰 기준은 조금 다릅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전면 허용한 것은 아니지만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기간은 '임신 22주 이내'. 낙태가 가능한 사유도 범위를 넓혔습니다. '사회 경제적 사유', 즉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환경이라면 낙태 허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검찰은 헌법재판소의 가이드라인보다 조금 더 엄격하게 낙태죄 처벌 기준을 정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이 아직 법으로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입법자들이 '낙태 결정 기간을 언제까지로 할 것인지, 임신 몇 주까지는 사회 경제적 사유를 확인하지 않을 것인지, 상담이나 숙려 기간 등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입법자들이 새로운 법을 만들 때까지, 검찰은 낙태 처벌 기준을 <임신 기간 12주 이내, '사회 경제적 사유'가 명확한 경우> 로 정했습니다. 일시적인 기준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일부에서 임신 12주 이내라면 사유를 묻지 않고 낙태를 허용하는 점을 참고했습니다.


12~22주 낙태는? 일단 '판단 보류'

'12주 이후~22주 이내 낙태'라면 어떻게 될까요.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22주 이내 낙태 허용'은 아직 논란이 남아, 새로운 법을 기다려보겠다는 게 검찰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처벌하는 건 아닙니다.

검찰은 "임신 22주 이내에 낙태한 여성이 수사를 받는 경우, 입법할 때까지 기소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처벌하지 않고, 새 법이 만들어지면 이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설명입니다.

'사회 경제적 사유'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A 씨의 경우는 미성년자인 만큼 경제적으로 낙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명확한 상태이지요.

이미 낙태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여성들도 새로운 판단을 받을 기회가 열렸습니다. 검찰은 '12주 이내, 명확한 사유'인 경우에는 선고유예를 구형하기로 했습니다. 선고유예란 정해진 기간 동안 선고를 미루고, 그 기간 동안 다른 범행이 없다면 형을 적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12주가 넘었거나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재판에서 추가로 사실관계를 소명할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다만 상습적으로 낙태를 시술한 의료인은 유죄로 구형한다는 게 검찰 방침입니다.

입법까지는 1년 반.

국회가 각계각층 의견을 듣고 있고, 법안 발의도 하고 있습니다.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여성들은 1년 반 뒤에는 달라진 법적 결론을 받게 됩니다. 그때쯤이면 낙태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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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성년자, 임신 12주입니다”…‘낙태죄 헌법불합치’ 2달, 지금은?
    • 입력 2019-06-21 09:10:36
    • 수정2019-06-21 09:11:02
    취재K
'낙태죄 헌법불합치' 2달 뒤...정말 세상은 바뀌었을까<br />낙태죄 수사·재판은 조금씩 변화 중
"미성년자입니다. 원치 않은 임신을 했고, 임신 12주가 채 안 됐습니다. 상대와 결혼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낙태 시술을 받은 이 어린 여성을 우리 사회는 처벌해야 할까요. 석 달 전이라면 그랬을 겁니다.

이제 조금 달라졌습니다. 광주지방검찰청 여성·아동조사부는 어제(20일) 낙태죄 혐의를 받은 이 여성 A 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검찰시민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위원 11명은 만장일치 '기소유예 의견'을 냈습니다. 피의자의 나이나 정황 등을 살펴,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는 결정입니다.

이 결정이 나온 배경, 모두 아시는 것처럼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헌법 불합치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기준과 검찰 기준은 조금 다릅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전면 허용한 것은 아니지만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기간은 '임신 22주 이내'. 낙태가 가능한 사유도 범위를 넓혔습니다. '사회 경제적 사유', 즉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환경이라면 낙태 허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검찰은 헌법재판소의 가이드라인보다 조금 더 엄격하게 낙태죄 처벌 기준을 정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이 아직 법으로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입법자들이 '낙태 결정 기간을 언제까지로 할 것인지, 임신 몇 주까지는 사회 경제적 사유를 확인하지 않을 것인지, 상담이나 숙려 기간 등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입법자들이 새로운 법을 만들 때까지, 검찰은 낙태 처벌 기준을 <임신 기간 12주 이내, '사회 경제적 사유'가 명확한 경우> 로 정했습니다. 일시적인 기준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일부에서 임신 12주 이내라면 사유를 묻지 않고 낙태를 허용하는 점을 참고했습니다.


12~22주 낙태는? 일단 '판단 보류'

'12주 이후~22주 이내 낙태'라면 어떻게 될까요.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22주 이내 낙태 허용'은 아직 논란이 남아, 새로운 법을 기다려보겠다는 게 검찰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처벌하는 건 아닙니다.

검찰은 "임신 22주 이내에 낙태한 여성이 수사를 받는 경우, 입법할 때까지 기소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처벌하지 않고, 새 법이 만들어지면 이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설명입니다.

'사회 경제적 사유'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A 씨의 경우는 미성년자인 만큼 경제적으로 낙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명확한 상태이지요.

이미 낙태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여성들도 새로운 판단을 받을 기회가 열렸습니다. 검찰은 '12주 이내, 명확한 사유'인 경우에는 선고유예를 구형하기로 했습니다. 선고유예란 정해진 기간 동안 선고를 미루고, 그 기간 동안 다른 범행이 없다면 형을 적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12주가 넘었거나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재판에서 추가로 사실관계를 소명할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다만 상습적으로 낙태를 시술한 의료인은 유죄로 구형한다는 게 검찰 방침입니다.

입법까지는 1년 반.

국회가 각계각층 의견을 듣고 있고, 법안 발의도 하고 있습니다.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여성들은 1년 반 뒤에는 달라진 법적 결론을 받게 됩니다. 그때쯤이면 낙태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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