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북한에 못 보낸 파우치…제3국에 전한 ‘통일’

입력 2021.02.27 (08:08) 수정 2021.03.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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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교육부가 전국의 초중고 학생 6만8천여 명을 상대로 통일 교육 실태조사를 해봤더니 4명 가운데 1명꼴로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고 하는데요.

네, 최근 2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라고 하는데, 그만큼 통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는 방증일 텐데요.

그런데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있다는데요.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죠?

[답변]

네, 통일교육문화원이라는 단체를 찾아가 봤는데요.

지난 2002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생활 속 통일 교육을 진행해 왔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요즘에는 외국 학생들한테도 통일을 홍보한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보통 파우치라고 불리는 작은 주머니 아시죠?

직접 제작한 이 파우치 안에 학용품을 담아서 제3국의 학생들한테 보낸다고 하는데요.

작은 파우치 속에 담긴 평화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이 작은 사무실은 통일교육문화원입니다.

2002년부터 남다른 방법으로 통일 교육을 진행하는 김경민 원장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책상 위 가득 쌓인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선생님 이 파우치들 다 뭐예요? (자기가 느끼는 통일 북한 평화에 대해 그림을 그렸어요.)"]

형형색색의 꽃과 만화 캐릭터 등이 그려진 파우치를 볼 수 있었는데요.

정말 저마다 개성이 가득하죠?

통일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손수 제작한 것입니다.

김 원장은 지난 2018년부터 평화 파우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김경민/통일교육문화원 원장 : "우리 마음에서 통일을 체험해보자 이런 생각이 들어서 통일 교육 강의를 하고 1시간 듣고 난 다음에 나머지 1시간 동안 파우치를 제작하는 일을 했어요."]

["제가 뭔가 특별한 거 발견했거든요. 이런 게 있네요. (맞아요. 이거 받은 친구는 정말 신기할 거예요.)"]

원래는 정성이 가득 담긴 파우치에 학용품이나 여성용품을 담아 북한 학생들한테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북미 협상이 불발되고 코로나19로 남북 교류도 끊기면서 북으로 보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김 원장은 북한 대신 제3국을 선택했는데요.

한반도 통일과 평화 이야기를 전 세계 학생들에게 알리기로 한 겁니다.

[김경민/통일교육문화원 원장 : "통일이랑 평화에 대한 걸 표현해보고 싶었는데 에이포 용지에 표현하고 나면 끝나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느낀 걸 파우치에 그리고 이걸 선물로 다른 아이들에게 주자..."]

파라과이, 필리핀 등지에서 파우치를 받은 청소년들이 감사의 인사를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김경민/통일교육문화원 원장 : "대한민국의 통일을 응원해 그런 어설픈 한국말로 해서 보냈는데 그것 때문에 우리가 감명받고 그랬어요."]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서 만든 파우치가 3만여 개에 이릅니다.

처음엔 봉사 시간을 채우러 왔던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점차 통일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합니다.

올해 고3이 되는 이연재 학생은 자신의 전공인 오보에 연주를 하며 대학 입시에 필요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봉사할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이연재/통일프로그램 참여 학생 : "여러 가지 찾아보다가 언택트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고 통일 홍보도 할 수 있어서 뭔가 뜻깊은 거 같아서 신청했어요."]

평소 통일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던 연재 학생.

매주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질문이나 궁금한 거 있으시면 생각해 보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북한에서도 수능 봐요?) 당연히 보죠. 북한 학생들도 우리와 같은 수능 같은 시험을 치고 있습니다. 정무원 시험이라고 하는데요."]

강의가 끝나자 여러 색깔의 펜을 꺼내 들고 파우치를 꾸미기 시작하는데요.

이 파우치를 받게 될 다른 나라 친구들을 생각하니 벌써 뿌듯해집니다.

[이연재/통일프로그램 참여 학생 : "파우치를 전달해서 다른 나라 친구들과도 소통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신기했고, 통일의 뜻을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한 거 같아서 자랑스러웠어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귀국한 황인아 학생.

미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지난해 여름부터 매주 한 개 이상의 파우치를 꾸미고 있습니다.

파우치 백 개를 이어 붙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황인아/통일프로그램 참여 학생 : "한 사람 개인의 힘으론 할 수 없고 여러 사회가 모여서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평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주제에 잘 맞을 거 같아서 파우치를 백 개 만들었습니다."]

혼자 작업을 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을 받고 행복해하는 파라과이 학생들 사진을 보고 힘든 기억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황인아/통일프로그램 참여 학생 : "솔직히 귀찮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왠지 홍보대사가 된 거 같고 엄청난 사람이 된 거 같고 중요한 사람이 된 거 같아서 부끄러워요."]

인아 학생은 개학을 앞두고 출국을 할 예정인데요.

미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파우치를 그리려고 합니다.

[황인아/통일프로그램 참여 학생 : "현재는 북한을 상징하는 목란과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를 그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민족적으로 같다는 의미를 생각해 볼 거 같아요."]

정성이 담긴 파우치들은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죠?

["제가 달라질 미래를 생각하면서 파우치에 들어갈 그림을 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완성됐습니다.

["나중에 가서 남북의 창을 북한에서 진행하는 날이 온다면 이 파우치가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딱딱할 줄 알았던 온라인 강의에는 참여 학생도 많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혹시 선생님 여기에서 특별한 학생이 있나요? (우리 엘레나 학생이 특별한 학생 아닐까요? 외국인이니까?) 국적이 어디세요? (프랑스인. 지금 고려대학교에서 유학하고 있어요.) 프랑스에 있을 땐 북한 어느 정도 아셨어요? (전혀 몰랐죠. 거의. 보통 프랑스인들 대한민국이랑 북한 차이 잘 모르거든요. 지인분들도 계속 물어보시기도 하니까.)"]

통일 교육을 꾸준히 진행한 덕분일까요?

이젠 강의도 듣고 파우치 꾸미기에 참여하는 성인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경민/통일교육문화원 원장 : "지금 이 프로그램이 남들은 별거 아니라 생각하지만 전 여론을 만들고 통일의 길로 가도록 부추겨 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작은 파우치 안에 담긴 평화 이야기에는 학생들의 순수함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이렇게 평범한 생활 속에서 느낀 통일에 대한 진심이 언젠가 북으로 전해지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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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북한에 못 보낸 파우치…제3국에 전한 ‘통일’
    • 입력 2021-02-27 08:08:43
    • 수정2021-03-04 14: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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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교육부가 전국의 초중고 학생 6만8천여 명을 상대로 통일 교육 실태조사를 해봤더니 4명 가운데 1명꼴로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고 하는데요.

네, 최근 2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라고 하는데, 그만큼 통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는 방증일 텐데요.

그런데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있다는데요.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죠?

[답변]

네, 통일교육문화원이라는 단체를 찾아가 봤는데요.

지난 2002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생활 속 통일 교육을 진행해 왔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요즘에는 외국 학생들한테도 통일을 홍보한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보통 파우치라고 불리는 작은 주머니 아시죠?

직접 제작한 이 파우치 안에 학용품을 담아서 제3국의 학생들한테 보낸다고 하는데요.

작은 파우치 속에 담긴 평화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이 작은 사무실은 통일교육문화원입니다.

2002년부터 남다른 방법으로 통일 교육을 진행하는 김경민 원장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책상 위 가득 쌓인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선생님 이 파우치들 다 뭐예요? (자기가 느끼는 통일 북한 평화에 대해 그림을 그렸어요.)"]

형형색색의 꽃과 만화 캐릭터 등이 그려진 파우치를 볼 수 있었는데요.

정말 저마다 개성이 가득하죠?

통일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손수 제작한 것입니다.

김 원장은 지난 2018년부터 평화 파우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김경민/통일교육문화원 원장 : "우리 마음에서 통일을 체험해보자 이런 생각이 들어서 통일 교육 강의를 하고 1시간 듣고 난 다음에 나머지 1시간 동안 파우치를 제작하는 일을 했어요."]

["제가 뭔가 특별한 거 발견했거든요. 이런 게 있네요. (맞아요. 이거 받은 친구는 정말 신기할 거예요.)"]

원래는 정성이 가득 담긴 파우치에 학용품이나 여성용품을 담아 북한 학생들한테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북미 협상이 불발되고 코로나19로 남북 교류도 끊기면서 북으로 보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김 원장은 북한 대신 제3국을 선택했는데요.

한반도 통일과 평화 이야기를 전 세계 학생들에게 알리기로 한 겁니다.

[김경민/통일교육문화원 원장 : "통일이랑 평화에 대한 걸 표현해보고 싶었는데 에이포 용지에 표현하고 나면 끝나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느낀 걸 파우치에 그리고 이걸 선물로 다른 아이들에게 주자..."]

파라과이, 필리핀 등지에서 파우치를 받은 청소년들이 감사의 인사를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김경민/통일교육문화원 원장 : "대한민국의 통일을 응원해 그런 어설픈 한국말로 해서 보냈는데 그것 때문에 우리가 감명받고 그랬어요."]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서 만든 파우치가 3만여 개에 이릅니다.

처음엔 봉사 시간을 채우러 왔던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점차 통일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합니다.

올해 고3이 되는 이연재 학생은 자신의 전공인 오보에 연주를 하며 대학 입시에 필요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봉사할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이연재/통일프로그램 참여 학생 : "여러 가지 찾아보다가 언택트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고 통일 홍보도 할 수 있어서 뭔가 뜻깊은 거 같아서 신청했어요."]

평소 통일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던 연재 학생.

매주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질문이나 궁금한 거 있으시면 생각해 보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북한에서도 수능 봐요?) 당연히 보죠. 북한 학생들도 우리와 같은 수능 같은 시험을 치고 있습니다. 정무원 시험이라고 하는데요."]

강의가 끝나자 여러 색깔의 펜을 꺼내 들고 파우치를 꾸미기 시작하는데요.

이 파우치를 받게 될 다른 나라 친구들을 생각하니 벌써 뿌듯해집니다.

[이연재/통일프로그램 참여 학생 : "파우치를 전달해서 다른 나라 친구들과도 소통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신기했고, 통일의 뜻을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한 거 같아서 자랑스러웠어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귀국한 황인아 학생.

미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지난해 여름부터 매주 한 개 이상의 파우치를 꾸미고 있습니다.

파우치 백 개를 이어 붙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황인아/통일프로그램 참여 학생 : "한 사람 개인의 힘으론 할 수 없고 여러 사회가 모여서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평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주제에 잘 맞을 거 같아서 파우치를 백 개 만들었습니다."]

혼자 작업을 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을 받고 행복해하는 파라과이 학생들 사진을 보고 힘든 기억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황인아/통일프로그램 참여 학생 : "솔직히 귀찮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왠지 홍보대사가 된 거 같고 엄청난 사람이 된 거 같고 중요한 사람이 된 거 같아서 부끄러워요."]

인아 학생은 개학을 앞두고 출국을 할 예정인데요.

미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파우치를 그리려고 합니다.

[황인아/통일프로그램 참여 학생 : "현재는 북한을 상징하는 목란과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를 그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민족적으로 같다는 의미를 생각해 볼 거 같아요."]

정성이 담긴 파우치들은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죠?

["제가 달라질 미래를 생각하면서 파우치에 들어갈 그림을 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완성됐습니다.

["나중에 가서 남북의 창을 북한에서 진행하는 날이 온다면 이 파우치가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딱딱할 줄 알았던 온라인 강의에는 참여 학생도 많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혹시 선생님 여기에서 특별한 학생이 있나요? (우리 엘레나 학생이 특별한 학생 아닐까요? 외국인이니까?) 국적이 어디세요? (프랑스인. 지금 고려대학교에서 유학하고 있어요.) 프랑스에 있을 땐 북한 어느 정도 아셨어요? (전혀 몰랐죠. 거의. 보통 프랑스인들 대한민국이랑 북한 차이 잘 모르거든요. 지인분들도 계속 물어보시기도 하니까.)"]

통일 교육을 꾸준히 진행한 덕분일까요?

이젠 강의도 듣고 파우치 꾸미기에 참여하는 성인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경민/통일교육문화원 원장 : "지금 이 프로그램이 남들은 별거 아니라 생각하지만 전 여론을 만들고 통일의 길로 가도록 부추겨 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작은 파우치 안에 담긴 평화 이야기에는 학생들의 순수함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이렇게 평범한 생활 속에서 느낀 통일에 대한 진심이 언젠가 북으로 전해지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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