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급해진 北…‘화물선 압류’ 기자회견 무슨 말 할까?

입력 2019.05.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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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한국 시각으로 오늘 밤 11시 15분 UN에서 기자회견을 엽니다. 김 대사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Wise Honest)호를 미국이 압류한 것과 관련해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북한 대사가 유엔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화물선 압류로 마음이 급해진 북한, 오늘 밤 무슨 말을 꺼낼까요?

미국이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미국이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

북한이 꺼낼 말은?…"화물선 압류는 주권 침해"

북한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지난 17일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보낸 항의 서한을 들여다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김성 대사 명의의 서한에서 "미국의 화물선 압류는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리 무역짐배(화물선)을 미국령 사모아로 끌고 가는 불법무도한 강탈 행위를 한 것은 미국이야말로 국제법도 안중에 없는 날강도적인 나라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오늘 밤에도 "주권 국가는 그 어떤 경우에도 다른 나라 사법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치며 미국을 향해 비난을 쏟아낼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UN과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은 유엔이 미국이란 특정 국가의 편에 서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6일 외무성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유엔이 소수 대국의 특권을 허용하는 불공정한 기구"라고 비난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북한은 이 성명에서 "피해자인 북한이 가해자인 미국을 향해 반항한다고 해서 제재를 가하는 건 만고의 부정의"라면서 "이러한 부정의가 유엔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유엔을 공격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에 발표한 유엔 비난 성명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에 발표한 유엔 비난 성명

"북한,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으름장 놓을 듯"

북한은 또 선박 반환을 요구하며,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으름장을 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은 앞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제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짓뭉개버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강력한 국가 방위력이 진정한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의 믿음직한 담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 사회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독자노선을 가겠다는 엄포를 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연관 지어 압박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지난 14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압류 조치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의 기본 정신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미국의 선박 압류는 북미 간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선박 압류'를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논의와 연계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협상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제시한 만큼, 선박 압류를 쟁점화해서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北, '화물선 압류'에 외교력 총동원…왜?

북한은 최근 '화물선 압류'에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수준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미국을 압박했고,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여기에 오늘 밤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여는 겁니다. 북한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만 7천 톤 급인 '와이즈 어네스트호'는 북한에서 두 번째로 큰 화물선으로, 대표적인 외화벌이 수단입니다. 북한의 최대 수출품이 석탄인데, 육상 수출이 제재로 대부분 꽉 막혀 있기 때문에 선박은 사실상 유일한 해외 운송수단입니다.

물론 이 화물선 한 척이 없다고 북한 경제가 휘청이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선례로 유사한 법적 조치가 계속 이뤄질 경우 북한 경제에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선제적으로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그동안 제재 위반 북한 선박을 추적하는 정도에 그쳤던 미국이 이번에 처음으로 법적인 몰수 절차에 들어간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억류된 배를 미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적극적으로 몰수에 나섰기 때문인데, 이는 앞으로도 비슷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공은 유엔 안보리로…중·러 움직일까?

북한은 유엔 사무총장에게 미국의 선박 압류와 관련해 "긴급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요구가 담긴 서한은 이미 북한의 요청에 따라 안보리 이사국들에게 배포, 회람됐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측은 북한의 요구에 대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회피 가능성과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과 관련된 문제들은 유엔 회원국들이 다뤄야 할 사안"이라며 안보리로 공을 넘긴 상태입니다.

결국, 북한의 여론전에 안보리 국가 중 중국과 러시아가 움직일지가 관건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편을 들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를 허무는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여력이 없을 거란 시각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최근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달성 때까지는 UN의 대북 제재 이행에 러시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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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 급해진 北…‘화물선 압류’ 기자회견 무슨 말 할까?
    • 입력 2019-05-21 14:59:35
    취재K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한국 시각으로 오늘 밤 11시 15분 UN에서 기자회견을 엽니다. 김 대사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Wise Honest)호를 미국이 압류한 것과 관련해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북한 대사가 유엔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화물선 압류로 마음이 급해진 북한, 오늘 밤 무슨 말을 꺼낼까요?

미국이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
북한이 꺼낼 말은?…"화물선 압류는 주권 침해"

북한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지난 17일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보낸 항의 서한을 들여다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김성 대사 명의의 서한에서 "미국의 화물선 압류는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리 무역짐배(화물선)을 미국령 사모아로 끌고 가는 불법무도한 강탈 행위를 한 것은 미국이야말로 국제법도 안중에 없는 날강도적인 나라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오늘 밤에도 "주권 국가는 그 어떤 경우에도 다른 나라 사법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치며 미국을 향해 비난을 쏟아낼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UN과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은 유엔이 미국이란 특정 국가의 편에 서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6일 외무성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유엔이 소수 대국의 특권을 허용하는 불공정한 기구"라고 비난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북한은 이 성명에서 "피해자인 북한이 가해자인 미국을 향해 반항한다고 해서 제재를 가하는 건 만고의 부정의"라면서 "이러한 부정의가 유엔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유엔을 공격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에 발표한 유엔 비난 성명
"북한,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으름장 놓을 듯"

북한은 또 선박 반환을 요구하며,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으름장을 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은 앞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제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짓뭉개버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강력한 국가 방위력이 진정한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의 믿음직한 담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 사회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독자노선을 가겠다는 엄포를 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연관 지어 압박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지난 14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압류 조치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의 기본 정신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미국의 선박 압류는 북미 간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선박 압류'를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논의와 연계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협상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제시한 만큼, 선박 압류를 쟁점화해서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北, '화물선 압류'에 외교력 총동원…왜?

북한은 최근 '화물선 압류'에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수준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미국을 압박했고,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여기에 오늘 밤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여는 겁니다. 북한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만 7천 톤 급인 '와이즈 어네스트호'는 북한에서 두 번째로 큰 화물선으로, 대표적인 외화벌이 수단입니다. 북한의 최대 수출품이 석탄인데, 육상 수출이 제재로 대부분 꽉 막혀 있기 때문에 선박은 사실상 유일한 해외 운송수단입니다.

물론 이 화물선 한 척이 없다고 북한 경제가 휘청이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선례로 유사한 법적 조치가 계속 이뤄질 경우 북한 경제에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선제적으로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그동안 제재 위반 북한 선박을 추적하는 정도에 그쳤던 미국이 이번에 처음으로 법적인 몰수 절차에 들어간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억류된 배를 미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적극적으로 몰수에 나섰기 때문인데, 이는 앞으로도 비슷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공은 유엔 안보리로…중·러 움직일까?

북한은 유엔 사무총장에게 미국의 선박 압류와 관련해 "긴급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요구가 담긴 서한은 이미 북한의 요청에 따라 안보리 이사국들에게 배포, 회람됐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측은 북한의 요구에 대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회피 가능성과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과 관련된 문제들은 유엔 회원국들이 다뤄야 할 사안"이라며 안보리로 공을 넘긴 상태입니다.

결국, 북한의 여론전에 안보리 국가 중 중국과 러시아가 움직일지가 관건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편을 들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를 허무는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여력이 없을 거란 시각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최근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달성 때까지는 UN의 대북 제재 이행에 러시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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