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빅터의 도전…‘알프스 빙하를 지켜라!’

입력 2019.11.16 (22:02) 수정 2019.11.1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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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는 알프스 빙하!

올 여름 유럽을 강타한 폭염으로 빙하의 붕괴 위험이 더 커졌다는데요.

위기에 처한 빙하를 지키기 위해 수천 미터, 알프스 고봉 비행에 나선 감시자가 있습니다.

독수리 '빅터'의 도전을 양민효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을 흐르는 레만호.

알프스 산맥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세계에서 가장 큰, 독수리들의 은신처가 있습니다.

오전부터 분주한 사육장.

새들의 점심을 준비합니다.

[자크 올리비에 트라베르/조련사 : "이 멧돼지는 불행히도 차에 치어 죽었는데요. 자연에서 죽었어도 독수리들의 먹이가 됐을 겁니다. 이걸 새들에게 줄 건데 한 3일 정도 먹이가 됩니다."]

동물의 사체를 주로 먹는 맹금의 식성.

하지만 낯선 카메라가 등장하자, 좀처럼 경계를 풀지 않습니다.

7미터 높이의 사육장,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환경 속에 날며 야성을 깨치도록 하는 것이 이곳의 원칙입니다.

아기 독수리들은 천진합니다.

모두 올해 태어났는데, 자연 번식, 인공 부화한 새끼들이 섞여 사회성과 공격성을 기릅니다.

이곳에는 새 250마리가 살고 있는데요,

이 해리스 매처럼 독수리, 매과는 80종 100마리에 이릅니다.

한국의 천연기념물인 참수리도 둥지를 틀었습니다.

[자크 올리비에/조련사 : "참수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독수리인데요, 지금은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만 서식합니다. 옛날엔 한국에도 살았는데, 몸 전체가 까만 게 특징이었죠."]

비행 연습을 준비하는 오늘의 주인공은 독수리 빅터!

키 1미터에 양 날개가 2.1미터에 육박하는 건장한 10살 흰꼬리수리입니다.

한국에선 천연기념물.

프랑스에서도 몇해 전부터 자취를 감춘 탓에 6년 전 러시아에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에바/조련사 : "카메라는 230g이고, 빅터는 4kg이 나가요. 새에게 무거운 무게죠. 빅터는 아주 크고 근육질이라 (카메라를 매고) 날 수 있는 거에요."]

조련사 자크 올리비에 씨가 독수리들에 360도 카메라를 달아 고공 비행을 시작한 건, 멸종 위기종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였습니다.

5년 전 파리 에펠탑에서 첫 촬영 비행에 나선 새들은 자연을 잊은 도시민들에게 야생의 시선을 일깨워 줬고, 두바이 초고층 빌딩 829미터 꼭대기에서 독수리가 본 인간 세상은 인터넷에서 천만 번 넘게 조회됐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고 싶어 하는구나. 그래서 빅터를 '지구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메신저'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

알프스 빙하 프로젝트가 결정된 건 1년 전, 빅터는 맹훈련에 돌입했습니다.

수천 미터 고봉을 날기 위한 첫 단계는 고지대 적응.

8백 미터 언덕 위에서 목표물로 착지하는 1차 비행입니다.

["(우리는 그쪽이 전혀 안보여. 빅터는 어디로 갈 지 알겠지만.) 안개가 끼긴 했지만 괜찮을거야!"]

2미터 날개를 펴고 활강하는 빅터.

짙은 안개 속에서도 1킬로미터 밖 목표를 향해 정확히 날아갑니다.

["빅터는 정말 최고 수준입니다. 5~6km 비행하면 7~8분동안 계속 집중하면서 '나는 저기로 가야해' 라는 생각을 잊으면 안되는데, 동물에겐 힘든 일이거든요."]

다시 시작된 2차 비행, 그런데 돌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똑바로 날던 빅터가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인근 닭장을 덮친 겁니다.

["(정말 멋지네요!) (빅터가) 닭 치고는 좀 멋있죠?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통제가 힘든 맹금의 본능 탓에, 이날 훈련은 짧게 끝났습니다.

유럽의 지붕,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등 절경을 보려 매년 1억 2천만 명이 몰려듭니다.

그러나 알프스의 자랑 만년설과 빙하는 심각한 온난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알프스 최대 빙하가 있는 '메르 드 라 글라스'에선 한해 평균 30미터씩 빙하가 줄어듭니다.

빙하가 녹는 속도가 가속화되자, 이곳 샤모니 몽블랑에서는 입산객 숫자를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빙하를 보호하는 동시에 붕괴로 인한 위험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빙하의 실종은 해수면의 상승, 그리고 다시 온난화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뤽 모로/빙하학자 : "30년 전부터 빙하 녹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여름이 덥고 길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기 눈이 없는 겁니다. 20~25년 전엔 10월 말에 스키를 탈 수 있었어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금세기 말, 알프스 4천 개 빙하의 90%가 없어질 거란 경고까지 나옵니다.

붕괴되는 알프스 빙하의 현장을 담기 위해 투입된 빅터!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5개 나라의 고봉을 날기 위해 특수 훈련을 거쳤습니다.

땅에서, 강물 위에서, 그리고 공중에서 목표물 착지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바람 등 기후 변화에 취약한 드론과 헬기보다 영향을 덜 받지만, 수 킬로미터의 경로를 놓치지 않고 나는 게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지난달, 3천8백 미터 높이 프랑스 '에귀 뒤 미디'에서 빅터의 위대한 비행이 시작됐습니다.

["많은 이들이 빙하 얘기를 하지만, 직접 보지는 못하죠. 우리가 하늘에서, 빅터의 등에서 봤을 땐 빙하가 거의 절반 정도 녹아내렸고 사라지고 있단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빅터가 보름 동안 알프스 고봉 5곳을 촬영한 영상은 이틀 만에 백만 뷰 기록을 세웠습니다.

빙하를 지키며,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독수리 카메라맨, 빅터의 다음 비행은 데이터 측정 센서를 달고 다시 한 번 빙하 위를 나는 것입니다.

샤모니 몽블랑에서 양민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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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수리 빅터의 도전…‘알프스 빙하를 지켜라!’
    • 입력 2019-11-16 22:06:02
    • 수정2019-11-16 22: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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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는 알프스 빙하!

올 여름 유럽을 강타한 폭염으로 빙하의 붕괴 위험이 더 커졌다는데요.

위기에 처한 빙하를 지키기 위해 수천 미터, 알프스 고봉 비행에 나선 감시자가 있습니다.

독수리 '빅터'의 도전을 양민효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을 흐르는 레만호.

알프스 산맥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세계에서 가장 큰, 독수리들의 은신처가 있습니다.

오전부터 분주한 사육장.

새들의 점심을 준비합니다.

[자크 올리비에 트라베르/조련사 : "이 멧돼지는 불행히도 차에 치어 죽었는데요. 자연에서 죽었어도 독수리들의 먹이가 됐을 겁니다. 이걸 새들에게 줄 건데 한 3일 정도 먹이가 됩니다."]

동물의 사체를 주로 먹는 맹금의 식성.

하지만 낯선 카메라가 등장하자, 좀처럼 경계를 풀지 않습니다.

7미터 높이의 사육장,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환경 속에 날며 야성을 깨치도록 하는 것이 이곳의 원칙입니다.

아기 독수리들은 천진합니다.

모두 올해 태어났는데, 자연 번식, 인공 부화한 새끼들이 섞여 사회성과 공격성을 기릅니다.

이곳에는 새 250마리가 살고 있는데요,

이 해리스 매처럼 독수리, 매과는 80종 100마리에 이릅니다.

한국의 천연기념물인 참수리도 둥지를 틀었습니다.

[자크 올리비에/조련사 : "참수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독수리인데요, 지금은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만 서식합니다. 옛날엔 한국에도 살았는데, 몸 전체가 까만 게 특징이었죠."]

비행 연습을 준비하는 오늘의 주인공은 독수리 빅터!

키 1미터에 양 날개가 2.1미터에 육박하는 건장한 10살 흰꼬리수리입니다.

한국에선 천연기념물.

프랑스에서도 몇해 전부터 자취를 감춘 탓에 6년 전 러시아에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에바/조련사 : "카메라는 230g이고, 빅터는 4kg이 나가요. 새에게 무거운 무게죠. 빅터는 아주 크고 근육질이라 (카메라를 매고) 날 수 있는 거에요."]

조련사 자크 올리비에 씨가 독수리들에 360도 카메라를 달아 고공 비행을 시작한 건, 멸종 위기종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였습니다.

5년 전 파리 에펠탑에서 첫 촬영 비행에 나선 새들은 자연을 잊은 도시민들에게 야생의 시선을 일깨워 줬고, 두바이 초고층 빌딩 829미터 꼭대기에서 독수리가 본 인간 세상은 인터넷에서 천만 번 넘게 조회됐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고 싶어 하는구나. 그래서 빅터를 '지구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메신저'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

알프스 빙하 프로젝트가 결정된 건 1년 전, 빅터는 맹훈련에 돌입했습니다.

수천 미터 고봉을 날기 위한 첫 단계는 고지대 적응.

8백 미터 언덕 위에서 목표물로 착지하는 1차 비행입니다.

["(우리는 그쪽이 전혀 안보여. 빅터는 어디로 갈 지 알겠지만.) 안개가 끼긴 했지만 괜찮을거야!"]

2미터 날개를 펴고 활강하는 빅터.

짙은 안개 속에서도 1킬로미터 밖 목표를 향해 정확히 날아갑니다.

["빅터는 정말 최고 수준입니다. 5~6km 비행하면 7~8분동안 계속 집중하면서 '나는 저기로 가야해' 라는 생각을 잊으면 안되는데, 동물에겐 힘든 일이거든요."]

다시 시작된 2차 비행, 그런데 돌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똑바로 날던 빅터가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인근 닭장을 덮친 겁니다.

["(정말 멋지네요!) (빅터가) 닭 치고는 좀 멋있죠?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통제가 힘든 맹금의 본능 탓에, 이날 훈련은 짧게 끝났습니다.

유럽의 지붕,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등 절경을 보려 매년 1억 2천만 명이 몰려듭니다.

그러나 알프스의 자랑 만년설과 빙하는 심각한 온난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알프스 최대 빙하가 있는 '메르 드 라 글라스'에선 한해 평균 30미터씩 빙하가 줄어듭니다.

빙하가 녹는 속도가 가속화되자, 이곳 샤모니 몽블랑에서는 입산객 숫자를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빙하를 보호하는 동시에 붕괴로 인한 위험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빙하의 실종은 해수면의 상승, 그리고 다시 온난화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뤽 모로/빙하학자 : "30년 전부터 빙하 녹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여름이 덥고 길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기 눈이 없는 겁니다. 20~25년 전엔 10월 말에 스키를 탈 수 있었어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금세기 말, 알프스 4천 개 빙하의 90%가 없어질 거란 경고까지 나옵니다.

붕괴되는 알프스 빙하의 현장을 담기 위해 투입된 빅터!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5개 나라의 고봉을 날기 위해 특수 훈련을 거쳤습니다.

땅에서, 강물 위에서, 그리고 공중에서 목표물 착지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바람 등 기후 변화에 취약한 드론과 헬기보다 영향을 덜 받지만, 수 킬로미터의 경로를 놓치지 않고 나는 게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지난달, 3천8백 미터 높이 프랑스 '에귀 뒤 미디'에서 빅터의 위대한 비행이 시작됐습니다.

["많은 이들이 빙하 얘기를 하지만, 직접 보지는 못하죠. 우리가 하늘에서, 빅터의 등에서 봤을 땐 빙하가 거의 절반 정도 녹아내렸고 사라지고 있단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빅터가 보름 동안 알프스 고봉 5곳을 촬영한 영상은 이틀 만에 백만 뷰 기록을 세웠습니다.

빙하를 지키며,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독수리 카메라맨, 빅터의 다음 비행은 데이터 측정 센서를 달고 다시 한 번 빙하 위를 나는 것입니다.

샤모니 몽블랑에서 양민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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