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전쟁?

입력 2019.05.20 (20:38) 수정 2019.05.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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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오늘은 키워드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전쟁?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지난 16일 중국 관영 CCTV의 영화전문채널인 'CCTV-6'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린 편성 변경 공지입니다.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 25분, 애초 방영 예정이던 '아시아영화주간-레드카펫' 프로그램 대신 1964년 작품인 흑백 전쟁 영화 '영웅아녀'를 긴급 편성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이 영상이 바로 '영웅아녀'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6·25 한국전쟁.

중국 인민해방군의 분투 속에 한 고위 장교가 18년 전 잃어버렸던 딸을 한국전쟁에서 극적으로 만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다음날인 17일 CCTV는 6·25 전쟁 당시 강원도 철원 상감령 전투를 다룬 영화 '상감령'을 방영했습니다.

상감령 전투는 우리나라에선 저격능선 전투로 불리고요.

백마고지 전투와 함께 한국전쟁 양대 고지전으로 꼽힙니다.

중국은 이 상감령에서 미군에 최대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그 다음날인 18일에는 1960년 제작된 영화 '기습', 어제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가장 고전했다는 장진호 전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빙혈장진호'를 방영했습니다.

[앵커]

중국 관영 CCTV가 주말 내내 연속해서 한국전쟁을 다룬 고전 영화를 방영했다는 건 무슨 의도가 있어보이는데요?

[기자]

네, 이 영화들은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지원한다는 의미의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굳이 해석을 할 필요도 없이 중국 관영 매체들이 자세하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 웨이보입니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대외정책을 알리는 매체고요.

총편집인은 중국이 한국전쟁 영화 방영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우리에게 조선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지금 상감령 전투 정신으로 떨쳐 일어나 오늘날의 상감령 전투에서 새 길을 열어야 한다."

다음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사설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환구시보의 영문판입니다.

영어권을 대상으로 중국의 입장을 알리는 매체죠.

어제자 사설에서 "일부 미국인은 한국전쟁이 무승부라고 생각하겠지만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한국전쟁을) 미국에 대한 중국의 상징적인 군사 승리로 이해할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또 "중국은 미군에 휴전 협정 사인을 강요했고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전혀 이기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앵커]

정리해보자면 미-중 무역전쟁을 한국전쟁에 빗대어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영화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중국 관영 CCTV 채널에서 미군과 싸운 전쟁 영화를 보여준 이유는 중국 내 반미감정을 자극하기 위해서라고 풀이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지만, 중국이 '상감령 전투'라고 표현한 전선은 어디였을까요.

바로 화웨이입니다.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중국 네트워크 통신장비업체와의 거래를 원천봉쇄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5G 기술을 보유한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가 표적입니다.

기존에는 미 정부기관들만 화웨이 장비 사용이 금지됐지만 앞으로 미국 내에선 누구도 화웨이를 쓸 수 없습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루캉/중국 외교부 대변인 : "중국은 어떤 국가라도 자신들의 국내법을 근거로 중국의 기업에 대해 일방적인 제재를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이후 중국 CCTV를 비롯한 관영 매체들이 반미 여론을 조장하고 있는 건 바로 화웨이 '대전' 때문입니다.

중국 관영 경제일보는 SNS 계정을 통해 "화웨이 제재는 미국이 협상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더 이상의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만약 중국 측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항미원조전쟁에 이은 또 하나의 중대한 오판"이라고 적었습니다.

[앵커]

중국은 비장한 분위기를 유도하면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 같은데요.

미국 쪽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중국은 세계를 장악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내 앞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봉쇄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 조치했습니다.

이어 구글과 인텔, 퀄컴 등 IT 글로벌 기업들이 화웨이에 대한 제품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지난 17일 수입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전선을 좁혀서 중국 압박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중국에서는 화웨이 구매 운동과 애플 불매 운동이 불거질 기미가 보이고 있습니다.

양국의 여론 악화로 지난해 휴전 이후 재개된 무역전쟁 2라운드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고지전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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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전쟁?
    • 입력 2019-05-20 20:44:57
    • 수정2019-05-20 20:55:32
    글로벌24
[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오늘은 키워드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전쟁?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지난 16일 중국 관영 CCTV의 영화전문채널인 'CCTV-6'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린 편성 변경 공지입니다.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 25분, 애초 방영 예정이던 '아시아영화주간-레드카펫' 프로그램 대신 1964년 작품인 흑백 전쟁 영화 '영웅아녀'를 긴급 편성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이 영상이 바로 '영웅아녀'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6·25 한국전쟁.

중국 인민해방군의 분투 속에 한 고위 장교가 18년 전 잃어버렸던 딸을 한국전쟁에서 극적으로 만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다음날인 17일 CCTV는 6·25 전쟁 당시 강원도 철원 상감령 전투를 다룬 영화 '상감령'을 방영했습니다.

상감령 전투는 우리나라에선 저격능선 전투로 불리고요.

백마고지 전투와 함께 한국전쟁 양대 고지전으로 꼽힙니다.

중국은 이 상감령에서 미군에 최대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그 다음날인 18일에는 1960년 제작된 영화 '기습', 어제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가장 고전했다는 장진호 전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빙혈장진호'를 방영했습니다.

[앵커]

중국 관영 CCTV가 주말 내내 연속해서 한국전쟁을 다룬 고전 영화를 방영했다는 건 무슨 의도가 있어보이는데요?

[기자]

네, 이 영화들은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지원한다는 의미의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굳이 해석을 할 필요도 없이 중국 관영 매체들이 자세하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 웨이보입니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대외정책을 알리는 매체고요.

총편집인은 중국이 한국전쟁 영화 방영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우리에게 조선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지금 상감령 전투 정신으로 떨쳐 일어나 오늘날의 상감령 전투에서 새 길을 열어야 한다."

다음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사설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환구시보의 영문판입니다.

영어권을 대상으로 중국의 입장을 알리는 매체죠.

어제자 사설에서 "일부 미국인은 한국전쟁이 무승부라고 생각하겠지만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한국전쟁을) 미국에 대한 중국의 상징적인 군사 승리로 이해할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또 "중국은 미군에 휴전 협정 사인을 강요했고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전혀 이기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앵커]

정리해보자면 미-중 무역전쟁을 한국전쟁에 빗대어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영화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중국 관영 CCTV 채널에서 미군과 싸운 전쟁 영화를 보여준 이유는 중국 내 반미감정을 자극하기 위해서라고 풀이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지만, 중국이 '상감령 전투'라고 표현한 전선은 어디였을까요.

바로 화웨이입니다.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중국 네트워크 통신장비업체와의 거래를 원천봉쇄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5G 기술을 보유한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가 표적입니다.

기존에는 미 정부기관들만 화웨이 장비 사용이 금지됐지만 앞으로 미국 내에선 누구도 화웨이를 쓸 수 없습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루캉/중국 외교부 대변인 : "중국은 어떤 국가라도 자신들의 국내법을 근거로 중국의 기업에 대해 일방적인 제재를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이후 중국 CCTV를 비롯한 관영 매체들이 반미 여론을 조장하고 있는 건 바로 화웨이 '대전' 때문입니다.

중국 관영 경제일보는 SNS 계정을 통해 "화웨이 제재는 미국이 협상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더 이상의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만약 중국 측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항미원조전쟁에 이은 또 하나의 중대한 오판"이라고 적었습니다.

[앵커]

중국은 비장한 분위기를 유도하면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 같은데요.

미국 쪽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중국은 세계를 장악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내 앞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봉쇄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 조치했습니다.

이어 구글과 인텔, 퀄컴 등 IT 글로벌 기업들이 화웨이에 대한 제품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지난 17일 수입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전선을 좁혀서 중국 압박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중국에서는 화웨이 구매 운동과 애플 불매 운동이 불거질 기미가 보이고 있습니다.

양국의 여론 악화로 지난해 휴전 이후 재개된 무역전쟁 2라운드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고지전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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