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올 들어 9명…멈추지 않는 집배원의 죽음

입력 2019.06.21 (08:33) 수정 2019.06.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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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번달 초에도 이 시간에 전해드렸죠.

바로, 집배원들의 과중한 업무 얘기입니다.

그제 아침에 또 한명의 집배원이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인은 뇌출혈로 가족, 동료들은 과로가 원인이 된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올들어 벌써 9명째 집배원이 숨졌고, 파업도 예고되고 있습니다.

먼저 충남 당진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충남 당진의 한 우체국.

매일 7시 반이면 출근하던 강모 집배원과 연락이 끊긴 건 그제 오전.

걱정이 된 동료들은 집으로 찾아갔다고 합니다.

[최덕헌/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 "제가 문을 따고 들어갔죠. 들어갔는데 방 안에 불이나 TV는 다 켜져 있는데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나 욕실에 있나 싶어서 이렇게 쳐다봤는데 거기 쓰러져있는 거예요."]

발견됐을 당시 강 씨는 이미 숨진 상태.

국과수 부검결과, 사인은 뇌출혈이었습니다.

급하게 빈소가 차려졌고 가족들도 아직 이같은 현실을 받아들이기는 힘듭니다.

[故 강OO 집배원 아내/음성변조 : "지금 아무 생각이 일단 안 들고요. 원래 아픈 데가 없어요. 술도 안 먹고…."]

대전우체국에서 택배 업무를 하던 강 씨가 당진으로 옮긴 건 5년 전.

출퇴근 시간이라도 아끼겠다며 우체국 근처에 작은 원룸을 얻었고 부부는 주말부부가 됐다고 합니다.

[故 강OO 집배원 아내/음성변조 : "늦게까지 업무를 보는데 거기 가려면 피곤하니까 우체국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원룸을 얻었어요. 지금 5년 정도 주말부부 하는 거죠."]

1년 전에는 정규직 발령을 받아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故 강OO 집배원 아내/음성변조 : "엄청 좋아했어요. 저녁에 퇴근하고 왔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 웃으면서 앞으로 더 생활도 좋고 여러 가지로 좋을 거라고 그랬는데…."]

그런데, 정작 꿈에 그리던 정규직이었지만 업무량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가족과 만나는 시간조차 쉽게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故 강OO 집배원 아내/음성변조 : "처음에는 주말부부였는데 가면 갈수록 한 달에 두 번, 두 달에 한 번, 세 달에… 자기가 너무 피곤해서 올 수가 없대요. 차라리 왔다 갔다 하는 시간에 자고 싶다고 그러더라고요."]

형이라 부르며 따랐던 강 씨의 죽음에 동료들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이제삼/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 "항상 밝으시고 끝나고 오셔도 밝게 인사해주시고 하니까 정말 좋았는데…."]

[최덕헌/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 "(제가) 늦게 끝나는 것 같으니까 전날 제 택배 6개를 치워주고 갔더라고요. 그리고 퇴근했는데 다음 날 그렇게 됐으니 얼마나 기가 막혀요."]

동료나 주변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강 씨의 죽음이 고된 업무로 인한 과로 때문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력부족으로 집배원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는게 동료들의 주장인데요.

[박영환/충남 당진우체국 노조지부장 : "인원 요청을 두 차례 요구했는데도 현재 인원이 증원되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이런 과로사가 나오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강 씨는 매일 어느 정도의 일을 했을까요?

매일 아침 7시 반에 출근한 강 씨는 도착한 우편물을 수작업으로 나눴습니다.

[최덕헌/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 "편지 다 손으로 작업하고 택배 쪽으로 와서 택배 다시 이제 동네별로 구분하고…."]

3만 5천여 명이 사는 송악읍이 강 씨의 구역. 외곽지역이라 이동거리가 길었다고 하는데요.

[최덕헌/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 "여기서 첫 배달지까지 가려면 못해도 한 16km, 17km 타야 돼요. 차를. 일주 거리가 좀 길어요."]

그렇게 천 여통이 넘는 우편물을 배달하고 나면, 사무실에 와서 다음날 작업까지 한 뒤 8-9시쯤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오토바이로 이동하다보니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가족들도 하루하루 노심초사했다고 합니다.

[故 강OO 집배원 아내/음성변조 : "항상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니까 몇 번 겨울에는 미끄러졌대요. 항상 오늘도 안전운전해달라고 제 기도 제목이 그거거든요."]

집배원들이 일하다 다치는 산업 재해율은 소방관보다 훨씬 높다고 합니다.

강 씨를 포함해 올해 상반기에 숨진 집배원도 9명에 이릅니다.

우정노조 측은 2000여 명의 인력충원과 주5일 근무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우편 사업 적자와 예산 부족으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입장입니다.

반면,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총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노조입니다.

[이동호/전국우정노조 위원장 :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집배원의 간절한 외침을 계속해서 저버린다면 우리는 우정 사업 역사상 처음으로 7월 9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며…."]

강 씨의 동료와 가족들은 이런 일이 더 이상 반복되서는 안된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최덕헌/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 "저도 그 생각은 갖고 다녀요. 나도 언젠가는 죽을지 모른다고, 나갈 때마다 그래요. 왜 집배원만 5일 근무를 못하고 이걸 해달라고 데모를 해야 하고 파업을 해야 하고 이해가 안가요."]

[故 강OO 집배원 아내/음성변조 : "우리 남편이 마지막이길 그래서 정말 집배원분들 근무 환경도 좀 신경써주고 인원도 보충해서 "내가 정말 여기서 집배원 업무를 하는 게 너무 자랑스럽고 좋다" 이렇게 하게끔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는 24일,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다음달 9일에 총파업을 할지 여부가 결정됩니다.

총파업에 따른 우편대란 우려 만큼이나 더 이상 집배원들이 숨지는 상황도 없어져야 한다는 걱정도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과연 어떤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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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올 들어 9명…멈추지 않는 집배원의 죽음
    • 입력 2019-06-21 08:35:06
    • 수정2019-06-21 10:48:41
    아침뉴스타임
[기자]

이번달 초에도 이 시간에 전해드렸죠.

바로, 집배원들의 과중한 업무 얘기입니다.

그제 아침에 또 한명의 집배원이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인은 뇌출혈로 가족, 동료들은 과로가 원인이 된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올들어 벌써 9명째 집배원이 숨졌고, 파업도 예고되고 있습니다.

먼저 충남 당진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충남 당진의 한 우체국.

매일 7시 반이면 출근하던 강모 집배원과 연락이 끊긴 건 그제 오전.

걱정이 된 동료들은 집으로 찾아갔다고 합니다.

[최덕헌/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 "제가 문을 따고 들어갔죠. 들어갔는데 방 안에 불이나 TV는 다 켜져 있는데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나 욕실에 있나 싶어서 이렇게 쳐다봤는데 거기 쓰러져있는 거예요."]

발견됐을 당시 강 씨는 이미 숨진 상태.

국과수 부검결과, 사인은 뇌출혈이었습니다.

급하게 빈소가 차려졌고 가족들도 아직 이같은 현실을 받아들이기는 힘듭니다.

[故 강OO 집배원 아내/음성변조 : "지금 아무 생각이 일단 안 들고요. 원래 아픈 데가 없어요. 술도 안 먹고…."]

대전우체국에서 택배 업무를 하던 강 씨가 당진으로 옮긴 건 5년 전.

출퇴근 시간이라도 아끼겠다며 우체국 근처에 작은 원룸을 얻었고 부부는 주말부부가 됐다고 합니다.

[故 강OO 집배원 아내/음성변조 : "늦게까지 업무를 보는데 거기 가려면 피곤하니까 우체국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원룸을 얻었어요. 지금 5년 정도 주말부부 하는 거죠."]

1년 전에는 정규직 발령을 받아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故 강OO 집배원 아내/음성변조 : "엄청 좋아했어요. 저녁에 퇴근하고 왔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 웃으면서 앞으로 더 생활도 좋고 여러 가지로 좋을 거라고 그랬는데…."]

그런데, 정작 꿈에 그리던 정규직이었지만 업무량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가족과 만나는 시간조차 쉽게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故 강OO 집배원 아내/음성변조 : "처음에는 주말부부였는데 가면 갈수록 한 달에 두 번, 두 달에 한 번, 세 달에… 자기가 너무 피곤해서 올 수가 없대요. 차라리 왔다 갔다 하는 시간에 자고 싶다고 그러더라고요."]

형이라 부르며 따랐던 강 씨의 죽음에 동료들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이제삼/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 "항상 밝으시고 끝나고 오셔도 밝게 인사해주시고 하니까 정말 좋았는데…."]

[최덕헌/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 "(제가) 늦게 끝나는 것 같으니까 전날 제 택배 6개를 치워주고 갔더라고요. 그리고 퇴근했는데 다음 날 그렇게 됐으니 얼마나 기가 막혀요."]

동료나 주변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강 씨의 죽음이 고된 업무로 인한 과로 때문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력부족으로 집배원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는게 동료들의 주장인데요.

[박영환/충남 당진우체국 노조지부장 : "인원 요청을 두 차례 요구했는데도 현재 인원이 증원되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이런 과로사가 나오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강 씨는 매일 어느 정도의 일을 했을까요?

매일 아침 7시 반에 출근한 강 씨는 도착한 우편물을 수작업으로 나눴습니다.

[최덕헌/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 "편지 다 손으로 작업하고 택배 쪽으로 와서 택배 다시 이제 동네별로 구분하고…."]

3만 5천여 명이 사는 송악읍이 강 씨의 구역. 외곽지역이라 이동거리가 길었다고 하는데요.

[최덕헌/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 "여기서 첫 배달지까지 가려면 못해도 한 16km, 17km 타야 돼요. 차를. 일주 거리가 좀 길어요."]

그렇게 천 여통이 넘는 우편물을 배달하고 나면, 사무실에 와서 다음날 작업까지 한 뒤 8-9시쯤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오토바이로 이동하다보니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가족들도 하루하루 노심초사했다고 합니다.

[故 강OO 집배원 아내/음성변조 : "항상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니까 몇 번 겨울에는 미끄러졌대요. 항상 오늘도 안전운전해달라고 제 기도 제목이 그거거든요."]

집배원들이 일하다 다치는 산업 재해율은 소방관보다 훨씬 높다고 합니다.

강 씨를 포함해 올해 상반기에 숨진 집배원도 9명에 이릅니다.

우정노조 측은 2000여 명의 인력충원과 주5일 근무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우편 사업 적자와 예산 부족으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입장입니다.

반면,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총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노조입니다.

[이동호/전국우정노조 위원장 :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집배원의 간절한 외침을 계속해서 저버린다면 우리는 우정 사업 역사상 처음으로 7월 9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며…."]

강 씨의 동료와 가족들은 이런 일이 더 이상 반복되서는 안된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최덕헌/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 "저도 그 생각은 갖고 다녀요. 나도 언젠가는 죽을지 모른다고, 나갈 때마다 그래요. 왜 집배원만 5일 근무를 못하고 이걸 해달라고 데모를 해야 하고 파업을 해야 하고 이해가 안가요."]

[故 강OO 집배원 아내/음성변조 : "우리 남편이 마지막이길 그래서 정말 집배원분들 근무 환경도 좀 신경써주고 인원도 보충해서 "내가 정말 여기서 집배원 업무를 하는 게 너무 자랑스럽고 좋다" 이렇게 하게끔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는 24일,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다음달 9일에 총파업을 할지 여부가 결정됩니다.

총파업에 따른 우편대란 우려 만큼이나 더 이상 집배원들이 숨지는 상황도 없어져야 한다는 걱정도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과연 어떤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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